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리더쉽센터의 김경섭 대표]
영국의 어느 기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비슷한 조건의 신입사원 1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다음,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주는 상사에게 5명을, 꾸중과 잘못만 지적하는 상사에게 5명을 보내 일을 맡겼다.
1년 후에 두 그룹이 낸 성과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칭찬받은 직원들은 자신감과 생동감이 가득했고 매사에 주도적이었다. 한편 늘 꾸중을 들은 직원들은 패배감에 빠져 있었고, 자주 실의와 절망에 빠지는 경향이 있었다.
긍정적 자성예언을 하는 부모와 상사
심리학에서 자성예언(자기달성적인 예언)이라는 말이 있다. 학생이나 자녀가 교사나 부모가 기대하는 만큼 성장한다는 이야기다. 만약 부모가 “너는 그림을 참 잘 그리는구나”라고 자주 칭찬해 주면, 자녀는 미술공부를 열심히 해서 미대에 진학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인간은 의식주와 같은 육체적, 경제적인 기본 욕구가 해결되고 나면 누구나 인정 받고 싶어하는 욕구, 즉 사회적, 감정적인 욕구 충족을 기대하게 된다. 직장과 가정은 금전적 보상 못지않게 인정이나 칭찬과 같은 감정적 보상이 중요하다.
많은 연구결과에서 볼 수 있듯, 성공하는 직원들과 자녀들 뒤에는 긍정적 자성예언, 즉 칭찬을 해주는 상사와 부모가 있었다. 즉 긍정적인 자성예언은 욕구 충족의 수준을 넘어 조직원의 자기계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너는 자라서 큰 인물이 될 거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말을 더듬어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했었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멀쩡한 아이가 왜 말을 저렇게 더듬느냐”고 동정심을 보이고 의아해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자신감이 없어지고 풀이 죽곤 했다. 하지만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나 고모들이 늘 “너는 가문을 빛낼 대들보다.”, “저 아이는 착해서 크면 꼭 인정 받는 청년이 될 것이다.”하고 칭찬해 주어서 마음이 활짝 펴지고 자부심이 되살아났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긍정적인 자성예언을 반복해 듣다 보니 내 마음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가문을 빛내는 유능한 사람이 되자.’ ‘착한 사람이 되자.’는 말이 맴돌아 위기가 닥칠 때마다 용기와 자극을 주었다.
‘경영의 귀재’로 불리는 GE 전 회장 잭 웰치도 어린 시절 심한 말더듬이어서 사람들의 눈총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늘 “네가 말을 더듬는 이유는 생각의 속도가 너무 빨라 입이 그 속도를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조금도 걱정하지 말아라. 너는 자라서 큰 인물이 될 거다.”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만일 어린 시절에 웰치나 나의 어머니가 “넌 왜 그렇게 말을 더듬니? 지금까지 우리 집안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는데 이상하네. 제발 말 좀 똑바로 하지 못하겠니!”라고 윽박질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심한 열등감과 자학에 시달려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거나 나쁜 길로 빠졌을 지도 모른다. 이처럼 긍정적 자성예언을 하느냐 부정적 자성예언을 하느냐는 한 사람의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직원들의 성공을 방해하지 마라
조직에서 부하들에게 칭찬, 즉 긍정적 자성예언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직원들의 성공을 방해하는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꾸중과 비난을 자주 하게 되면 자녀의 장래를 망치게 된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자성예언이 이렇게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사가 일을 잘 하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당신은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쉽게 판단을 내리고 나면 곧바로 비난과 꾸중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직원 각각의 개성과 그들이 낸 결과물, 나아가 그들의 잠재능력을 인정하고 칭찬해주면 직원들은 자신감과 확신을 가지게 되고 결국 잠재력을 한껏 발휘하는 유능한 직원이 된다.
상대방의 잠재능력을 인정해라
성공하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영구불변의 진리인 ‘원칙’을 따라 행동한다. ‘잠재성(잠재능력)’은 원칙이다. 이것은 인간이 항상 성장하고 발달하며 점차 더 큰 능력을 발휘해 더 큰 재능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성장’의 원칙도 마찬가지다. ‘인내’, ‘격려’와 같은 잠재능력 및 재능을 개발하는 과정도 여기에 포함된다.
직원에 대한 부정적인 자성예언을 일삼는 잘못된 성품을 가진 상사는 기업 문화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그 속에서 직원들은 자신감과 의욕을 잃어버리고, 상사와 마찬가지로 동료들과 부하직원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따라서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자신감 넘치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직원 모두가 혹시 내가 부정적인 자성예언에 젖어있는 사람이 아닌지를 스스로 점검하는 일이다.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의 모습 그대로 상대방을 대해 주면, 그 사람은 현재의 모습대로 머물 것이다. 상대방의 잠재능력 그대로 대해 주면, 그는 그대로 성취해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