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씨] 너 빨리 배꼽 눌러봐…

너 빨리 배꼽 눌러봐…

사랑이란 이름으로..
무엇이 농담이고 무엇이 진담인지 모르게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랑한단 말은 한번두 들어본 적 없을 뿐더러..
사귀자는 말 한번 안 해준 사람입니다.

어느 날 학교에 가니 나를 보는 사람들마다 숙덕숙덕 거립니다.
내 욕을 하는 양 싶어 다짜고짜 묻는 내게..그러더군요.

"둘이 언제부터 사귀는 거야? 응? 비밀일게 따루 있지"

"응?"

내 변명이 시작되기도 전에..

"내가 100일을 쫓아 다녔잖아~~" 하며 느글거리는 모습이라니..

우린 그 날부터 본의 아닌 C.C 가 됐습니다.
캠퍼스 커플인지. C발*C발* 커플인지 말입니다.

그래두 사귀는 사이니까.
우린 데이트를 자주 했습니다.
따뜻한 커피한잔 하자는 말에..
시원한 소주한잔 사주구는 자기혼자 다 취하더군여.
이런…

스포츠 좋아한다구 했드만..
새벽부터 전화해서 농구하자구 매일 깨우는 거 아닙니까.

키도 쪼만해서 내가 지를 어떻게 상대합니까.
쳐다만 봐두 목이 아픈데..

우리집이 당구장을 했는데..
지가 당구를 젤루 좋아한다나 하면서..
내가 세상에서 젤루 싫어하는 당구를 매일 매일 치자구 하는 겁니다.
공굴러가는 소리만 들어도 경기 일으키는 내게 말입니다.

그애와 난 절대 어울릴 수 없는 커플이었습니다.

원래 날짜감각 없는 난.
100일이나 200일 따위는 아무 감각 없이 지나갑니다.

그러나 그 애..
항상 그애가 날 괴롭혔습니다.

캄캄한 밤중 집앞에 놓인 소포 꾸러미..
‘축100일’ 이라는 글자에 감격 받은 난 또 그애의 성격을 까먹었습니다.
소포를 풀러보니 …

시꺼먼 고양이가 날 노려보는 겁니다.
난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뒤에서 ‘이노옴~~’하며 내다리를 붙잡는 바람에..
한번더 서비스로 기절했습니다.

정말 정떨어지는 놈입니다.

200일이 두려웠습니다.

200일이라고 무사할리 없져..

겨울날 집앞에 물 뿌려 놓구서는…
그 날 뒤로 넘어져서 뇌진탕 아닌가 싶어 병원 갔드만..
전치 3주라구 팔 기부스하고 누워있었다는거 아닙니까.
그애는 항상 깜짝쇼를 준비했지만..
내게는 쇼킹이었을 뿐입니다.

헤어지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좋은 날을 잡아..
시간좀 내달라는 말에..

‘언제 갚을 건데..’ 하는 이 썰렁한 놈.
꾹 참았습니다.

이제 헤어질 건데 머 …

"우리 끝내" 어렵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종이 뭉탱이를 주더니..
"빨리 숙제 끝내"하는거 아닙니까.

난 그애를 이제 포기해 버렸습니다.

전화를 걸어 헤어지자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이런 말이 나오더군여..

그애 목소리로.
"지금은 통화하실 수 없는 지역이오니.."
핸드폰도 아닌 일반 전화기에서 말입니다.

난 처음으로 그 날 그애 앞에서 울었습니다.
좀 진지한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고..
농담 같은 사랑은 싫다고..
가끔은 기대구 싶다고..
대화를 하고 싶다고..
사랑한단 말..
어렵게..
고백하고 싶다고..

난 처음으로 그애 앞에서 눈물 을 보였습니다.

그 날 이후로…

그는 장난을 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날 끌구 다니지 않고, 다정히 손을 잡습니다.
날이 추울 땐 웃옷을 벗어주기도 합니다.
내 옷두 뺏어 입던 놈이 말입니다.

드뎌 1주년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사귄지 벌써 1년이나 되었단 말입니다.

맘속으로 맹세를 했습니다.
이번에도 이번에도 장난스러운 선물을 한다면..
이젠 꼭 헤어질꺼라고..
이번에도 엽기적인 장난을 하면..
뒤돌아보지 않고 갈꺼라고..

그러나 그가 변하면 머합니까.
그애 친구가 다 그애 같은걸.

그애 친구들이 깜짝 이벤트라며..
날 자동차 안으로 막 밀어넣구 납치를 했습니다.
그 날 뒤에선 그애가 혼비백산해서 쫓아오구..
엽기적인 그애 친구는 프로게임으로 운전하다가..그만..
그 날 세상 마감하는 줄 알았습니다.
또, 전치3주 나왔습니다.
이놈의 왼팔 기부스 풀을 날이 정말 없습니다.

화가 났지만..
그애 혼비백산했던 얼굴이 떠올라 꾹 참았습니다.
아마도 정말 잘하려구 노력하는거 같아서 말입니다.

암 말두 안했습니다.
내딴엔 화가 나는 걸 꾹 참느라구 말입니다.

우린 그런 방식으로 사랑을 했습니다.
난 그런 그애가 참 좋았습니다.
날 사랑한다는거 하나는 진심이란 걸 알았기 때문에…

하지만 지겨울 때두 참 많았습니다.
어느덧 한해가 다 저물고 이제는 대학 졸업반입니다.

취업때문에두 고민이구..
졸업논문에 졸업작품에 학점관리에 …
아마두 바쁜 한해가 될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애는 실력이 뛰어난지라 이곳 저곳에서 연락이 온거 같습니다.
근데 그 애가 배가 불렀지..
안가겠다구 버티는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결국 쌈이 나구..
화두 내구..
자존심 상하는 아픈 말들도 참 많이 했습니다.
아마도 내 자격지심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애는 내게 변명을 해 보려구 했지만..
난 기회를 주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게 절실했던 취업문제가 그애에게 대수롭지 않은게 화가 났었나 봅니다.
우린 그렇게 헤어지구..
아니 일방적으로 내가 헤어지자구 한거지요.
난 그 날 그애의 우는 모습을 첨으로 봤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구 전 이제 취업을 한지 좀 됐습니다.
물론 우리가 헤어진지 좀 됐다는 말이지요.

난 집 근처로 취업을 나왔고..
간간하게 그애 소식이 궁금해지곤 합니다.

다시 겨울이 다가왔습니다.

그애에게 편지가 왔습니다.
아마도 그애가 세상에서 첨쓰는 편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근데 편지가 한 통이 아니더군요.

그애는 매일 날 만날 때마다 편지를 썼던 겁니다.

영화를 보면서 제가 그런 말을 했답니다.
사랑한단 말 흔하게 하는 사람 넘 많아서 사랑을 못 믿겠다는 말..
그래서 한번도 사랑한단 말 못해봤답니다.

이상형이 머냐는 말에. "잼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건 정말 저두 압니다.

나 술마시면 가끔 사랑한단 말 꼬장처럼 하는거 듣구싶어서..
매번 못 마시는 술을 먹었다는 이야기.

동물을 길러보구 싶다는 말에..
지딴엔 까만 고양이가 귀여워서 사왔겠지만.
여자들이 까만 고양일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미처 몰랐던 겁니다.

한겨울에 살얼음에서 조마조마 하게 썰매 타본적 있냐는 말에..
울집앞에 썰매장을 만들었답니다.
밤새워 직접 만든 썰매를 뒤에 감추고 날 깜짝 놀래켜 주려구…

그애 친구들이 여자친구 한번 보여 달랬는데..
한 놈이 넘 바람둥이라서 소개 안시켜 줬답니다.
그래서 그 바람둥이 넘이 아마 그애 심장 떨리라고 날 납치했답니다.
그애 눈엔 넘이 찝쩍될만큼 내가 잘나 보이나 봅니다.

지적인 남자가 좋다 길래..
똑똑한 남자랑 결혼한다길래..
지나가는 말루 ‘대학원 가지 그래’ 한마디 땜에..
취업자리 다 포기하구 공부만 했답니다.
그래서 내가 가구 싶어하던 대학원에 합격했답니다.

끝까지 눈물 안보이려 했는데…
막상 헤어지려니 눈물이 나오더랍니다.

바보같은놈.

전 변명할 기회두 주지 않았던 겁니다.

때론 표현하지 않으면,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오해할 때가 많습니다.

아직 자존심 때문에 미안하다는 말두 못했습니다.
어쩜 안할지두 모르겠습니다.

돌아오길 기다린다는 마지막 편지에..
난 미안하다는 말을 했습니다.(마음속으로)

난 어쩜 그애 눈에 더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할 년일꺼 같아서 입니다.

그때 그 까만 고양이 버릴 수가 없어 길렀더니..
아주 귀엽습니다.

호랑이 새끼 같습니다.
별반 크지도 않습니다.
아마 내 마음의 크기만큼만 자라는 고양이 인가 봅니다.

그애가 아무리 엽기적이라 할지라도 울리지 말아야 겠습니다.
이젠 장난같이 은근슬쩍 연인사이가 될 수 없을지라도..
어쩜 낭만적인 프로포즈를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나 아직 그애에게 사랑한단 말 한번두 못 들었습니다.
내가 술에 쩔어있을때 남몰래 했는지는 몰라두..

나 암만해두 그애를 닮아가나 봅니다.
오늘 그애에게..
처키가 칼들구 노려보는 인형을 소포로 보냈습니다.
배꼽을 누르면 음침한 목소리루..
"사랑한다구 안 하면 죽는다’ 라고 떠드는 인형…

오늘 그애가 울면서 전화를 했습니다.
"내가 그렇게 싫어? 응? " 그러더니 뚝 끊어버립니다.
아직 배꼽을 안 눌렀나 봅니다.

낼 전화해서 말해야 겠습니다.

"너 빨리 배꼽 눌러봐 "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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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무명씨…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중한 작품들을 애도하며…

                                    사랑은 만들어 가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