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과 알맹이

아주 오래 전에 호도나무 과수원 주인이 하루는 신을 찾아와 청하였다.

“나한테 일년만 주시오. 딱 일년만 모든게 날 따르게 해주시오.”

하도 간곡히 조르는지라.

신은 호도나무 과수원 주인에게 일년을 내주었다.

1년 동안 날씨는 호노나무 과수원 주인의 마음대로 되었다.

햇볕을 원하는 햇볕이 내렸고, 비를 원하면 비가 내렸다.

적당히 덜 여문 호도를 떨어지게 하는 바람도 없었다.

천둥도 없었다.

모든게 순조롭게 되어갔다.

호도나무 과수원 주인은 그저 딩굴딩굴 잠을 자기만 하면 되었다.

이윽고 가을이 되었다.

호도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대 풍년이었다.

그런데 산더미처럼 쌓인 호도 중에서 하나를 깨뜨려 본 호도 과수원 주인은 입을 떡 벌렸다.

세상에 알맹이가 하나도 없지 않은가.

호도는 빈 껍질뿐이었다.

호도나무 과수원 주인은 신을 찾아가 항의하였다.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신은 빙그레 미소를 띄고 말했다.

“도전이 없는 것에는 그렇게 알맹이가 들지 않는 법이다.”

“폭풍 같은 방해도 있고 가뭄 같은 갈등도 있어야 껍데기 속의 영혼이 깨어나 여무는 것이란다.”

호도나무 과수원 주인은 그제서야 신의 뜻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