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시골의사 박경철님( @chondoc )께서
어제 멋진 트윗들을 올리셨습니다.
일기장에 적어두고 혼자보기엔
너무 아까운데다가
나중에 다시 보고 싶을 때
웹에서 열심히 검색하는게 힘들거 같아
정리해서 다시 올립니다.
mobile 읽기가 좀 더 쉽도록
줄바꿈 편집을 했으며
원본은 아래 이미지로 올립니다.
카테고리 메뉴 ” [Wind] – 내 안에 부는 바람 “에 대한 소개는
다음 링크를 참조해 주십시오…
http://www.mooa.net/zboard/view.php?id=wind&no=1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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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민이를 처음본 것이
10년전입니다.
할머니손에 이끌려
거의 하루에 한번씩 병원에 왔던 아이였죠.
영민이 할머니가 병원에 오시는 이유는
율무차 때문이었습니다.
환자분들이 로비에서
간단한 차를 드실수 있게
무료자판기를 두고 있었거던요..
영민이 할머니는 보온병을 들고오셔서
매일 거기에 율무차를
가득 담아가시던 분이었죠.
나중에 들으니
직원들이 암암리에 눈치를
조금씩 드렸던것 같은데,
전혀 개의치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제가 그 사실을 알고
제지를 했더랬습니다.
아이에게 그걸 한끼 식사로
먹이신다는 소리를 듣고 난 다음이었죠.
차라리 병원 식당에서 점심을 드릴테니
아이에게 그걸 너무자주 먹이지 마시라고 했더니,
나중에는 식당에서 점심을 드시고
또 그걸 병에 담아가시곤 하던 분이었습니다.
그게 생존이라는거죠..
저희 성당에 간경화로
이식수술을 필요로하는 분이 계신데,
고물을 줍고 계십니다.
수술비가 일억인데 엄두도 못내는거죠.
교우들이 조금씩 도와드리고
교구청과 신부님도 조금씩 도움을 드립니다.
그분 아이가 둘인데 또 아이를 낳았습니다.
신자의 양심으로 낳을 수 밖에 없었겠죠.
가끔 피를 토한다고 합니다.
그분이 주변의 도움으로 살아가시면서
아이를 또 낳은데 대해
이런저런 구설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삶의 양식입니다.
아무리 본인이 최선을 다해도,
간경화로인한 식도정맥류환자가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은 없는거죠.
하지만 그에게도
그보다 더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아이..생명의 가치는
그 어떤것보다 귀한 가치일 겁니다.
누가 감히 거기에 말을 하겠습니까..
아이를 낳아기를 자격..이야기들 하지만,
돈이 많다고 자격이 있는것은 아니듯,
여건이 어렵다고 자격이 없는것은 아니죠..
하지만 현실이 너무 가혹합니다.
그분은 내일을 장담할 수 없고,
영민이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었던 거죠..
그런 영민이가 중학생이 되었죠.
그녀석이 병원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다가
제게 들켰습니다.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죠..
그런데 이 녀석이 저를 흘겨보며
한마디 하고는
화장실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리네요..
‘에이 **..’하고요..
이게 누구 탓이겠습니까…?
가슴에 시퍼런 비수를 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쉬운말로 능력이 안되는데
왜 아이를 낳냐고 합니다 .
100년전 서구에 그런 논리가 횡행한적이 있죠.
소위 우생학인데
그런 생각이 나중에 나찌즘이라는 괴물을 낳았습니다 .
최소한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생존, 교육,의료는 천부인권이 아니겠습니까..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것은
라이센스가 필요한 일이 아니죠.
그런데 이것을 스스로 제약받고,
또 그 제약이 당연시되는 사회..
그것이 우리들의 자화상일까요..
민선교육감.. 장단점이 있겠지만,
공론의장이 열렸다는 점에서
앞으로 교육은 나아지겠죠.
문제를알고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것..
자체가 희망이니까요.
하지만 보편적 생존의 문제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모두의 문제가 아닌
일부의 문제라 여기니까요..
[박경철] 보편적 생존의 문제…
2010-07-04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