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철] 우연 <10>

우연 #10

철이: 신일병이 돌아왔습니다.

        이녀석이 진짜 개기는데요. 사진을 가져왔기는

        한데 주기가 아깝다는군요.

        이 녀석이 간이 배밖으로 나왔나?

        그녀를 만났답니다.

        엉? 그녀가 돌아왔어?

        예 그렇습니다.

        너 설마 내 얘기는 안했겠지?

        애인이 맞냐고 물어봤습니다.

        야~. 하 죽같네…

        참말로 난감한 녀석입니다.

        이제 그녀를 보면 무조건 도망을 가야겠군요.

        이녀석을 받아버리고 영창을 가 버려?

        그런데 녀석이 몰래 그녀의 독사진을 훔쳐왔다고 했습니다.

        일본에서 찍은 사진이군요. 헤헤 이것 때문에 봐줬다.

        이제 잠자리에 들면서 그녀를 그리기가 쉬워졌습니다.

        그녀는 더 예뻐졌군요.

        소녀티에서 이제는 완연한 아가씨의 모습입니다.

민이: 현석이가 군대로 돌아갔습니다.

        조금 섭하군요. 호호 비슷한 녀석들끼리 잘 살고 있나봅니다.

        석이가 그의 욕을 많이 하긴 했지만 친한사인거 같았습니다.

        오늘은 내일 유럽으로 떠날일과 그의 생각 때문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철이: 또 여름이 지쳐 녹음이 들고 그 또한 바래 버리면

        가을이 오겠군요.

        날씨는 점점 더워지는데 이런날씨에 유격훈련이라니…

        신일병 죽으면 안돼… 첫해니까 많이 힘들겁니다.

        땀으로 지친몸이 끓고 있습니다.

        잠시 쉬면서 녀석한테 물을 건네었습니다.

        자대로 돌아가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민이: 런던의 어느 호텔에서 같이 떠났던 사람들과 인사를 했습니다.

        다들 좋은 사람들 같이 보이는군요.

        여자가 훨씬 많았습니다.

        남자들은 군대문제 때문에 해외여행에 에로사항이 있다는군요.

        호호 그는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요?

        후배녀석을 괴롭히고 있을까요?

철이: 일주일동안의 유격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하하 이제 곧 제가 병장이 됩니다. 병이 아니라 장입니다.

        날씨가 더워 뭐 별 할일도 없습니다. 풀이나 잘랐지요.

        이눔의 풀은 뽑아도 끝이 없습니다.

        빨리 휴가날짜가 와야하는데…

민이: 호호. 이런곳도 있구나. 놀랍습니다.

        친구와 전 참으로 놀랐습니다. 다 벗고 다닙니다.

        사람들이 기분좋은 잔디밭에 앉고, 누워

        옷이란 옷은 다 벗어 버리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에그 민망해라. 남자가 이상한걸 덜렁거리며

        우리앞을 지나갔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해가 떴나봅니다.

        다른날보다 사람이 많다고 하는군요.

        난 지금 뮌헨의 잉글랜드 가든에 와 있습니다.

        이런 멋(?)있는 곳에 와 사진을 안 찍으면 안되겠죠.

        호호 저기 남자, 여자가 옷을 다 벗고 나란히 누워있군요.

        찍어볼까요? 그 둘을 앞에 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헤이. 모하는기고.(독일어나 불어.)

        엉?

        여기서 사진찍으면 오짤라고 그러는기고

        기분더럽데이…(독어나 불어)

        무슨 말하는거야. 홧?

        아무래도 누워있던 둘이가 화가 난거 같습니다.

        여기서는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나봅니다.

        에.. 위아투어리스트.

        웨어라퍼럼. 아유코리언?

        왜 그사람이 우리보고 바로 한국사람이냐고 물었을까요.

        기분이 별로네요. 홀라당 다벗은 놈하고 이렇게

        이야기까지 하게 될줄이야.

        녀석의 표정은 분명 기분이 좋지

        않은거 같았습니다.

        와타시 니혼징데스 간곡짱데와 아리마셍.

        홧? 아유제퍼니스?

        오예. 아임 제페니스.

        친구와 둘이는 바로 일어서 도망을 쳤지요.

        국적을 속인건 가슴아프지만 한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키진 말아야겠기에.

        사진나오면 스켄해서 인터넷에다 띄워버려야지.

철이: 말병장한테도 면회를 오는군요.

        최고참 면회따라나가서 뭐 좀 얻어먹고 왔습니다.

        신일병생각이 나서 몇개 줏어다 주었더니 좋아합니다.

        사진 때문이야 임마.

민이: 조명에 노랗게 물든 파리의 에펠탑을 보며

        저녁을 들고 있습니다.

        아름답군요. 내일은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한국은 새벽이겠군요.

        여기는 선선한 바람이 불지만은 한국은 참 덥겠습니다.

철이:새벽하늘 별이 참 많습니다.

       총알도 없는 총을 들고 화약고를 지키고 섰습니다.

       부대뒤의 산에 올라서면 서울이 보일까요?

       지금은 빛을 잃고 잠들어 있겠군요.

       새벽이라 한여름인데도 시원합니다.

민이: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십일도 채 못되었지만 시차적응이 안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내내 졸았습니다.

        피곤합니다.

        집에 들어가면 샤워부터하고 한숨 푹 자야겠습니다.

        사진찾고 여행갔던 사람들과 다시 만나도 봐야되고

        며칠간 좀 바쁘겠습니다.

철이: 딱 열흘 남았습니다. 하하 휴가나갈일 말입니다.

        날씨는 덥고 졸음이 많이 옵니다.

        신일병이 내 눈치를 보며 어디를 갑니다.

        불쌍한 놈 넌 언제 제대할래?

민이: 학교 동아리방을 갔더니 현석이한테서 편지가

         와 있었습니다. 치.

         그 몰래 편지쓰느라 글씨가 엉망이니 이해해 달라는군요.

         그가 나한테 편지쓰는걸 보면 또 그의 편지를 자기봉투에다

         넣어 보낼 것 같다며 말입니다.

         이 녀석아. 내가 너한테 잘해준 것 중 가장 큰 이유가

         그와 닮은 분위기 때문이었는데… 그래 잘했다.

         그의 편지가 있었다면 너의 이 편지는 푸대접을 받았겠지?

         친구가 녀석 면회한번 가자고 합니다. 그럴까요?

         잘하면 그도 볼 수 있겠군요. 날짜를 잡았습니다.

철이: 드디어 휴가를 나갑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장장 팔개월만에 나가는 겁니다.

        중간에 포상휴가도 있었지만 대대장이 바뀌는 바람에

        취소가 되었습니다.

        억울하지는 않습니다. 이번휴가에 붙었거든요.

        내 팔 한쪽에 짝대기 네 개가 달렸습니다.

        나도 이제 병장입니다. 성병장.

        어감이 좀 이상하군요.

        성병~장님 잘 다녀오십시오.

        신일병 저 녀석을 한대 패버리고 나갈까요?

민이: 야했던 사진들은 사진관에서 한장도 현상을

        해주지 않았군요. 혹시 사진관 아저씨가 자기만 뽑아가지고

        밤마다 보는건 아닐까요?

        며칠동안 여행갔다온 사람들과 재밌게 놀았습니다.

        학교는 못가봤지요. 참 후배누구를 꼬셔야 하는데요.

        석이 면회갈려는데 그 누구가 석이가 좋아했던 여자거든요.

        자기가 왜 가냐며 빼고는 있지만 갈 것 같습니다.

        어감이 그랬어요.

철이: 학교는 또 썰렁합니다.

        한창 방학중이라… 앗 이럴수가? 자전거 타고 다녔던

        친구가 군복을 입고 학교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휴가 나왔나 봅니다. 핫핫하.녀석은 이제 짝대기 세 개군요.

        같이 놀아주기가 그런데요. 자기도 심심했나 봅니다.

        나를 발견하고 나에게로 짤래짤래 다가왔습니다.

        그래 한잔 해.

        학교에 소주를 사가지고 들어왔습니다.

        낯익은 건물 앞 벤치에 앉아 술을 먹었습니다.

        둘이서 밤늦게까지 소주 몇 병을 들이켰습니다.

        하하. 지금 심정같으면 그녀에게 사랑한다고도

        말할 자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마주쳐지지 않았습니다.

        캬 좋다. 읔. 벤치 위에서 자다가 밤에

        수위아저씨한테 걸렸습니다.

        녀석은 어딜 간거야?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는데 할증료를 물어야 했습니다.

민이: 사대 앞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갈 사람은 차있는 남자선배하나, 나와 친구.

        그리고 녀석이 좋아하는 여자후배 이렇게 넷입니다.

       일찍 출발하려고 8시에 모이기로 했습니다.

       벤치 밑에서 군복 입은 누가 자고 있습니다.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 줄 모르고 자고 있습니다.

       낯이 익군요. 자면서도 모자는 똑바로 써고 잡니다.

       선배오빠가 그 모습을 보더니 혀를 끌끌 찹니다.

       자기 때는 안그랬다며 겨우 상병 휴가 나온거 같은데 빠져도

       너무 빠졌다고 합니다. 그런거 같네요.

       부대로 갔습니다. 10시가 조금 못되었습니다.

       석이가 참 반가운 표정을 짓습니다.

       그럴 겁니다. 예쁜 여자가 세 명이나 왔는데요.

       여자후배는 안 올려고 하더니 말은 자기가 다하는군요.

       고개를 돌려 부대를 보았습니다.

       이곳에서 그가 군생활을 하는구나…

       군인들이 왔다갔다 합니다. 새까맣게 모두들 탔습니다.

       그의 소식이 궁금하군요.

       석아? 너 고참선배는 지금 뭐하니?

       누구요? 성병장님이요?

       응. 못 불러내니? 먹을 것도 많은데…

       불러낼수 있죠. 아 맞다. 사흘전에 휴가 나갔는데요.

       치. 그와는 자주 우연으로 마주쳐지기도 하지만

       어긋나기도 자주 하네요.

       그가그럼 서울에 있겠군요.

       돌아가면 학교 도서관에 가봐야겠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