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말문을 여는 지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말다툼을 했다.

할머니는 몹시 화가 나서 남편과는 말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할아버지는 어느새 말다툼에 대해서 까맣게 잊어 버렸으나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모른척하며 여전히 침묵 시위를 계속했다.

답답해진건 할아버지였다.

입을 열도록 해야겠는데 방도가 없었다.

결국 벽장과 서랍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옷장 밖으로 옷이 내팽겨쳐지고 경대에서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쏟아져 방안에 뒹굴기 시작했다.

이 일이 얼마간 진행되자 할머니는 더 참을 수가 없게 되었다.

“도대체 뭘 찾고 계시오?”

할머니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제야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이제야 찾았구먼.”

그러자 할머니가 매우 궁금하다는 듯이 한마디 하고 나섰다.

“뭘 찾았다는 말이오?”

이때 할아버지가 환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 목소리를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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