그런 시절이 있었다.

 

PC통신 시절을 벗어나 인터넷을 한창 즐기던 99년, 00년 시절,

기존 PC통신 시절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인터넷 바다를 헤엄치며 좋았던 점 중의 하나는

음악을 들으며 Net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지금 들으면 까무러칠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 시절에는 저작권 개념도 희박했고 관련 법규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개인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사랑비 같은 bgm player들을 설치하고

자기가 올리는 글마다 그 글의 성격에 따라 배경음악도 알맞게 선정하고 자기의 선곡 솜씨를 뽐내고는 했었다.

 

음악이 좋아서 즐겨 찾던 웹사이트들도 많았다.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렸던 날, 스스로를 다독거리기 위해 접속하던 홈페이지가 있었고

아침에 상쾌한 기분으로 접속하던,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글과 음악을 제공하던 홈페이지가 있었다.

감성 포텐 터지는 날에는 접속해서 음악만 듣고 있어도 좋은 그런 홈페이지가 있었다.

 

(개인의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친구와 같이 듣고 싶은 음악들을, 별로 알려지지 않아서 소개하고 싶은 음악들을

합법적으로 부담되지 않는 가격으로 쉽게 공유하는 방법은 없을까…?

페이스북은 그런 걸 언제쯤 시도해 볼까…?

(그런 관점에서 보면 싸이월드는 참 괜찮은 히트작이었다. ActiveX기반이라는 치명적 단점이 있었지만..)

 

그냥 그 시절이 문득 그립다.

말 그대로 공유를 위한 공유…

좋아하는 음악을 오랜 시간 tape에 복사해서 친구에게 건네주던 느낌으로

함께 음악 듣던… 그런 공유가 낭만이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