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일곱살 아이엄마가 풀어보는 밤중수유(떼기) 이야기

 

네이버 카페 “맘’s 홀릭” 에 올라온 글입니다.

[출처] 일곱살 아이엄마가 풀어보는 밤중수유(떼기) 이야기 (맘스홀릭 베이비(임신,육아)) |작성자 줄리

http://cafe.naver.com/imsanbu/16004212

 

 

 

저는… 제작진의 요청으로 지난 5월 방송된

EBS 다큐프라임 ‘잠’편의 1화 ‘인생의 첫잠’편아기 잠에 대해 조언을 했었구요,

모 포털사이트에서 육아고수칼럼리스트로도 활동을 하고 있구

베이비위스퍼 시리즈를 베스트셀러로 만든 사람이기도 하지요.

지금은 일곱살인 제 아이를 낳은 후 아기잠에 대한 책만도 30권은 족히 읽었고

관련논문이나 잡지, 사이트 정보를 읽은 거까지는 하면…

 

제 자랑질을 하고 있죠?

저 역시도 이 글을 클릭하신 분만큼 (더 많으면 많았지 더 적지는 않게)

밤중수유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제 자랑질을 했네요. 양해를… ㅠㅠ;;

 

적어도 저는 트레이시 호그의 베위식 안눕/쉬닥만이 수면교육법이 아니라는 것,

엘리자베스 팬틀리의 완만제거법만이 수면교육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지금 이 글을 클릭하고 계실 분들처럼

저도 밤중수유떼기의 고수가 아니라, 밤중수유의 고수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는 아이의 기저귀 떼기도 1년 걸쳐서 했구, 젖떼기도 1년 걸쳐서 했어요.

밤중수유도 이 게시판에 명함내밀 자격없이

참 오랫동안 했는걸요.

 

저의 밤중수유 떼기는 간략하게 말하면 이런 단계를 거칩니다.

 

 

1단계(0~17개월) 엄마측의 수면교육

2단계(0~1개월) 밤낮 구분시키기

3단계(2~4개월) 잠재우기 의식 만들어가기

4단계(5~9개월) 취침시간 앞당기기 + 러비 정착

5단계(10~13개월) 깨워재우기

6단계(14~17개월) 새벽수유를 물컵의 물로 대체



이런 단계를 처음부터 정했냐고요? 아니요. 절대 아니죠…ㅠㅠ;;

지나고 보니 그 때 가장 신경썼던 게 그거 였던 것이었죠.


 

중간중간에 진짜 잠버릇을 고치려고 했던 건 아니었더라도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안눕처럼 된 적도 많아요. 잠이 든 줄 알고 눕혔더니 깨버려서 다시 안고 몇십분 동안 달래고 잠든 줄 알고 눕혔더니 깨버려서

다시 안고 달래고… 무한반복.

 

 

 

 

1단계(0~17개월) 엄마측의 수면교육

 

제 아이의 밤수유를 떼기 전에 저는… 꼭 알고 싶었어요.

왜 그렇게 아기들은 자주 깨는지, 자주 우는지,

아기의 울음을 각오하고서라도 밤수유를 떼야할 이유가 있는지,

정말로 어릴 때의 수면교육이 늦은 수면교육보다 유익함이 있는지,

‘~카더라’ 통신보다도, 책 한권보다도, 객관적인 데이터를 구하고 싶었어요.

 

수면교육을 먼저 받아야 할 사람은 아기가 아니라 바로 엄마!

 

밤수유를 일찍 떼기를 권장하는 책들에서 보니

밤수유를 떼어야 하는 이유를 대충 정리하면 네가지로 압축되더군요.

습관화 문제, 잠의 질문제, 치아문제, 엄마의 스트레스 문제.

 

1단계를 나머지 2~6단계와 병행진행하면서

저는 모유수유를 하는 저한테는 일찌감치 밤수유를 뗄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내렸어요.

 

 

 

습관화 vs. 아기의 수면능력

아이의 밤중수유는 필요없는데도 엄마가 모르고 하게 되는 습관화다? 밤중수유는 언제쯤 필요없게 될까요?

베이비위스퍼 트레이시 호그 여사의 아기들과 미국소아과학회에서 조사한 보통맘의 아기들의 기준이 다르더군요.

 

 

 베이비위스퍼

미국소아과학회 

 4~6개월

5~6시간 수유없이 잘 수 있음 

(언급없음) 

 6~12개월

6~8시간 수유없이 잘 수 있음

5~6시간 수유없이 잘 수 있음

 12개월~

(명확한 언급은 없는 것으로 기억.

수유없이 11시간 정도 잘 수 있다는

뉘앙스) 

 6~8시간 수유없이 잘 수 있음

 

 

트레이시 호그 여사의 아기들이 훨씬 잘 자요. 그러니까 트레이시 호그가 베이비위스퍼러가 될 수 있었던 거겠지요. 그녀는 아기를 낳기 전부터 이미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 재능을 보였던 사람이예요.

미국소아과 학회의 보통맘 아기에 비해서 훨씬 제 아이가 못 자긴 했지만, 어쨌든 저는 트레이시 호그가 아니잖아요? ㅠㅠ;;

 

그리고 아기의 수면 능력은 어른과 다릅니다.

3,4개월쯤에서야 생체리듬이 제대로 생기기 시작하고

6개월쯤에야 REM 수면(얕은잠)이 어른의 비중과 비슷하게 25%대로 떨어지기 시작하지요.

그 전에는 REM 수면(얕은잠) 비중이 훨씬 높으니, 밤에 자주 깰 수 밖에요.


밤수유를 했는데도 30분 이상 울다 자는 아기라면 몰라도, 

어차피 밤수유를 하지 않는 아기도 잠의 단계상 1~2시간마다 3-8분 정도의 깨는 시간이 있어요. 어른들도 마찬가지죠.

밤수유를 하면 잠의 질이 떨어진다고들 책들에서 주장하기는 하나 이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는 발견하지 못했고,

애착육아론자인 윌리엄 시어스 박사가

밤수유를 하는 자신의 아내와 아기의 수면사이클을 직접 재어보니 아내도 아기도 잠의 사이클에 영향을 받지 않더라는 얘기가 있더군요.

 

백일 버릇이 돌까지가고, 돌습관이 세살까지가고,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요? 흠…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적어도 잠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훨씬 많습니다. 제 아이가 그랬구요.

(물론 세살까지도 못 자는 애가 없다는 말씀 못 드립니다. 있습니다.

혹시 그런 아이를 두신 분은 KBS “올빼미 아이 잠재우기 프로젝트”를 보시고 그대로 따라하시면 됩니다.)



 

 

 치아 충치 문제 (모유기준: 밤중수유가 충치의 원인인가?)

치아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데이터가 찬반쪽 양쪽 모두 있긴 하지만,

치과의사쪽 데이터가 모유수유지지쪽 데이터보다 우세합니다. 즉, 밤중수유가 충치를 더 유발한다고 보는 편이 우세합니다.

 

그런데… 모유의 경우는 생각해볼 꺼리가 있습니다.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영아의 유골화석과 호주 선사시대 유골 총 2000점 정도의 치아를 조사해보니

충치확률이 1.5%도 되지 않더라는 흥미로운 사실을 읽게 되었어요.

그 옛날에는 밤중수유를 하지 않았던 걸까요? 지금보다 먹을 게 적었을 그 시기에요? 모유나 치아 함량이 바뀌었을까요?

(이 외에도 밤잠문제가 건강이나 여러 문제에 원인이 된다는 말은 많지만, 실제 아기를 대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별로 없어요. 어른들의 잠문제에 대한 연구결과가 그대로 적용되어 추론되는 것이지요. 2008년에 취침시간이 늦은 아기들의 키와 몸무게가 좀더 작다는 조사가 이뤄졌던 게 거의 유일)



엄마의 스트레스 문제

 

이건 데이터가 없어도 저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것이지만,

몇십분에 걸친 아이 울음을 견딜 준비까지 되었느냐는 또다른 얘기였지요.


아기잠에 대해서 좀더 객관적으로 프로파일링을 해주는 사이트가 있어요.

존슨즈베이비의 아기잠진단프로그램(http://www.johnsonsbaby.co.kr/bedtime/08_sleeptracker.asp)이지요. 아기잠에 대한 연구를 범세계적으로 진행한 조디 민델 교수의 결과물이고요(물론 펀딩은?). 어쨌든 이 프로그램에서는 아기 잠에 대한 좋은 조언과 함께 팩트(fact)를 중심으로 한 아기잠문제를 진단해 주고 있어요. 팩트를 중심으로 내 아기가 잠문제를 겪고 있는지를 진단해 주지요.

 


혹시 위 프로그램으로 아기잠진단프로그램을 돌려봤더니,

수면문제가 있다고 나오셨어요? 제 아이처럼요? 예. 그건 조디 민델 교수의 의견입니다.

그녀도 아주 유능한 박사님입니다.

 

 

잠문제, 수면문제 vs. 엄마 스트레스 문제

 

그렇지만, 미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소아과의사 윌리엄 시어스 박사(육아서를 30권 이상 저술했고 대를 이어 아드님 두분이 소아과의사를 하고 있는 소아과 의사집안)는 잠문제의 정의를 이렇게 정하고 있어요.

 

잠문제는? 아기의 밤에 깨는 횟수 > 엄마가 견딜 수 있는 수준

 

아기가 다르듯이, 엄마 또한 다르지요. 엄마가 견딜 수 있는 수준 또한 모두가 다르지요.


팩트에 의해서 내 아이가 수면문제를 겪고 있다고 나왔다 하더라도, 윌리엄 시어스 박사 기준으로는 이게 수면문제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어요. 엄마가 다르니까요. 

 

엄마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인데도 팩트 때문에 엄마의 마음은 잘 따져보지 않고

수면교육을 시작하게 될 때는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암만 수면교육 준비를 잘 했다 하더라도 아기의 울음을 전혀 피할 수는 없거든요.

 

 

 

 

2단계(0-1개월): 밤낮 구분시키기

주정부 간호사가 집에 방문을 했다가 저희 애의 취침시간이 밤12시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길래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때사 알아보니 신생아 시기에는 밤낮 구분이 없다가

생후 6주 정도되면 어느 정도는 밤낮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밤낮 구분을 시키기 위해서 밤은 밤처럼 어둡게, 낮은 낮처럼 밝게 환경조성을 했어요.

낮잠을 많이 자는 아기였다면 낮잠도 깨워봤을텐데,

제 아이는 절대 낮잠을 길게 자주던 아이가 아니었지요~.

이 때만 해도 저 역시 아기 잠에 대해 몰랐던터라, 빨리 잠버릇 고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어요.

저 역시 초보맘 시절^^.

 

 

3단계(2-4개월): 잠재우기 의식 만들어 나가기

이 때쯤 베이비위스퍼를 알게 되었고요, 그 덕에

젖만 물리면 잠을 자는 시기였지만 젖을 물리더라도 그 외에 잠재우기 의식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어요.

밤에는 잠재우기 의식 3종 세트(목욕, 마사지, 책읽기) + 속싸개 + 수유 + 자장가,

낮에는 베란다에서 햇님과 주차된 차에게 안녕 인사 + 방으로 가기 + 속싸개 + 마사지 + 자장가를,

잠재우기 의식으로 정착해 나갔지요. 하루 아침에 이렇게 정해진 것은 아니었고요, 하나하나씩 만들어 나갔지요.

 

그리고 이 시기에 제가 초보맘의 욕심을 부렸어요.

베위의 쉬닥을 해서 제 아이가 침대에 누워 자게까지 만들었어요. 그치만 길게 자는데까진 도움이 되지는 않았구요.

나름 성공했다면 성공한 것이지만 별로 자랑스럽지 않아요.

나중에 알고 보니 ‘혼자 누워 자는’ 거 이거, 별거 아니더라고요.

걷기처럼 한번 배우고 나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습득 기술이 아니더라고요.

다이어트의 요요 현상이 ‘혼자 누워 자기’에도 나타나더군요.



 

여기서 잠깐!

제 아이만 요요 현상이 나타났을까요? 

이른 수면교육을 강조하는 한 책에서는 2개월마다 다시 수면교육을 하게 될 거라고. 

그리고 다시 하게 될 때는 훨씬 쉬어질 거라는 언급이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아이의 잠버릇 고치기에서 요요 현상이 나타난다는 말은 아니예요.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이 모두 요요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 것처럼요. 그치만, 

다이어트하는 것만큼 2011년에 하더라도, 2012년에 하더라도, 2013년에 하더라도 

요요현상은 늘 나타날 수 있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이어트를 작정하는 보통사람의 식단은 

2011년, 2012년, 2013년 햇수가 바뀐다고 

쉽사리 바뀌지 않아요.

그치만, 아기의 잠을 주관하는 능력을 맡고 있는 두뇌는…

2012년이 2011년보다, 2013년이 2012년보다 훨씬 발달하게 되지요.

(혼자) 잠자는 능력은 아기가 더 자랄때마다 어른과  비슷해지기 때문에

요요현상이 줄어들 수 밖에 없어요.

 

 

 

 

더구나…

아기가 바닥에 누워자지 않고 사람 품에서만 자려는 것이

지난 두어달 간의 엄마(저 자신)가 들인 임기응변의 결과물이라는 의견도 있지만,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류역사 시작 이전에 이미 DNA에 새겨진 진화과정의 유산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예, 영장류 아기들만 가지고 있다는 모로본능 말이지요.

몇년전부터 선배맘들은 이런 아기를 등짝맨으로 부르고 있지요? ^^(겸이맘의 육아일기=>)

 

지금 일곱살 아이를 둔 제 눈에, 이 시기 아기를 보면 그 아기가 얼마나 작게 보이는지 몰라요.

내 아이가 이렇게 작았었나?

그 작은 아기를 두고 혼자 눕혀 재우겠다고 수면교육을 했었다는 사실이 전혀 자랑스럽지 않아요.

더구나 이렇게 작은 아기들의 잠을 자는 능력이 어른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얼마나 아이에게 미안하기까지 하던지…

 

 

4단계(5-9개월): 취침시간 앞당기기 + 러비 정착

이 시기엔 저희가 많이 바빴어요. 아이에게 변화도 많아서 자꾸 기다리게 되었구요.

이른 취침시간이 아기에게는 중요하다는 것을 이 때쯤 알았고 그 때서야 취침시간을 조금 앞당기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만 해도 밤9시 넘어서가 취침시간이었거든요. 8개월쯤에 들어서는 취침시간을 거의 2시간 앞당길 수 있었어요.

마침 겨울이기도 했지요. ㅎㅎ.


 

그리고 이 때 제가 신경썼던 거 하나는… 러비(위안물, 위안물 인형)을 아이에게 정착시켰던 것이지요. 러비 또한 대표적인 잠재우기 도우미로 꼽히는 방법이지요.

아이에 따라서는 특별히 애착을 가지는 물건을 가지고 있어요. 이에 대한 우리나라 선배맘님들의 시선은 곱지 않아요. 그러나, 이런 애착물은 엄마에 대한 애착을 오히려 돈독히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도 하지요. 저는 러비를 잠친구라고 불러요. 아이와 함께 자주는 친구요.


주변에서도 이불이나 특정인형에 애착을 느끼는 아기들 얘기 종종 들으실 거예요. 이런 얘기가 비일비재하지 않다면.. 아마 이런 광고도 없었을 겁니다. “이런 건 삶을 수도 없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 아이가 러비를 쥐고 자는 사진이예요. 

러비의 이름은 “다람이”지요. 날다람쥐거든요.

 

사실 제가 아이의 러비로 정해주려던 것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날다람쥐가 아니고, 

발 근처서 뒹구는 분홍 토끼였답니다. 

 

러비의 장점 같은 것도 모르고 

그저 아기들이 인형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던 제가, 

제 아이를 낳던 날 병원에 

분홍토끼도 데리고 갔었거든요.

그래서 제 아이가 태어난 날부터 

저 분홍토끼는 늘 제 아이 근처에서 잠을 잤어요. 

하지만, 제 아이는 이 분홍토끼보다 4개월쯤에 알게된 주황색 다람이를 더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람이를 러비로 정하기로 했어요.

 

이 때쯤에서야 러비의 장점을 알게 되었고,

그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는데요, 별로 거창하진 않지만, 

계속해서 계속해서 해줘야 하는 거지요.

수유 때마다 아이와 내 가슴 사이에 다람이를 끼워 넣고 아이 손으로 다람이를 만지작만지작거리게 만들어 줘보고 (거절하면 그만이고), 잠재우기 의식을 할 때마다 아이 품 속에 안겨주었어요. 누워자게 될 때도 아이 품에 안겨주었고요.

 

그랬더니 기어다닐 즈음해서는 아이가 깰 때마다 이 다람이를 들고 기어다니기 시작하더라고요. 

다람이를 안고 스스로 자더라 라고 할 만큼 큰 효과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자기 자신과 엄마, 그리고 그 외에 다람이라는 존재를 인식했던 것은 확실하고

다람이를 저의 10% 정도 대용으로까지 여긴게 아니었을까 싶은 효과도 보았어요.

(물론 훗날.. 자다가 없어진 다람이를 찾느라 잠에서 깨서 다람이 찾아달라고 징징한 날도 많았어요. 

그래도 다람이만 찾으면 다시 잠들었던 터라, 

품에 안고 토닥이고 자장가부르는 그런 되재우기 의식보다는 훨씬 편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리고………………….. 

8개월에는 아까의 밤중수유 문제 4번 – 엄마의 스트레스 문제가 심각해졌어요.

아이가 밤에 1시간 반~2시간마다 깬지 몇개월 되었으니까요.

이 때 다시 제 나름의 잠버릇 고치기를 시작했는데, 이런… 시작하자마자 아이가 심하게 아파버렸어요.

당장 수면교육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어요.


 

여기서 잠깐! 

마음을 먹고 수면교육을 시작하더라도, 수면교육을 당장 중단해야 할 신호들이 있어요. 

아기가 아플 때(이미 아프다면 수면교육은 시작하지 말아야 하고요 –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수면교육 시작 후에 아기가 놀 때 엄마 눈을 안 맞추려고 한다던가,

놀 때 힘이 없고 의욕이 없다던가, 

이유식/수유량 등 섭취량이 현저하게 줄어들 때

아기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거예요.

 


아이가 아프고 나니 정신이 들더라고요. ㅎㅎ. 잠을 잘 자는게 먼저냐? 안 아픈 게 먼저다.

 

 

 

 

5단계(10-13개월): 깨워 재우기

이 시기엔 저에게 수면교육의 의미가 별로 없게 느껴졌어요.

어차피 젖을 물리든 안 물리든 재워주기만 하면 잠은 그냥 침대에서도 잤거든요. 자주 깨는 게 문제였어요.

자주 깨서 젖을 물리면 금방 자긴 했으니 별로 수면교육을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안 깨고 쭉 자주면 좋겠지만 말이예요.

치아 걱정도 안 한 것은 아니예요. 돌즈음엔 치과도 갔구요. 물론 밤수유 끊으라는 얘기 들었지요.

그치만 저는 인류의 과거를 믿어 보기로 했어요. 과거 모유가 제1영양원이었을 때 충치가 2% 미만이었다면 현재도 별다르지 않을 거라고요. (현재도 3,4살 되도록 모유수유를 하는 나라가 많아요. 우리나라는 부유국이지요.)

 

 

그래서 이 때 대신 적극적으로 쓴 것이 베위의 ‘깨워 재우기‘를 변형한 제 나름대로의 깨워 재우기였어요.

아이 깨는 시간, 깊은잠시간, 얕은잠 시간을 맞추는 것도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아이 자는 시간에 생각날 때마다 한번씩 살짝 깨웠지요.

시행 5일만에 8시간을 안 깨고 자주는 만행(!)을 해주었지만, 퇴행은 있었지요. ^^.

그래도 그렇게 몇주 해주고 나자 확실히 덜 깨고, 깨더라도 젖물리지 않고 토닥이면 자는 횟수가 늘어났어요.

여전히 울면 젖물리는 정책은 고수했고요.

 

 

여기서 잠깐!

깨워재우기란?

베위에서만 언급하고 있는 잠길게 재우는 방법인데요, 제가 살짝 언급하자면,

얕은잠에 들어섰다가 확 깨버리는 아기의 다시 스스로 잠들기 습관을 들여주기 위해서

아기가 깰만한 시간이전에 미리 가서 깨움으로서

아기 수면사이클을 잠깐 방해하면서 얕은잠에서 다시 잠드는 연습을 하는 것이지요.

그치만 베위 책 한권에서만 깨워재우기를 언급했더라면 아마 저는 시도하지 않았을지 몰라요.

어차피 우리나라에 깨워 재우기를 써본 사람은 없었고(베위 골드가 번역되기 전이었음)

서양선배맘님들 중에서도 실제 써본 사람의 경험담이 거의 없었지만,

당시 읽은 책 세 권에서 깨워 재우기를 언급하고 있더라고요.

 

 

 

6단계(14-17개월): 새벽 수유 대신 물컵의 물

깨워 재우기로 밤수유가 거의 없어졌긴 하지만,

아… 새벽 수유, 4-5시 경의 수유는 정말 좀처럼 없애기가 힘들더라고요.

 

저도 비몽사몽인지라 젖을 준 적도 있고 안 준 적도 있어요.

그러다.. 이젠 나도 새벽에까지 잘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새벽 수유 대신 컵으로 물을 마시게 하자, 는 생각이 들었지요.

 

아이에게 얘기를 했어요. 이제 깜깜한 밤(새벽)에는 엄마 쭈쭈 안 줄거라고. 미리미리 며칠 전에 얘기를 했어요.

돌 지난 아이에게 왠 얘기냐고요? 흐.. 호주의 유명한 내니가 6개월 아기의 잠문제를 고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를 의사소통으로 꼽았다고 한다면.. 돌 갓지난 아이에게 말하는 것, 오히려 늦은 것이지요!

그리고 밤잠의 잠재우기 의식 마지막에 한 과정을 더 추가 했지요.

물컵의 물을 마시고 늘 같은 자리에 물컵을 두게 하는 연습이요.

밤에 깨면 물컵은 그 자리에 있을 것이고 그 물을 대신 마시는 연습이요.

 

그렇게 며칠 연습을 한 뒤에

새벽 4-5시에 깨도 ‘엄마 쭈쭈 코자. 물컵에 물 먹으면 돼.’라고 얘기했고요…

 

독하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어요. 

제 아이 몸무게가 워낙 적게 나갔고 모유수유는 더 길게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새벽에 프로락틴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시간이기도 하니

새벽에 젖을 먹인다고 해서 아이에게는 해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피곤할 뿐이지요.

(그러나 그 피곤함도 몇개월 전 1시간, 2시간마다 깨던 피곤함에 비하겠어요?)

 

이건 며칠 했는지 기억도 없어요.

새벽에 깨서 아이 스스로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본 적도 있고

징징대면서 그래도 젖을 찾기에 제가 거절한 적도 있고요. (기억은 안나도 비몽사몽간에 젖을 준 적도 있을 거라 추측.. ㅠㅠ;; 비일관성)

그치만, 이 때는 울더라도 이미 제가 “비교적” 단호함을 알았던지

한번 크게 울고는 다시 잠들곤 했어서 며칠 했는지 기억도 안나요.

 

그리고 17개월 어느 날 보니,

제가 통잠을 잤더라고요!!

제 아이가 새벽에 깨서 물을 마셨는지 안 마셨는지도 모르고 통잠을 잤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지금껏 제 아이, 잠탱이예요.

밤9시에 방에 들어가서 아침8시에 유치원 가려고 깨우면 짜증내는 보기드문 잠탱이요…

떼쓰는 시기를 거치면서도 잠 안 자겠다고 떼쓴 적 없구요, 밤에는 자야하는 줄 알아요.

요새는 미운 일곱살 되었다고 취침시간을 늦추려고 온갖 노력을 하기는 하지만요,

제 아이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잠탱이네요.. ^^

 

사람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여러 책과 정보를 읽으면 저 역시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들었겠지요.

그래도 이게 제 경험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얼핏 저의 17개월 밤중수유가 참~~~ 평화롭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치만 잠버릇 고치기 2번의 시도가 있었고요,

그 시도 중간에 제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안눕과 비슷해진 경우도 숱하게 많아요.

잠이 든 줄 알고 눕혔더니 깨버려서 다시 안고

몇십분 동안 달래고 잠든 줄 알고 눕혔더니 깨버려서

다시 안고 달래고… 무한반복.

 

아기의 첫해, 얼마나 길었는지 몰라요. 암만 잠을 자도 아기는 그대로 인거 같았어요.

절대 잠이 좋아질 날이 오지도 않을 거 같았고요.

그리고 돌이 지나고 나서는………… 눈만 감았다 뜨면 아이가 쑥쑥 커버리는 거 같이 느껴져요.

돌 지나기 까지는 엄청 길었는데, 아이에게 두돌, 세돌이 있었나 싶게 순식간에 일곱살이 되었네요.

 

잠투정 아, 이렇게 심했던 아이가 내년엔 학교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