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땐 우리 정말 사랑했을까?
사랑 때문에 울어본 기억이 있는지.
그로 인해 세상 종말을 예감하고,
그로 인해 세상의 환희를 노래한 적이 있는지
사랑 때문에 뜬눈으로 새벽을 맞은 기억이 있는지.
함께 죽어도 좋다 생각한 사람의 기억이 당신에게 있는지.
내게 그런 사람이 있었다.
힘없이 뻗은 내 손바닥 위에 자기 손바닥을 올리고,
다섯 손가락 꺽어 깍지끼며 말하던 사람.
“우린 이렇게 만났고, 내가 네 손을 풀지 않으면 넌 내게서 떠날수 없어.”
다섯 가닥으로 굳어 있는 손가락을 접을 수도 없었던 나.
사랑은 교통사고 같아서.
내 어디에도 사고의 예감은 없었건만
나는 그를, 그는 나를 만나 우리는 사랑하고 말았다.
사랑의 미열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한 사랑.
그러나 그는 떠났다.
나는 아직 굳은 채로인데, 그는 다섯 손가락 깍지 풀고 떠나버렸다.
태어나기 이전 이미 예정된 이만큼의 사랑이라면,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고 다짐하며 새벽을 맞었건만…
아침이면 또다시 마음 바닥은 철거덩철거덩 그리움으로 울고 있었다.
다시는 보지 말아야 할 사람.
이미 끝나다구 생각하면서도, 길을 가다 비슷한 사람만 봐도, 관계된 사소한 명칭만 들어도…
그 사람으로 이어지던 날들이 있었다.
-한젬마- 그림 읽어주는 여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