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이스는 손이 이쁘다
정확히 말하면 손등까지만 이쁘다… -_-;;;
손가락은?
유난히 못 생겼다…
손톱은 갸름하게 못 자르고, 모두 일자로만 자른다.
젊은 놈이 벌써부터…
마디가 굵다 못 해 고목 껍질처럼 생겼다…
주먹을 쥐면 “뽀독뽀독” 아름다운(?) 소리도 난다… —
손이 그렇게 된 이유를 대자면 아무래도
징한 아르바이트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고등학교 때부터 틈틈이 시작해서…
대학교 4년동안 학비도 벌고 용돈도 번다고
나름대로 고생한 눈물의 상장이 바로 손이다.
평소에는 돈 없어서 알바하는게 그리 자랑거리도 아니기에
(대학 들어가서는 이상하게 그런 것들이 꿀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알바경험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스에겐 알바가
‘간접사회 경험’이라는 조금은 사치스런 경험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수단이었다.
몇개월전 어떤 모임에서…
술자리에서 얘기를 하다가 한 아이가 툭 내뱉은
” 난 너희들처럼 곱게 자라지 못 했어..”
라는 말에 울컥한 적이 있다…
그리고 얘기를 시작하는 그 아이의 알바 경험…
각종 아르바이트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들과 팁과 노하우들을
얘기하는 그 아이에게 옆에서 맞짱구치면서 들으니
다들 놀랜다. –;;
너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고…
“해봤으니깐 알지…”
쟁반짜장을 먹지 않는 이유도 다 불었다.
그것도 잠깐이나마 짱께로 일하면서 얻은 팁아닌가 –;
어떤 알바를 해도 프로가 되고 싶었다.
피씨방 알바를 하면 그 피씨방 화장실은
서울 어느 피씨방 화장실보다 깨끗하게 만들었고,
과일 도매상을 하면 소매상 아저씨 아줌마들의
가게 이름을 다 외우고… 오버해서 천하장사가 되기도 했다.
웬디스에서 일할 때는 이른 아침에 찾아오는 외국인 강사가
꼭 나에게만 스크램블 에그를 주문할 만큼 주방에 몸 바치고…
추운 겨울… 군고구마 장사를 할 때는 시간시간 지나가는 사람들의
퇴근시간, 간식시간을 모두 기억했다.
노가다를 할 때는 첨엔 공구이름들 잘 못 알아듣는다고
핀잔도 많이 들었지만… 밥 잘 먹는 곰탱이로 이쁨 받았다.
술집 지배인으로 있을 때는
내가 쉬는 날에는 파리가 날릴 정도로 손님들 휘어잡기에
온힘을 기울이고…
과외를 할 때는 내가 가르친 학생은 머가 달라도 다르다는 얘기를
듣기 위해 과외받는 학생보다 더 열심히 예습/복습을 했다.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았다고 잠시 생각한 적도 있지만…
선배들을 만나면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는게 사실이다.
선배 중에는 쉼없이 계속 알바를 해서 100개를 채운 사람도 있다.
( 20개 넘는 알바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만만했었다가
조용히 찌그러졌다…( __) )
무던히… 계속 자기를 채찍질하는 그 선배가 나에겐 귀감이 된다.
세상에 온갖 부패하고 타락한 이들이 있어도
잘 돌아가고 있는 건
그 선배같이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아름답게 산 사람은 손이 추하게 생겼을지언정 품격이 있다.
후에 누구를 만나던 간에 악수할 때
자신감있게 내밀 수 있는
아름다운 손을 만들고 싶다…..
손
200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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