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키스

 

영화 <키스>


 

난 생각해보니 ‘독립’이라는 단어를 3.1운동에 대해 배우면서 배웠던 거 같다.  

‘독립’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진지하고 비장하고 무겁다.

그래서인지 독립영화라고 하면

왠지 ‘무거운 주제나 뜨거운 사회 의식’이 들어있겠거니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한국독립영화 중에 잘 된 영화나 수상한 영화들은

모두 지독한(?)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악어>, <똥팔이> 등의 영화가 좀 본 일반인들의 뇌리에 많이 박혀 있고 

그 영화들이 던져주는 메세지나 영화의 느낌은 많이 무겁고 진지하며

심지어 그 영화들을 보고 나서 ‘힘들다’하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 <키스>는 그런 무겁고 ‘진지한 궁서체’ 느낌의 독립영화계에 

돈키호테 같은 존재이며 새바람을 넣어주는 영화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반인들의 독립영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확 바꿔줄 영화다.

독립영화에도 달콤한 로맨스가 가능함을,

가볍게 볼 수 있는 유쾌한 영화도 가능함을 멋지게 보여줬다.

 

 

 

영화 감독들의 입봉 작품이나 초기의 작품들은 

대게가 본인이 얘기하고 싶은 것, 공부했던 것, 알고 있는 것들을

전부 영화에 털어 넣고 싶어하다보니

진지한 영화가 아니더라도

영화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러다 보니 관객과의 소통에는 실패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수단의 한가지이다.  

소통이란 건.. 그냥 있었던 일을 얘기하거나,

뭔가 질문할 수도 있고, 

발의할 수도 있고, 묵직한 화두를 던질 수도 있으며,

주장할 수도 있고, 거세게 항변할 수도 있음을 말한다.

이런 여러가지 방법 중에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 <키스>는 다양한 주제와 화법으로 소통에 성공했다.

 

 

영화를 재밌게 봤다는 것은

‘관객과 영화가 교감을 할 수 있었음’, ‘제대로 소통했음’을 의미하는 말이고

영화를 <키스>를 본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봤다고 얘기한다.

  


영화 <키스>가 소통에 성공한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감독과 배우, 스텝들 모두 투지와 열정을 가졌고

(근심을 걷어내고) 적당히 힘을 빼고 즐기면서 만들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형식의 에필로그가 엔딩크레딧 전에 있다. 

화창한 봄날에 찍은 예쁜 에필로그는

배우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우리 이렇게 재밌게 알차게 찍었어요”라고 보여주는 듯 하다.

(영화에 참여한 모든 스텝들이 까메오로 나오는 에필로그였다면 더 좋았을 듯 싶다.)



감독과 배우들만의 쫑파티라고 곡해(?)할 수 있겠지만 

그 에필로그가 의미하는 바는

고생한 감독, 배우들과 스탭들에 대한 위로다.

동시에 관객들에게

“이런 유쾌한 옴니버스 한국영화도 가능합니다. 앞으로 더 자주 독립영화 봐주세요”라고 

한국영화의 밝은 미래를 전달하는 장면이 아닐까 한다.

 

 

에피소드 중에 완성도가 제일 높은 <소녀시대>에 대해서 꼭 얘기하고 싶다.

카메라 동작과 배우, 의상, 장치, 앵글, 쇼트, 구도, 효과음악 등

가장 잘 ‘영화라는 예술장르’ 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린 에피소드라고 생각한다.

 

당하고만 있는 덕재의 답답함과

카터칼 앞에서의 긴장감, 

새별이 날라차는 벽돌의 통쾌함과 시원함과

그리고 엔딩 키스 장면의 애뜻함과 풋풋함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감정선은 

훌륭한 롤러코스터를 잘 타고 내려온 느낌이다.

게다가 다수의 사람과 영화관에서 함께 보는 ‘영화’임이 충분히 고려된 똑똑한 영화였다.

 

 

 

 

관객과의 대화 때 PD와 감독들의 얘기를 들으며 막노동을 생각했다.

막노동이 다른건가..

극도로 심한 육체적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참아가며 

집중적으로 일하는 게 바로 막노동이다.

모든 에피소드들이 하루에 한개씩 모두 촬영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슬레이어 제외)

바로 떠오르는 건 ‘어딜가나 피곤한 한국사회’… 아…

 

 

나도 주업으로 삼고 있는 Technical Architect 일 외에 가끔 개발을 한다.

하지만 그 취미생활, 본업 외의 활동도… 

계속하면 질릴까봐 주말에도 몇 시간 이상은 연속으로 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것도 계속하면.. 즐기면서 해도 결국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

정상의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이 갑자기 그 일을 접고 내려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 동안 즐기면서 했음에도) 질려버려서.. 그 일이 싫어져서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예산과 여건이 충분치 않아 그런 건 당연히 이해하지만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영화 작업들이 막노동이 되지 않도록

항상 스스로 단도리하면서 진행하길 바란다. 

(본인들 스스로 단도리하지 않으면 챙겨줄 사람이 없다.)

그들을 도울 방법은 정말 없을까 고민이 많다.

하루 종일 영화만 찍는다는 것…

같이 모여서 작업하는 거고 집중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활동보다 더 쉽게 사람을 지치게 할텐데…

 

 

영화인들이 본인의 숭고한 직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헐리우드처럼 50분 찍고 10분~20분 쉬는 그런 제작시스템…

그러면서 생계까지 크게 고민 안해도 되는 여건이 갖춰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여건들을 갖추기 필요해서 가장 필요한 건 관객이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상큼한 봄의 시작을

유쾌하고 설레이는 영화 <키스>와 함께 하길 바란다.

  


고생고생해서 보석 같은 영화 “키스”를 만드신 분들께

감사와 존경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글을 마친다.

 

 

  

PS :  

비단 영화만의 문제가 아닐터이다. 

막대한 국방비의 단, 10%만이라도 전환해서 

예술인들을 지원한다면 우리나라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예술로 사람을 치유하면 국민이 살고 경제가 살고 평화가 찾아온다. 


많은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휴식과 안정이 필요하며

예술작품 소비를 통한 소비촉진으로 경제를 살릴 필요가 있으며 

휴식과 안정을 찾은 국민에 경제까지 활성화 되어 있으면 전쟁위험도 없어진다.

 

치유가 필요한 국민들에게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이 뭔지를 정부는 고려해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