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시집가고 싶다…^^
쉬운거 같기도 하믄서 어려울거 같은뎅…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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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크지 않으면서 맑은 눈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웃는 눈빛으로 가까이서 마주봤을 때,
내 웃음이 눈동자에 고이는 사람.
별로 말이 없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때로 내가 즐겁고 흥분해서 수다쟁이가 되어도
짜식…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웃는 큰 오빠같은 사람.
이왕이면 동물원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곡까지 바라진 않더라도
시청앞이나 혜화동, 백마에서 등을 몇 소절 정도
흥얼거릴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세상 사는데 필요한 여러가지 것들을 많이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가끔 신문을 보다가 내가 핀잔을 받을 만큼 멍청한 질문을 해도,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기분으로 또박또박 가르쳐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디선가 들어본 음악에 내가 갸우뚱하고 있을 때,
"옛날에 나랑 본 그 영화에서 이런 이런 장면 기억안나?" 하고
상기된 표정으로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
조용하고 조금은 지루하기도 한 음악도
가끔은 눈감고 즐길만한 그런 여유가 있는 사람…
항상은 아니라도 가끔 내가 점심 땐 뭘 사먹었는지,
요즘은 자주가는 방에 어떤 글들을 올리는지,
요즘은 무엇에 정신이 조금 팔려있는지,
회사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하고 물어보는 사람.
월급은 많지 않아도, 너무 늦지 않게 퇴근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다.
퇴근길에 동네슈퍼 야채코너에서 우연히 마주쳐 ‘핫…’ 하고 웃으며
저녁거리와 수박 한통을 사들고 집까지 같이 손잡고 걸어갈 수 있었음 좋겠다.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그날 있었던 열받는 사건이나 신나는 일들부터,
오늘 저녁엔 뭘해먹을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들어와선 같이 후다닥 옷 갈아입고 손만 씻고,
하나는 아침에 먹고 난 설겆이를 덜그럭덜그럭 하고,
하나는 쌀을 씻고 양파를 까고, "배고파~배고파~" 해가며
찌개 간도 잘 보는 싱거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다 먹고나선 둘다 퍼져서 서로 설겆이를 미루며,
왜 니가 오늘은 설겆이를 해야하는지 서로 따지다가
결판이 안나면 가위바위보로, 가끔씩 일부러,
그러나 내가 모르게 져주는 너그러운 남자였으면 좋겠다.
주말저녁이면 늦게까지 티브이 채널 싸움을 하다가…
오밤중에 반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약간은 서늘한 밤바람을 맞으며
같이 비디오 빌리러 가다가, 포장마차를 발견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없이 뛰어가
떡볶이에 오뎅국물을 후룩후룩 "너 더먹어" "나 배불러" 해가며 게걸스레 먹고나서는
비디오 빌리러 나온 것도 잊어버린 채, 도로 집으로 들어가는…
가끔은 나처럼 단순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떨 땐 귀찮게 부지런하기도 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일요일 아침. 아침잠에 쥐약인 나를 깨워 반바지 입혀서
눈도 안떠지는 나를 끌고 공원으로 조깅하러 가는 자상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돌아오는 길에 베스킨라빈스에 들러 피스타치오아몬드나 체리쥬빌레나..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콘을 두 개 사들고
"두 개중에 너 뭐 먹을래?" 라고 묻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약간은 구식이거나 촌스러워도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어머니의 아들이었음 좋겠다.
가끔씩 친엄마 한테 하듯 농담도 하고, 장난쳐도 버릇없다 안하시고,
당신 아들때매 속상해하며 흉을 봐도 맞장구치며 들어주시는
그런 시원시원한 어머니를 가진 사람.
피붙이 같이 느껴져 내가 살갑게 정붙일 수 있는 그런 어머니를 가진 사람.
나처럼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를 닮은듯 나를 닮고 날 닮은듯 그를 닮은 아이를,
같이 기다리고픈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아이의 의견을 끝까지 참고 들어주는
인내심 많은 아빠가 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른이 보기엔 분명 잘못된 선택이어도, 미리 단정지어 말하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줄 수 있는 아빠가 될 수 있는 사람.
가끔씩 약해지기도 하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아이들이 잠든 새벽,
아내와 둘이 동네 포장마차에서 꼼장어에 쏘주 따라놓고 앉아,
아직껏 품고있는 자기의 꿈이라든지, 그리움 담긴 어릴 적 이야기라든지,
십몇년을 같이 살면서도 몰랐던, 저 깊이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을,
이젠 눈가에 주름잡힌 아내와 두런두런 나누는 그런 소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던져버리지 않는 고지식한 사람이었음 좋겠다.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은 지켜나가는 사람.
술자리가 이어지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할 줄 아는 사람.
내가 그의 아내임을 의식하며 살듯,
그도 나의 남편임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사는 사람.
사랑하는 우리의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예사롭지 않은 것으로 여기며
하나님께 감사할 줄 아는 사람.
내가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