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에게 박수를 中

오필리어   당신 이름만이 제 원수가 됐을 뿐예요.

           비록 몬테규 성이 아니더라도 당신은 당신이에요.

           아, 다른 이름이 되어 주세요. 도대체 몬테규가 뭔데요. 이름이 뭔데-

오필리어 (노래) 장미꽃 잔인한 향기는 그걸 뭐라고 부르던 장미향

                민들레라 부르건 살구라 부르건

                아니 한여름 들판에 썩어 가는 죽은 들쥐에 내장이라 불러도

로미오  잔인한 향기. 장미꽃 향기가 잔인해.

오필리어 (노래) 잔인한 장미꽃 향기 이내 눈멀고 귀멀고 속 타는

                못 보고 못 듣고 쓰리고 아프게

                아니 눈감고 귀 막고 뒤척임에도 내내 잠조차 재우지 않는 향

로미오  그게 뭐야.

오필리어  잔인한 향기지. 사랑을 전하는 향기. 사랑은 잔인한 거예요.
            
          교본도 없고 연습도 없고
        
          그냥 느닷없이 찾아오면 혼자 부딪혀서 깨져야 아는 거니까.

          잔인한 (사이) 아니다. 사랑이 뭔데. 잔인하다고 부르건 지독하다고 부르건

          사랑이 사탕이 되는 건 아니니까. (사이-도리질 친다)

          모르겠다 나도. 어쨌든 로미오- 난 이름 같은 건 신경 안 쓰니까.

          그냥 아무 것도 바꾸지 말고 날 가져요-

로미오 (노래) 이 밤과 불면을 쓰다듬는 저 너그런 달을 걸고 맹세해

              나도 그만 모르게 여기까지 달려온

              아니 모른 척 아닌 척 시침떼고

              실은 빛 따라 달려왔지 숨가쁘게

오필리어   달에 두고? 달에 두고 맹세해요? 한 달 내내 모습을 바꾸는 달을 걸고.

로미오 (노래) 달이건 별이건 유성이건 그냥 발길에 차이는 돌멩이 건

              이도 저도 아니면 구르는 돌 박힌 돌

              아니 한 번도 누구도 눈길을 안 준 그런 이름 없는 어떤 것에라도

오필리어 어떤 것에라도-

로미오   어떤 것에라도 맹세는 할 수 있다고. 상관없어 뭐가 됐든 어때.

         나 아닌 다른 어떤 것에 힘을 빌려 맹세를 한들

         결국 사랑을 하는 건 나 자신이니까.

         교본도 쓰고 매일 연습 같은 실전도 하고. 깨지더라도…

         그러니까 줄리야 만약에 후회하더래도 날 가져.

         후회하면서 날 가져. 돌이켜 보니 후회뿐이더래도 날 가져. 날 가져라-

꽃들 풀들 나무들이 춤춘다.
그 사이에서 함께 춤추며 살을 부비고 보듬는 로미오와 오필리어.
입을 벌리고 앉아서 보고만 있던 햄릿, 개안이라도 한 듯 눈을 밝히며 몽유병자처럼 뛰쳐나온다.
음악에 맞춰 제 맘대로 춤을 따라 추다가,

햄릿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여러분들 그거 해 보셨습니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그러구 나서 확 돌아서면

       저는 언제나 거기 뭔가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이 그렇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저기 저 나비 같이 춤추는 저 여인이 보이십니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필이면 왜 이때 보게 된 겁니까.

       하필이면 왜 지금에서야- 줄리엣 그 이름을 버려요- 나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천둥벌거숭이처럼 오필리어 앞을 뛰어다니며 춤추는 햄릿,
단원1이 햄릿의 목춤을 잡아끌어다가 다시 자리에 앉히면 노래 계속 된다.

로미오 오필리어(노래) 이 세상에서가 아니어도 좋아

                 다음 세상 그 다음 세상에서라도

                 첫 번에 못 만나고 두 번에 못 만나도

                 그렇게 백 번 천 번 만 번이 거듭돼서

                 백 번 천 번 만 번의 그리움만 쌓인 대도 좋아

합창   그렇게 못 만나던 어느 날 당신이 밥을 먹다 괜히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를 때 그땐 꼭 그렇게 생각해

       거기 못 간 내가 당신 눈을 간지럽힌 거라고

       거기 못 간 내가 바람이 돼서 슬쩍 당신 한 번 만진 거라고

       아무래도 좋아 어떡해도 좋아 지금은 이렇게 여기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