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즘연극전이라 하는 [서울시민 1919]…
진지하면서도 암울한 현실을 그릴 줄 알았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매우 유쾌하고 재밌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서울시민’의 감상 키워드는 세가지입니다.
괘종시계, 마스크, 풍금…..
리얼리즘연극展이라 그런가요…?
진짜로 돌아가고 있는 시계가 등장하니 당황스럽더군요…
자로 잰 듯 하고
타이머로 체크하는 듯한
배우들의 멋진 연기에 대한 연출자님의 자신감(!!) 과
리얼리즘 연극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으셔서 내놓으신
의도적인 소품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시계가 울리는 것도 효과음 아니였죠?
그런데 한가지 의심가는 점은
옛날 괘종시계를 써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매시 30분에 종이 한번씩 ” 땡~! “하고 쳐야 할텐데..
안 그러던걸요..? ^^?
그리고 [시민19]에 나오는 스페인 독감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게 바로 “만세 바이러스”를 빗대어 놓은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모두들 거리로 나서는 조선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나갑니다.
그들이 “만세 바이러스”에 걸려 버렸다는 걸 잘 보여주는 소품이지요…
세끼도리가 마스크를 쓰고 나갈 때부터 극은
극 내용 중 대부분이 [숨은 조선인 찾기]라는 걸
극명하게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그러지만서도 마지막 시마노 선생님도 마스크를 썼을 땐 충격이였습니다.
창 밖을 기웃거릴 때부터 약간 의심했지만
설마 그럴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제서야 깨달은 건데…
여기서 저는 등장도 하지 않으면서 계속 이야기 중에 있던 그 사람도
혹시 조선인은 아닐까하고 의심합니다.
배우들 뒤에 서 있는 가족의 뿌리…
병상에 누워있는 켄이지의 아버지를 의심합니다.
그는 혹시 한일합방전에 벌써 일본에 살던 조선인이 아니였을까요…?
그리고 한일합방 후 조선에 넘어와서 일본인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사료됩니다.
계속 “내지보다 경성이 좋다”고 하는 가족들 모두 그런 이유가
자신의 피 안에 흐르고 있는 조선인이라는 피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녀들이 결혼을 하지 못한 이유는
일본이라고 속여서 그 집에 들어오긴 하지만
차마 일본인과 결혼하지는 못하겠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요?
하녀들에에겐 조국보다
그저 먹을 거 걱정.. 잠자리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는게
큰 행복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럼, 서울시민에 나오는 사람들중에 조선인이 아닌 사람은 누구일까요?
제가 보기엔 중간아들(조영진 선생님 역할)의 부인과
숙부(장재호 선생님)의 부인 밖에는 없는 거 같습니다.
21명의 배우중에 2명을 빼면 19…
그래서 제목이
서.울.시민 1919(년) 19(명)…?
하하.. 이건 제가 생각해도 너무 황당하군요… ^^;
혹시 모릅니다. 두 사람 모두 조선인인지도…
2시간 동안의 공연시간이 짧아서(?) 두 사람의 사연을 못 보여줬는지도….
끝에 가서야 제대로 연주되는 풍금…
그것은 그 집에 사는 일본인들이 모두
잘 사는 일본인 상인이라는 걸 보여주는 소품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그들이 그들이 돈 많은 일본인이라고 속이는데
도움을 준 함정 밖에 되지는 못 합니다.
영화 내내 제대로 한 번 연주되지 못하고…
영화 마지막에서야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선인들이 모두 나가고 나서야
자기가 일본인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만 남아서야…
동경절을 연주하며 등장인물들을 어설프게 숨겨주는
아니 등장인물을 안쓰럽게 위로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결국 저는
연출자님이 리얼리즘연극이라 하고
거짓된 삶을 진지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며
관객들을 기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황당한(?) 음모론의 결론에 이르고야 말았습니다.
이윤택 선생님이라면 충분히 그럴지도 모르지요…
영국의 유명한 연출가 피터부룩이
세익스피어의 “리어왕” 연출을 마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젠 세익스피어를 알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그순간 그는 어느새 저만치서 웃고있더라….”
어쩌면 이윤택 선생님도 저만치서 웃고 계실지 모릅니다.
우리 모두가 이 음모론을 생각하는 순간에요…
하하…
꿈 보다 해몽…
단조로운 어느 날 오전
한나절일 뿐인데
일본 소시민의 왜소함만 느끼면 되는 작품 일지도 모르지만…
조선에서 살아가는 일본인들이 겪은 작은 소동이
제겐 재밌어서인지 말이 많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