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죽어도 …은 아닙니다.

때는 2003년 2월 8일…

오후 6시 30분경…

영등포 롯데백화점에서 바지를 구입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고자 지하철을 탔다…

신도림 역에서 신문을 한장 산 후에…

을지로 순환행 열차로 바꿔치기 했다..

열차는 한강을 넘어~

합정역에 이르렀을쯤~~

문제의 장애우 등장…

여느 장애우와 마찬가지일줄 알았다…

그냥 돈을 구걸하는 그런 장애우인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의 손에는 뭔가 들려있었다…

그리고 자기 같은 장애인들이 모여서 만들었다며 작은 반지를 팔기 시작했다…

그 이름은 무궁화 반지…

무궁화…

대한민국의 국화로써…

자랑스러운 한국을 생각나게끔 해줬다…

무궁화…

하지만…

나의 가슴을 잔잔한 웃음으로 적셔주었던 그 장애우의 말을 잊을수 없다…

“손에 안맞으면 어떻게 하냐구요?? 문제 없읍니다…다 들어갑니다…

어떻게요?? 그냥 벌려서 껴면 됩니다…”

그렇다..

반지는 여느 반지와 달리 완전 원형이 아닌..

한쪽이 끊어져 있는 반지였다…

그말을 듣는 순간…

왠지 어떤 허무개그를 보는듯한 웃음이 일어났다…

나만 그러려니 했는뎅…

아니다..

옆에 앉은 사람들도 웃고 있었다… 어이가 없는듯… 웃기기라도 했는듯…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그 장애우는… 이런말까지 했다…

반지가 하나둘 팔리고…

한 대학생…(처럼 보이는..)이 반지를 사면서 물어보았다…

“이거 은이예여?”

장애우…

“은이요?? 죽었다 깨나도 은 아닙니다… 뭣하러 거짓말 합니까…

이거 은아닙니다… 죽었다 깨나도 은 아닙니다…”

보통..

지하철이나 노상에서 백화점 납품용이라며…

고가의 물건인듯 말을 하며 싼값에 팔리는…

그런 악세사리들이 많이 있다….

사실… 다 가짜다…

말이라도 바르게 해야지…

그 장애우는…

솔직했다…

“이건 그냥 1000원짜리 반집니다… 무궁화 반지.. 뭣하러 거짓말 합니까..

이건 비싼걸 싸게 파는게 아니라.. 그냥 1000원짜리입니다~”

애써 좋을걸 싼값에 주는 것이라는 식의 판매를 하지 않는다…

보통 지하철 상인들은…

아주 기분좋은 가격에 사가라며 소비를 부축인다…

“시중에서 5000원짜리 이번에 특별히 2000원에 모십니다…”

하지만… 이것은 진짜 그냥 1000원짜리이다…

시중에서는 판매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마디 더 했다…

“이거 닳아지냐구요?? 예~ 닳아집니다… 이건 그냥 1000원짜리 반집니다…

한 한달 갑니다… 한달이면 닳아지고 벗겨집니다… 뭣하러 거짓말 합니까..

이건 그냥 1000원짜리 입니다….”

그랬었다…

그는 정말 자기들이 성심껏 만든…

그냥 싸게 파는것도 아닌…

가치 1000원짜리의 반지를 거짓없이 팔고 있었다…

성실하게 일하고 노력해서 만든 반지를…

내가 신촌에서 내릴때까지…

약 5분간의 시간동안 내 눈으로 본것만해도 20개 정도의 반지를 팔았다..

열차 한칸에서…

물론 내 손에도 그 반지가 껴있다…

열심히 일하고 있을 그 장애우들을 생각하니…

가슴한편이 아려온다…

나는 두손 두발 다 가지고 있고…

성하지 않은곳 하나 없는데…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가..

그렇게 거짓없이 살고 있는가….

많은것을 생각나게 해준… 무궁화 반지…

한달이 지나면 다 닳고… 색이 벗겨지겠지만…

두고두고 보고싶다…

그 마음을…

그 성실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