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때 처음 여자를 사겨보고
햇수로 5년만인가
스물넷이 되서야 처음 누군가를 사귀게 됐는데
3일만에 헤어졌다. 어제 일인데..
사귀지전 한달여시간동안 그 사람과
말하고 웃고 보낸 시간들이 너무 달콤했기 때문일까
어제 저녁엔 그 사람을 몹시도 고파했다.
늘 전화를 받아주고 문자에 바로 답을 해주던 그 사람이
어제는 왠일인지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에 답을 해주지 않았다.
예전과 같이 친구처럼 지내자던 그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은 너무 좋은 사람이다.
우리가 헤어지게 된건 내게 있는 열등감이 그 사람의 주위사람들을
질투했고 그 사람을 불편하게했던 이유이다.
우리는 너무 좋아한다고 서로 고백했다. 그 사람은 나에게 나의
왕자님이라고 말했고 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감정은 쉽게 변하는 건가보다.
내가 나한테 있는 열등감을 고백하고 나름대로의 치료해야할 병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사람은 나한테 “내가 그 병을 치료할 수있을까.”라고 말했다.
그 전날 나는 뷰리플마인드 라는 영화를 빌려봤었다. 남자의 정신분열
증이 치료되기까지 곁에 있어준 그의 아내가 생각났다. 그래서 나는
” 니가 나를 사랑한다면..” 이라고 말했다.
그 사람은 대답이 없었다. 너무 고차원적 얘기를 한것일까..
‘치료하는 건 전적으로 내 몫이다.’라고 ‘니가 할수있는건 끝까지 내 곁
에 있는 것이다.’라고 말할걸 그랬다. 그러면 그 사람이 이해했을까..
사귄지 삼일 된 우리가 논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얘기였던것 같다.
하지만..
예전과 돌아가자는 말은 너무 쉽게 나온것같다.
그게 아니라면
내 귀를 간지렵히던 말들이 무게없이 나온것이었으리라.
…
.
3일간의 사귐은 아이러니 하게도 내게 큰 힘이 되었다.
그때는 고백할수없었지만 지나온 나에게 그 시간들은 나름대로의
“사랑”이라 말하고 싶다.
“사랑”은 사랑하지 않을때는 가질수없는 어떤 힘같은 걸 지닌다는 잊어버
린 사실과 만날수있었다. 내 삶에 변화를 주었고 결심을 하게했고 그 결
심은 그 사람과 헤어진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리고 헤어짐은 나게에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5년전의 헤어짐은 내 자
아상에 큰 상처가 되었다. ‘나의 모자람’이 헤어짐의 이유라고 늘 죄책
감 처럼 마음깊숙이 자리하게됐고 그때부터 내게 열등감이 자라기 시작했
었다. 이제서야 깨닭은 것은 그때와 지금의 헤어짐은 나의 부족함이 이유
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아니라 단지
우리는 서로가 기다려온 사람이 아님을 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변화는 지금까지 나를 힘들게 했던 상처에 큰 치료가 되
었다고 본다. 그외에도 내게 부족한 것들을 깨닭게 해준 고마운 만남이
다. 지금은 뒷탈이나서 허덕이고 있지만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너무 행복했다. 그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것도 행운이었다고 여겨진
다. 그 사람은 재치가 뛰어났고 웃어야 할때 맘껏 웃었고 울어야 할때
한껏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었고(기뻐해야할 때 웃음지을수없고 슬퍼해
야할때에 눈물짓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순간의 감정에 화를
내기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온순함을 지녔고 먼저 자신
의 잘못을 고치겠다고 말하는 겸손한 배려가 있고 현모양처라는 꿈에 걸
맞게 남자에게 순종적이고 목소리가 예뻐서 노래를 잘부르고 듣고 있노라
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랑스런 사람이다. 좋은 사람과 만나게 된게 내게
행운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참 감사하다.
…
..
.
5년전처럼
다시금 누군가에게 다가서는 것이 두려움으로 느껴지고
쉽게 돌아서버리는 감정과 느낌에 대해 회의가 들지만
조금씩 무뎌질테고
나는 지금보다는 좀더 성장한 모습으로
다른 누군가를 만날게 될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한쪽켠에는 벅찬감이 있다.
그 사람이 생각나면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할거다.
그러면 다시 마음이 편해지드라.
..
.
얼마전에 ‘네 멋대로 해라’ 대본을 구입했따.
그 둘은 서로에게 사랑을 말하지 않았지만
지켜보는 우리는 그들이 사랑하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본다.
부족하지만 노력하고 서로에게 힘이되며 서로의 상처를 감싼다.
읽으면서 그들의 사랑에 도전받아야 겠따.
어제는 그 사람에게서 소포가 왔다. 몇일전 내 생일선물이 늦게 도착한
거다. 내 생일날 왔으면 그 사람의 기쁜 마음을 받을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내가 이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워 뜯지도 못하고
있다. 택배가 늦어서 둘이서 시무룩해 있을때 말해주고 싶었다.
사실 선물은 이미 받은거나 마찬가지라고..
그 사람은 경솔했다고 했지만 내게는 후회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