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웅기자의 촉촉한 시선] 그대, 영원한 ‘라디오 스타’


신문사들이 얼마만큼 잘 보관해줄지 몰라

좋은 기사는 따로 보관을 해요…



게다가 좃선일보이다 보니 더 믿음이 안 가서….

오늘 박중훈씨를 twitter에서 발견하고

이전 기사 검색해서 실어 봅니다.

삭제를 원하시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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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어수웅기자의 촉촉한 시선] 그대, 영원한 ‘라디오 스타’

http://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1/05/2007010500091.html



엊그제(3일) 밤 충무로 뒷골목의 한 삼겹살집. 신문에 날 일이 벌어졌다. 배우가 기자에게 밥을 산 것. 이 훈훈한 미담(^^)의 주인공은 안성기와 박중훈. 지난해 9월 개봉했던 영화 ‘라디오 스타’의 뒤풀이로 영화담당 기자를 초대한 자리였다. 개봉 영화 홍보기간을 제외하면 배우 그림자조차 보기 힘든 게 최근 영화계의 현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분명 유례가 드문 일. 소주잔을 날렵하게 들이켜던 이준익 감독은 “나한테 돈 내라고 안 할거지? 진짜 성기 형하고 중훈이가 내는 거 맞지?”라고 되물으며 연방 너스레다.




▲ 삼겹살집의 박중훈 라이브공연 / 어수웅기자



우스개 섞은 농담으로 시작했지만, 이 칼럼을 쓰는 이유는 ‘라디오 스타’가 지닌 희귀한 매력 때문이다. 한물간 가수와 그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매니저의 볼품없는 삶을 그린 이 영화는, 미학적 돋보기를 들이대면 여러 소리가 나올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경험하는 묘한 충만감은, 돋보기를 들고 싶다는 생각 자체를 접어두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박중훈은 이날 ‘치유’라는 단어를 썼다. 이번 영화를 통해 개인 박중훈, 배우 박중훈도 치유받은 것 같다는 고백이었다. 영화 속에서 그가 맡았던 역할은 ‘왕년’의 가수왕. 이제는 선택의 종류가 많지 않은 나이가 된 연기자를 보면서, 영화 속 캐릭터와 실제 삶의 이력이 자주 겹치는 인상을 받은 건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좋은 영화는 관객뿐만 아니라 연기하는 배우에게도 치유의 기적을 가져다 준다는 교훈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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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날 밤 읽었다는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한 구절을 소개했다. 화살이 멀리 날 수 있는 이유는 활이 그만큼 자신의 몸을 구부렸기 때문이라는 것. “성기 형과 내가 이렇게 사랑 받을 수 있게 된 이유는 이 영화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몸을 굽혀줬기 때문”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술자리가 이렇게 숙연하고 진지했던 것만은 물론 아니다. 마흔 살 박중훈은 열네 살 위인 ‘성기 형’ 앞에서 끊임없이 어리광을 부렸다. 지난달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 공동수상 때 화제가 됐던 소감을 흉내내며 “이번에 고목나무에 꽃피신 분”이라고 ‘성기 형’을 소개하더니, “내가 알고 있는 배우 중에서 혼외정사를 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라고 마무리해 자리에 앉아있는 대부분을 쓰러뜨렸다.



점잖은 ‘형님’은 그저 웃기만 하실 뿐이었고.



참, 이날의 하이라이트를 빼놓을 수 없다. 불판 위의 삼겹살이 바닥을 드러낼 즈음, 박중훈이 갑자기 앞으로 걸어나갔다. 저녁 자리에 오기 직전 낙원상가에 가서 40만원 주고 구입했다는 통기타를 들고. 창틀에 기대 앉더니, ‘라디오 스타’ 주제가였던 ‘비와 당신’을 부른다.



“이젠 괜찮은데, 사랑 따윈 저버렸는데 바보 같은 난 눈물이 날까…” 노래가 끝날 즈음, 안성기가 핑크색 우산을 들고 다가갔다. 영화의 라스트신은 삼겹살집에서 재연됐고, 너나없이 술잔을 부딪쳤다. 아무래도 오늘 밤에는 DVD로 출시된 ‘라디오 스타’를 돌려봐야겠다.


입력 : 2007.01.05 05:51 / 수정 : 2007.03.30 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