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원] 젊은 월드컵, 젊은 영웅들…

  대한민국의 맥박이 빨라졌다. 한국팀의 경기를 보며 연인 가슴 졸이는 국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월드컵을 계기로 다시 힘차게 고동치는 우리 사회의 활력을 말하고자 함이다. 더불어 지구촌의 심박수도 늘어났다. 세네갈을 필두로 한 젊은 축구팀들이,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기성이 강국들을 꺽는 파란 속에서, 세계는 다시 한 번 젊은 도전과 그 승리라는 건강한 생리 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21 세기의 대륙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이번 월드컵은 젊음으로 무장한 새로운 축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서 있다. 한국 대표팀 응원단인 ‘붉은 악마’는 세계 언론들의 찬사를 받으며 대한민국의 ‘영파워’를 세계에 과시했다. 이들의 조직적이고 우렁찬 응원은 전세계에 대한민국을 ‘젊음’과 ‘열정’의 나라로 각인시켰다.
  ‘붉은 악마’와 함께 이번 월드컵을 떠받치고 있는 ‘또 하나의 젊은 그룹’ 이 있다. ‘2002년 월드컵 한국-일본 자원봉사자’들이 그들이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들은 ‘붉은 악마’ 못지 않은 열정으로 이번 월드컵을 위해 뛰고 있다.
  이들에게 자원봉사란 월드컵조직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인 활동이 아니다. 경기장에서의 이변만큼이나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속출하고 있는 그라운드 밖에서, 이들 자원봉사자들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누구의 지시도 바라지 않고 스스로 위기를 해결한다.
  수원에서 야간 경기가 끝난 뒤 바이롬사가 정해준 호텔이 과천에 있다는 사실에 당황하는 프랑스 기자를 도와 근처 호텔로 안내하는 일,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취재하고 싶다는 남미 기자들에게 우리의 보양 문화를 설명하고, 친절하게 성남시 ‘모란시장’까지 안내하는 일, 이 모두가 자원봉사자 활동 지침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월드컵 자원봉사자들이 기꺼이 맡고 있는 일들이다. 이들 젊은 자원봉사자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고, 50대의 또다른 자원봉사자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에 대한 모든 편견을 씻어버렸다고 말한다.
  그들은 더 이상 기성세대의 걱정을 사던 개인주의적이고 나약한 젊은이들이 아니었다.
  붉은 마가의 투혼이, 자원봉사자들의 땀방울이 우리 사회를 젊게 한다. 젊음이란 전염성 강한 열병과 같아서, 그들과 함께하는 이상 생물학적 나이는 어느새 거추장스런 숫자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열린 이번 월드컵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 영국에서 온 한 기자는 ‘젊고 활기찬(young and vivid)’이라는 두 단어로 대답하지 않았는가.
  젊어진 대한민국, 젊어진 월드컵, 그리고 우리의 젊은 영웅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박희원
                                                       동아일보 월드컵 자문위원
                                                       외국어 자원 봉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