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젤 부러워하는 커플..두번째

  
  내가 젤 부러워하는 커플..두번째

  어제 지나가다 만난 후배 하나가 난데없이 물어보지…

    "오빠! 혹시 유니텔 해요?"

  당황한 나는 아무말 못 하지…

    "그 글 정말 오빠가 올린거에여? "

  아마도 그 글(내가 부러워하는 커플)을 본 모양이지…

  하긴 넓고도 좁은 세상이지…

    "호호…^^  너무 오래 혼자 솔로로 지내다보니 상태가

     심각해졌나 보져?

     근데, 정말 여자친구 생기면 맨날 글케 도서관만 다닐거에여? "

  난 한마디 대꾸도 못 했고 그 앤 그렇게 사라져 버렸지…

  오기가 났지… 그래서 나는 다시 즐거운 상상을 계속 하지…

  우리는 도서관에만 붙어있지 않을거지…

  그녀와 난 어느 술집에 와 있지…

  술집 주인은 우리 이모지…

  학교 주변 술집은 모두 다 내 친척들 뿐이지…

  고모, 삼촌, 이모… 가끔 ‘언니’도 있지…

  그녀는 맥주를 좋아하지… 그 뿐만이 아니라

  소주도 양주도 싫어하는 술이 없지…

  그녀는 술을 잘 마시지는 못 해도 그 술마시는 분위기를

  아낄 줄 알고 또 이쁘게 적당이 취할 줄도 알지…

  작은 욕심이 있다면 그런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거지…

  항상 그렇듯이 이모네 집에선 맥주를 시키지…

  그녀가 안주를 먹는 걸 보는 거 만큼이나 즐거운 일이 없지…

  오물오물 오징어 다리를 씹으며 내는 혀 짧은 듯한

  그녀의 발음은 내 귀를 간지럽히지…

  한 번은 고추장에, 한 번은 마요네즈에,

  한 번은 그냥 먹으면서

  술을 먹을 수록 헥갈린다며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은 너무나 귀엽지…

  그녀는 다소곳하게 앉아

  땅콩을 껍질을 까는 데 열중하고

  그럼 난 솜씨좋게 얇게 뜯어낸 오징어로

  땅콩을 감싸 리본으로 만들어 그녀 앞에 예쁘게 놔주지…

  먹기 아깝다는 그녀에게

  그럼 병뚜껑 돌리기 게임을 하자고 해서

  안주를 먹을 수 밖에 없게 하지…

  술을 마시던 그 날부터 이 순간을 위해

  술뚜껑 돌리기 게임연습만 수년간 해왔던 거지…

  2차는 고모님댁으로 가지…

  2차는 자기가 쏘겠다고 하지만

  그녀에게 술을 사주기 위해

  일주일간 점심 굶고 마냥 걸어다닌게 아까워서라도

  그렇게 하도록 할 순 없지…

  2차는 좀 더 아늑한 곳이지…

  사람도 적고 테이블마다 조명이 따로 있지..

  적당한 술기운에 발그스레한 볼의 그녀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지… 더이상 아름다울 수는 없지…

  그녀가 "정말 술 잘 마신다."하고 부추기며

  술 먹이길 즐기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당할 수 밖에 없지…

  그녀의 잔을 받다가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던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

  그녀는 안주도 가리지 않지…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안주는 따로 있지…

  자기만큼이나 상큼한 과일을 무척이나 좋아하지…

  아니 아마도 그럴 것 같지…

  그래서 난 그 전날 도서관에서 일찍 나와

  과일 도매상에 들려

  그녀가 젤 좋아하는 과일을 산더미같이 샀지…

  그래서 오늘 아침엔

  그 씻은 과일의 물기를 제대로 닦지 않아

  가방이 젖는 번거로운 일도 있었지…

  2차 오기 전부터 벌써부터 고모에게 부탁을 해 놨지…

  여자친구와 함께 오면 서비스라고 하면서 내달라고 부탁을 했지…

  고모도 조금 드시라고 하면서

  대신 서비스 나올 때

   "여자분이 너무 아름다우셔서 드리는 서비스입니다.."

  라는 말을 꼭 해달라 부탁을 하지…

  아마도 그 후론 그녀는 그 술집만 가자고 할지도 모르지…

  그녀는 칵테일 한 잔에도 제법 취하지…

  이왕이면 ‘제법이다. 이런 곳도 알고..’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그녀가 맘 편하게 음악에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곳으로

  찾으려고 고생했지…개뿔도 몰라서 그런거 일수도 있지…

  원래 부터 좋은 곡들만 틀어주겠지만,

  그 전날 삼촌에게 부탁을 했지…

  그녀가 좋아하는 곡들을 들고가

  "사이사이 이 곡들 좀 틀어주세요.."하며

  담배 한 갑으로 삼촌을 매수했던 거지…

  내 친인척들이 모두 그녀의 친인척이 되어 버리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지…

  어느 우울한 날…

  우리는 신천 시장 골목 선술집에 앉아 있지…

  영문 모를 이유로 슬픈 그녀에게 필요한게 무엇인지

  나는 잘 알고 있지…

  그래서 난 그녀의 슬픈 표정이 안타깝긴 해도

  아무말 않고 이따금 그녀의 빈 잔을 채워주며

  조용히 앉아 있지…

  ‘울고 싶다’라고 말하는 그녀를 데리고 온 그 곳엔

  다양한 인생 모습의 사람들이 있어서인지

  다행히도 편안해 하는 거 같지…

  한 쪽에선 "그 새끼가 말야~"하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크게 떠들고 있는 아저씨와

  조용히 술국에 밥말아 먹으며 반주를 즐기고 있는 할아버지와

  왜 그런지 모르지만

  아마도 서로에게 이별을 고하는 커플인듯한

  서럽게 우는 여자와 남자가 보이지…

  그 여자를 보고 슬프게 우는 그 여자를 보고 자신감을 얻은 듯

  술이 들어가자 그녀는 이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지…

  평소와 다르게 마주 앉아 있지 않고 옆에 앉아

  그녀의 머리를 어깨에 기대게 하고 눈물을 닦아주지…

  대신 시원해질 때까지 울도록 아무말 하지 않지…

  그녀가 힘들어해 하는 날도 슬퍼해 하는 날도

  항상 누군가가 옆에서 지켜주고 있음을 잊지 않았음 하지…

  그녀는 항상 그러지…

    "너랑만 술 마시면 맨날 취해…"

  하며 떼를 쓰지…

  지금은 내 등뒤에 업혀 잠들어 있지…

  다른 사람들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택시를 잡아 태워보낼 수도 있지만

  내 양심이 허락칠 않지…

  더군다나 오늘은

  그녀의 따스한 체온을 느끼고 싶다는 작은 욕심에  

  등에 업고 한없이 걸었지…

  그녀의 몸무게가 얼마건간에

  쌀 한가마니 무게만 아니면 상관이 없지…

  남자라면 어떤 여자라도 안을 수 있어야 한다길래

  군대에 있을 때부터 열심히 체력단련을 했지…

  넓지 않은 등판이지만 그녀가 기대어 준다면

  평생이고 업고 다니고 싶지…

  그게 나의 작은 바램이지…

    "이제 다 왔어"

  방금 잠에서 깬 것처럼 그녀가 말하지…

  하지만 이미 잠에서 깼으면서도 잠든 척하며 택시를 잡겠다고

  하지 않은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지…

  등에서 내려놓고 그녀의 얼굴을 보지…

  여전히 발그스레한 그녀의 볼은 더 아름다워보이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가

  "먼저 가…"라는 말에 등을 보이지 않고 가려고

  손 흔들며 뒷걸음치며 가지…

  내 모습이 귀엽게 보였는지 갑자기 달려와서

  볼에 뽀뽀를 해 주지…

  조금은 쑥쓰러워도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춰줬으면 하는 마음 뿐이지…

  어렵게 어렵게 그녀를 집에 보내고 돌아오던 길에

  바라본 오늘 밤 하늘은 유난히도 별들이 밝지…
  .
  .
  .

  오늘 하루도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하며 보냈지…

  정말이지,
    
  그런 연인이 아니더라도
    
  정말 사랑하고픈 연인이 생겼음 하지…    
    
  그리고, 언제나 같은 말로 글을 마무리 하지…
  .
  .
  .  
  
    
  난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많은 연인들이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상대가 없는
    
  그런 이들이의외로 많다는 걸
    
  자신은 참 행복하다는 걸 알길 바라지…
    
  그렇게 사랑할 수 있는 상대가 있음에
    
  늘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
    
  지금이라도 자신의 연인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갑자기 니 생각이 났어…"라고
    
  수줍게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하지…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어준 연인들에겐 사랑과 축복을…
    
  그리고 그외의 분들에겐
    
  앞으로의 사랑과 아기자기한 운명을 기원하지…
    
    
  오늘도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은 많겠지…
    
    
                      
                                        1999.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