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
오늘도 어김없이 이스는 학교에 갔다.
날씨가 추운데 따뜻한 바지가 없어 할 수 없이
갈색 "고리땡" 바지를 입고 갔다.
(혹자들은 이걸 보고 골덴바지란 부르기도 한다… -_-)
평소 즐겨입는 회색 코트와 함께…
(사실 카키색 코트랑 이거 두개밖에 없다 -_-
벌써 5년째이다… -.+)
입고나니 역시 어정쩡…
이스만의 그대로의 분위기이다…
역시 98% 모자란 아이…이스…
나 밖에 도저히 낼 수 없는 분위기이다… -_-
짧아서 복숭아뼈까지 올라오는 통 열라 넓은 힙합형 바지에
(남들은 깍두기형 바지…
혹은 배바지라고도 한다 – 배 나온 아저씨들만 입는 바지)
허리띠를 졸라 메고…
속에다 하도 껴입어서 덩치도 열라 커보이는 상위도 입고…
목도리도 이게 목도리인지… 그냥 원단인지…
걍 큼직한 걸로 똘똘 동여맸다.
머리도 덥수룩…
검정 구두도 후줄근…
언밸런스 그 자체다…
누가보면 간첩인줄 알겠당… -_-
흠…역시…
짐승이 따로 없다…
자세히 보니 곰이다. —
아~
계속 이러고 살아야 하나…
하지만… 문제 없다…
지금껏 요모양으로 살았는데…
머 꿀릴게 있나…? -_-;;
믿는 건 나도 가끔 무서운 나의 뻔뻔스러움…
역시나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쳐다본다.
원래 웃음이 많은건지…
문 옆에 어떤 아가씨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아주 걍… 자지러진다… –+
눈빛들이 따갑다…
너무 신기한 옷차림인가…?
동물원 원숭이 기분이 아마 이럴꺼야…
휴~… 쑥쓰럽구만… -_-ㆀ
그렇게 고생고생 학교에 갔다…
젝일… 어떤 아줌마는 가다말고 갑자기
쒹 뒤돌아서서 내 모습을 한 번 더 보고는
환한 미소를 날리며 총총 사라진다…
도서관에 도착…
사물함에 책을 꺼내러 휴게실로 간다…
핫…중간에 만난 ㅇ군…
[ㅇ군] : 컥..풋..풋풋…푸하하하…
깔깔깔…
은성아…
역쉬 너 밖에 없어…
[이스] : 왜 이 돼지야…
[ㅇ군] : ㅋㅋ 내가 요새 심란한 걸 어떻게 알고…
나 살기 싫어한다는 걸 누구한테 들었냐?
날 웃기기 위해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하고…
넌 정말 좋은 친구야…
정말 고맙다… 역시 너밖에 없다…
[이스] : 헉…
그래 -_-
졸지에 이스는 좋은 친구가 되버렸다…
좋은 친구가 되는 법 그리 어려운 것만 같지는 않다…
금년에도 아예 옷을 사지 말아야겠다…
난 그냥 좋은 친구로 남고 싶다… -_-
————————————+
아마도 이스는 전생에 곰이였나보다…
그래도…
난 아직도 이대로의 ‘나’가 좋다…
이대로의 나를 받아주는 이들이 너무 고맙다…
그래서 산다…^^
01/2/14 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