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씨] 우유 배달 아줌마

우유 배달 아줌마

  나는 매일 아침 우유를 배달해 먹는다.

  우유배달 아줌마는 하루도 잊지 않고 매일 아침 문 앞에 우유를

  하나 놓아 둔다.

  지난 가을부터 매일 아침 문 앞에 놓인 우유는

  여전히 오늘 아침에도 놓여 있었다.

  아마 2000년 1월 1일 아침에도 문 앞에 우유 하나가 놓여있지 않을까…

  나는 갑자기 뚱딴지 같은 생각을 한다.

  저 요구르트를 매일 아침 배달하는 아줌마에겐 2000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새천년이 되면, 밀레니엄이 시작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우유배달 신청하기를 바라는 희망?

  아니면…우유배달도 자동화되는 시스템이 생기길 바라는 희망?

  아니 어쩌면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이상에서는

  우유를 배달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

  나는 다시 내게 사람들에게 2000년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본다.

  우리는 새천년이란 거대한 마케팅에 점령당했다.

  2000년은 개뿔도 의미없는 것이다.

  그저 매일 아침 배달해 먹는 우유 하나 그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새천년에서 무언가 의미를 찾으려고

  너무나 헤매고 다닌 것은 아닐까?

  이제 난 다시 새천년의 의미를

  어제도 오늘도 문 앞에 놓여 있고

  내일 아침에도 어김없이 문 앞에 놓여있을 『우유』에서 찾으려 한다.

  우리에게 새천년의 의미는 새천년이 아니다.

  단지…새천년은 그간 지나온 역사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와

  다가올 미래가 함께 한다는 것에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