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상의 노래
노을이 지는 언덕 위에서 그대 가신 먼 곳 머언 나라를 뚫어지도록 바라다
보면 해가 저물어 밤은 깊은데 하염없어라 출렁거리는 물결 소리만 귀에
적시어 눈썹 기슭에 번지는 불꽃 피눈물 들어 어룽진 동정 그리운 사연 아
뢰려 하여 벙어리 가슴 쥐어뜯어도 혓바늘일래 말을 잃었다 땅을 구르며 몸
부림치며 궁구르다가 다시 일어나 열리지 않는 말문이련가 하늘 우러러 돌
이 되었다.
…김 관 식
내겐 잊혀지지 않는 가을 얘기들이 참 많지…
항상 그 곳들…
얘기들 마다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의 내가 있지…
한 때는 여자친구가 생기면 시를 들려주고 싶노라고
열심히 좋은 시들을 외우고 다닌적도 있었지…
길거리에서도 외우려고 메모장 빼곡이 적어다니며
외운 적도 있었고,
잠자리에서 천장을 바라보고 한수 한수 외우며
흐믓해하며 잠들곤 했던 적도 있었지…
그 중에 가장 운을 맞춰가며 낭송할 줄 아는 시가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였지…
어느 날인가…가을 밤…
며칠 사이 친해진 어떤 아이와 통화를 하다
『별 헤는 밤』을 들려준 적이 있지…
시를 듣다.. 갑자기
"참 좋다…우리 지금 만날까?"
하며 날 놀래키는 아이를
밤이 늦었다고 다음날 만나자고
달래고 달래서 재우고
그 날 밤
난 열심히 괜찮은 시 한 수 외우겠다고
밤을 꼬박 새웠었지…
혹시나
중간에 모르는 단어를 물을까봐 열심히 사전도 찾아보고
발음이 어색해 수백번이고 계속 연습을 했지.
그리고 다음날
고수부지에서 노을 지는 한강을 바라보며
조용히 나지막하게
나의 수줍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지…
시낭송이 끝나자 그 아이는
아무말 없이 내 어깨에 머릴 기대고
꼼짝 않고 몇시간을 그렇게
강물만 바라보았지…
그냥 막연히…
영원했으면 했던
순간들…
그렇게 가을 밤은 깊어만가고…
아직 그 가을 속엔
나와 그 아이가 어깨를 기대고
해 저물던 모습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아있는데…
….
..
.
가을이 되면…
그때가 무척 그립지…
….
————————–+
시 한편을 들려주고 싶다고
상기된 얼굴로
더듬거리며 시낭송 하는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아직도 있을까…?
혹시,
청승이나 유치라고 나무라지는 않을까….?
그래도…
아직도 난 열심히 외워본다…
00.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