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꼬~~! “
화들짝~!
너무 놀라 뒤를 돌아다봅니다.
중학교 이후에 저의 본명만 이렇게 또렷하게
부르는 걸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성당도 아닌 지하철안에서 들리는
저의 낯선 본명은….. 허허
허억… -_-
이게 누굽니까?
초중 시절 저와 함께 복사 생활을 했던
가브리엘 형이네요 -0-
하하 세월 지났는데도 하나도 변하지 않은 그 모습이란…
” 형~!
햐~~! 올만올만 ” ^^
” 야~~! 반갑당~~!
정말 너무 오랫만이당….
요새 머 하며 지내? 회사 댕겨? “
” 핫.. 네…
형은요?
형은 얼굴에서 빛이 나네여?
혹시 도 닦아요? ” ^^? ☜ ㅎㅎ 형의 허여멀건한 얼굴이 부러워요 ^ㅇ^;;
” 아.. 난 쉬고 있지…
공부하러 나갈 준비하면서… “
” 우와… 그래요?
우리 정말 오랫만이죠…?
고등학교 이후로 첨이네요…? “
” 응…
하하… 잘 지냈어?
넌 더 많이 삭았당? 여전하구낭? ” ^ㅇ^ ☜ 아무리 바른 말씀이시지만 너무 하시는 군요…
” 네 -_-;;;
근데 이 동네는 왠일로…? “
” ㅋㅋ 그냥~~~
너 잡으러 왔지… “
-_-?
” 아~! 여자 친구 데려다주고 오는 길이야…. ☜ 큭 >.< 너무 부러웠습니다.
넌 어디 갔다오는 길이야? “
” 회사요 ” -0-
” 그래? 늦게 끝나네?
무슨 일 하는데…? “
” 아 IT 관련 일 해용…
어울리지 않게… “
” 그래? 멋있당…
컴퓨터랑 너랑 잘 어울린당… “☜ 아니요 제가 보기엔 망치나 톱 같은게 더 잘어울리는 거 같은뎅…
” 하핫;;;
형은요…? “
” 아~
난 조그만 식당하고 했어어…
아까 물어봤는데 또 물어봐? -0- “
” 죄송… ( __)
그래요? 그럼 아직 암사동에 있어요? “
” 아니… 이사갔지…
돈암동 근처야…
그나저나 요새도 성당 열심히 다니냐? “
머뭇머뭇… ( __)
” 하핫.. 복사까지 하던 놈이 그러면 쓰나…?
열심히 댕겨야지…
견진은 받았어? “
” 아녀 아직…
사는게 바쁘다보니…”
” 하하.. 짜식~
핑계는…
나 머 공부하러 나가는 줄 알어…? “
” 아녀 -0-
머 공부하러 가세요? “
” 아… 철학이랑 신학 쪽으로 공부해보고 싶어서…”
” 햐… 멋있당…
형 대학교도 신학 대학교 아니였잖아요??? “
” 응… 근데 살다보니
돈보다 명예보다 더 좋은 게 있더라구… ☜ 형이 예전에도 잘 쓰던 대사인뎅… ^^
그래서…
그걸 따로 공.부.한다는게 우습긴 하지만…
다른 곳에서 느껴보고 싶어…. “
” 언제 출국해요..? “
” 내년 2월에… 나가서 몇개월 있다가 학기 시작하지…
야~! 나가기 전에 한번 얼굴 보자…
명함 있냐? ” ☜ 명함 달라고 내미는 형의 손은 여전히 곱디 곱습니다… ㅋ 무슨 음식점을 하셨을까? 사장님이라 고생을 안 하셨나?
주섬주섬… ” 여기요… “
” 햐.. 좋은 회사 댕기네?
능력도 좋네…
만나는 아가씨는 있고? ” ☜ 이런 질문 말고 딴 거는 없나요?
” 없어요… ” ☜ 솔직히 ‘없어요 우쒸~!’ 라고 목구녘까지 올라오더군요 ( __)
” 야 벌써 와 버렸당…
나 내릴게… 연락하마… “
” 네~!
조심해서 살펴가세용… ^^ “
형은 내리고 줄곧 지하철을 타고 오며 생각을 해보니
별별 생각이 다 드네요…
성국이형 얼굴도 하얗고 잘 생기고…
게다가 공부 잘하고 운동도 잘해서
참 인기 많았었는데…
형 따라 댕기다가 성당 다니게 된 여자애들도 수두룩…
하하.. 형하고 친한 이유만으로도
여자애들의 관심거리였던 옛 저의 모습도 생각나고… ☜ 정확히 얘기하자면 주목거리 또는 떨거지였죠 -0-
곱던 모습 그대로네요…
가브리엘 형은…
그 때도 항상 수줍고 착하기만 하던 형이였는데…
형은 신부님 되는게 꿈이였는데…
어찌된 연유인지
신부님 되는 길을 접어야 했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저도 몰라요…
나중에 술 한잔 기울이면서 물어봐야겠죠?
하지만… 아직 형은
못 다 이룬 꿈들이 아쉬운가 봅니다.
예전에 나눴던 이야기들이…
형의 자주 했던 말들이 새록새록 생각나기 시작하네요….
” 돈보다 명예보다 소중한 것들이 참 많은데
왜 사람들은 모를까…?
명언에도 많은데…
다들 귀 따갑게 들었을 텐데…
유치원생들도 다 아는 사실인데…
왜 그렇게 집착하지…?
그 사람들이 제대로 알 때까지 내가 그 사람들 다 챙겨줘야 하지 않을까…? “
형도 뭇 사람들에 섞여
그 열정을 잠시 잊고
부대끼며 열심히 살아봤지만…
아직도 자기의 할일이 남아있음을 느끼는 모양입니다.
아직 살아있는 그 열정이…
그리고 그 순수함이 부럽습니다.
형이 신부님이 되었다면 참 멋있었을텐데…
참 많은 사람들 좋은 길로 인도 했을 텐데….
그와 함께 형따라 신부님이 되고 싶었던
어리버리한 제 모습도 생각납니다….
꼭 신부님이 되겠다고 공부하는 건 아닐지라도…
그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하는 형에게
여러 사람들을 돕고 싶어하는 형에게…
꼭 새로운 빛이 비추어졌으면 합니다.
긴 계단을 한 번에 계단을 오를 수는 없지만…
한 걸음… 한 걸을 걷다보면
그 끝도 보이고, 어디로 가야할지 다음 계단도 보이겠죠…?
아무쪼록 형이 큰 뜻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깨어서 준비하는 삶…
준비된 사람만이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를 되새겨 보는
좋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