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그건……….

잠시나마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돌아보니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혼자만의 그리움이고 애태움이고 눈물이었을 뿐..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이 날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
알고 있음에도 당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의 동정심과 조금의 연민과 또 조금의 동경으로
당신을 바라본 것은 사실이었지마는
그것이 사랑은 아니었습니다.
원망하지 않으리라..
기대하지 않으리라..
수없이 되뇌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쉽지는 않았나 봅니다.
바라만 보아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사랑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와서 당신을 원망할 수도 없고,
당신에게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 내 자신이 한없이 바보같이 느껴집니다.
참으로 사소한 기억입니다.
쉽게 잊어도 좋을 기억입니다.
더이상 아무것도 아닌것에
그래도 .. 못내 서운하긴 한가봅니다.

그것이 초여름이었고..
옅푸른 녹색빛이었고..
상쾌한 아침공기였고..
어슴프레 밝아오는 새벽이었음을..
벌써 잊어버렸는데도
그래도.. 못내 서운하긴 한가봅니다.
날마다 조금씩 써가던 편지가
어느새 습관이 되어있었나 봅니다.
가만히 앉아서 어딘가 허전함을 느끼는 것을 보면..
잊을것도 없고, 기억할 것도 없는데도
전혀 아무것도 없었는데도
왜 새벽이면 잊혀진 무언가가 떠오르듯 아련하고
그렇게 서운한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한적도 없는데
그렇게 시작조차 잘라버린 당신이 고맙습니다.
다행이도 사랑이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만약에 사랑이었다면 당신을 원망할 뻔 했습니다.
이름도 낯설어 졌습니다.
어떤 한 단어를 수없이 곱씹다보면,
그 단어가 참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반복해서 한 단어를 말하다 보면
그 단어가 이상하게도 낯설어집니다.
그렇게 당신 이름도 한없이 낯설어서
그래서 조금은 웃음이 납니다.
한때 지나가던 열병도 아니고
그렇다고 첫사랑도 더더욱 아닌것이
가슴에 그렇게 남아서 조금은 웃음이 납니다.
작은 미련조차 허락하지 않은 당신이 고맙습니다.
당신이 그리 허락하셨다면
어쩌면 이것이 사랑이었다고 착각할 뻔 했습니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었기에
앞으로의 어떤 마음도 사랑이라 이름붙일 수 없게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신께 한없이 고맙습니다.
하마터면, 제 유일한 사랑이 될 뻔 했는데..
그렇게 제 마음 거두게 해 주셔서
한없이 고맙습니다.
그 고마움을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린
편지의 인사로 대신할까 합니다.
건강하세요… 아프지 말고
제때 챙겨드시는거 잊지 마시고요..
과일 많이 드세요. 물도 많이 드시고요.
모기 조심하세요..그리고..
잘때 이불 꼭 덮고 편히 주무세요.
좋은꿈 꾸시고요.
잠시..
하나의 생각이 스치네요.
왜 저는 그렇게 당신의 사소한 일상이 걱정되었을까요.
다른 큰 일들이 걱정된게 아니고
왜 당신의 일상이 그렇게 걱정되었을까요.
한끼정도 안먹어도, 물 한컵 안마셔도,
모기한테 한번 물려도
그리 큰일이 아닌것을..
왜 그런 사소한 것들이 걱정되었을까요.

그것이 지금에 와선 몹시도 이상하게 생각되네요.

아마…..

…..사랑이 아니어서 그랬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