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해요…

..  누가 쓴 글인지는 모르지만 다시 한번 나를 되돌아 보게 하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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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축구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냥 한국팀이 잘 해주는 것에 대해 기쁘기만 합니다.

골 넣었다며 다들 펄쩍펄쩍 뛰며 얼싸안고 기뻐하는 사이로 잽싸게 티비 보며 “야~ 누가 넣었어~”

라고 말해주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축구에 대해 정말 문외한인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어제 이탈리아전을 할 때 학원 수업이 있었던 지라 전반전을 놓치고 서둘러 친구들이 있는 술집으로 갔습니다.

갔더니 다들 얼굴 표정들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어째서 그러냐고 했더니, 우리나라가 1:0으로 지고 있으며 안정환이 패널티킥을 놓쳤고

거기다가 설기현은 번번히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단 제 친구들 뿐만이 아니라 옆 자리나 뒷 자리에 앉은 사람들도 너무 못한다, 우리나라 졌다,

이게 무슨 축구냐는 식의 반응들이 계속 연거푸 튀어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설기현의 골, 그리고 안정환의 골든골.

사람들은 약 30분 전에 했던 모든 말들을 잊어버린듯 설기현과 안정환의 칭찬을 침튀기며 해댔고

저는 그 사이에서 약간은 어안이벙벙하게 서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전 설기현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만 축구 경기 때보다 훨씬 더 많이 울어버려야 했습니다.

골 세레모니가 너무 싱겁지 않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너무 오랫동안 골을 넣지 못해서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는 그의 멋적은 말에 울컥하고 눈물이 났었습니다. 그 속이 얼마나 까맣게 탔었을까요.

그가 미국전, 포르투갈전에서 매번 2∼3차례 골찬스를 무위로 날려버리자 그를 빼버려야 한다는

말이 하늘을 찔러댔죠. 그는 만삭의 아내에게 이탈리아전을 앞두고 전화도 할 수 없었답니다.

안정환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칭찬을 받고 있지만 만약 우리가 이탈리아에게 그대로 져버렸다면

안정환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엄청나게 비난받았을 것입니다.

감독인 히딩크가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우리의 입으로 비난했을 테지요.

끊임없이 우리들은 안정환 빼라, 제발 좀 빼라, 쟤는 후반에 넣는 게 훨씬 낫다라는 말들을 해댔죠.

이제 겨우 두번째 전후반 경기를 뛰는 선수였습니다. 히딩크는 그를 믿어주었구요.

안정환 인터뷰에서 그러더군요. 히딩크 감독이 만약 교체시켰다면 그 패널티킥 실축이

두고 두고 마음에 평생토록 앙금으로 자리잡았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정말 중간에 히딩크가 그를 빼버렸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며옵니다.

그것 외에도 이탈리아에게 져서 우리나라에서 채이고 이탈리아로 돌아가서 또 말도 안 되는

서러움을 벤치 한 구석에서 당하고 있을 안정환 선수를 생각하어제 열기가 어느정도 가라앉은 후 친구들끼리 이야기하기를,

만약 안정환이 못 넣었으면 천하의 ‘매국노’나 ‘역적’이 되었을 거라고 멋적은 얼굴들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만약에 정말로 이탈리아 전을 졌으면 어땠을까요.

각종 언론들에서 또 이야기가 나오겠지요. 물론 16강을 이뤘으니 크게 나무라진 못하겠지만,

아직도 강팀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직도 골결정력은 너무도 미약하다.

덩달아 지난 미국전 때 이을용의 패널티킥 실축 장면까지 더해져서 실축에 대한 비판이

각 방송마다, 신문마다 가득 메워졌겠지요.

결국 제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그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16강이라는 염원을 달성했고 그것도 더해 8강까지 갔습니다.

스페인을 이기면 4강이라는, 꿈에도 보지 못했던 그런 현실을 맛보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스페인전을 질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설기현은 또 다시 하늘로 공을 차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을용, 안정환 선수가 아니더라도 그 누구도 페널티킥을 실축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골을 넣은 황선홍 선수나 박지성 선수, 유상철 선수도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 때에도 똑같이 죽여라, 살려라 욕을 하시겠습니까?

그들의 경기에 대해서 아쉬워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반 45분, 후반 45분을 뛰는 것은

술집에 앉아 맥주를 즐기며 보거나 거리에 앉아 응원하는 우리가 아니라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것도 모자라 이리저리 부딪혀 오는 덩치큰 외국 선수들에게 치이면서도

둥근 공 하나를 발 끝에 매달고 미친 듯이 달리는 우리의 선수들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누구 친구하나가 우리 머리를 때리거나 어딘가 부딪혔을 때 얼마나 아픈지를.

그것을 90분 내내, 혹은 120분 내내 당하면서도 또 뛰어야 하는 우리 선수들을 말입니다.

저는 응원 구호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괜찮아! 괜찮아!”입니다.

이을용 선수가 그랬다지요. 지난 미국전 패널티 킥을 실축했을 때 풀이 죽어 돌아오면서

“국민들이 아마 날 죽이려 들겠지?”라고 했다는 말.

이 말을 들으시고도 마음이 정말 찢어질 듯 아프지 않으시다면 한국팀 응원을 중지하십시오.

잘 할 때만 아끼시고 못 할 때는 여지없이 내치시는 당신은 축구를 사랑할 자격이 없는 것입니다.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실수에 대해 용서할 수 없으시다면 붉은 옷을 벗고 태극기를 내려놓으십시오.

정말 우리 한국팀을 사랑하신다면 혹 이번 스페인전에서 지게되더라도

있는 힘껏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괜찮아, 괜찮아”를 소리 높여 외쳐주십시오.

그 목소리가 하나, 둘씩 더해져서 우리보다 더욱 슬퍼하고 있을 우리 멋진 한국 선수들에게

들릴 수 있도록, 대한 민국이 하나가 대한 민국이 하나 가득 한 목소리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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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전은 이겼고,

이제 독일전에서는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응.원.만.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