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의 결혼 기념일…

  그녀와의 결혼 기념일…

  며칠후면 그녀와 나와의 결혼 기념일이지…

  이번엔 어떤 이벤트를 해볼까 고민을 하다 중는 줄 알았지…

  항상 생각만 열심히 했을 뿐, 맨날 달랑 꽃 한 다발,

  외식 한 끼 그것 뿐이였지…

  그래도 즐거워하고 뿌듯해 하고 고마워해주는 그녀가 있어

  난 너무 행복하지…

  하여간에 해마다 난 이때가 되면 고민을 하지…

  벌써 10년된 우리를 다시 설레게하고 살겹게 할…

  그리고 욕심을 내자면, 좀 짜릿하게 할

  또다른 산뜻한 긴장감을 생각해 보건만,

  그리 특별한 게 없어 고민을 많이 하지…

  그러다 신문을 봤지…누가 생각해 낸건지는 모르지만

  출근전에 본 그 내용을 보고 나서는

  그녀가 볼새라 신문을 출근 가방에 넣었지…

  (물론, 나름대로 다른 독창성척인 것들로 하겠지만

   그래도 김새는 건 용서 못하지…)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맘에 출근하러 나와서도
  
  우리 아파트 같은 층과 밑에 층, 위에 층에 있는 **일보를

  몽땅, 죄다 수거 했지…

  이 나이에 이런 거 하다 껄리면 정말 쪽팔리겠지만

  그래두 할 수 없지…

  다 그녀를 위한 일이라 위로를 하지…

  우리 아파트 **일보를 애독하는 분들에게 죄송할 따름이지…

  그리고, 그 신문을 보는 처제에게도 전화를 걸어

  당분간 몇일 간 우리집에 전화하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했지…

  남편 직장에서 있었던 얘기까지 시시콜콜하게 하는 처제와

  그녀와의 통화 덕분에 산통 깨진다면 난 너무 쓰리겠지…

  뭐든지 확실한게 좋은거지…

  ..아직도 노련한 날 생각하며 내심 뿌듯하기도 하지…

  드디어 그 날이 왔지…

  평소 결혼 기념일엔 항상 혼자 남겨놓았던 이쁜 딸 진희도

  함께 데리고 나왔지…

  여기는 고수부지지…

  늦가을 바람이 차긴 차지만..

  우리가 첨 첫키스를 나눴던 날도 그랬지…

  그 때 그 날처럼…난 장미꽃 한 송일 샀지…

  갑자기 고수부지로 데리고 온 그녀,

  내가 갑자기 카키색 반코트와 베이지색 면바지를 찾아 입었을 때부터

  눈치를 챘으려나 했건만, 지금 약간은 당황하는 눈빛이지…

    "풋…여기가 어딘지 알지…"

    "응? 으응…"

  그녀와 난 또 그 가로등 옆…강물이 참 예뻐보이는 자리에 앉았지…

  10년간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 거 같지…

  지금 내 옆에 있는 진희만이 우리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뿐이지…

    "여기가 어디인데요?"

   벌써 초등학교 들어갈 나이가 되버린 진희가 묻지…

    "어…아빠가 엄마한테 첨 고백을 한 장소…"

  하하…지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고백이란 말만 듣고도

  진희는 얼굴이 빨개지지…풋…요새 애들은 정말 조숙한거 같지…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지…  

  핫…그러고 보니…지금 그녀에게서 그 날 뿌렸던 그 향수 냄새가 나지…

  (그럼…잊을 수 없지…그녀와 내가 첨 나눴던 첫키스인데

  그 날의 그녀의 몸짓과 그녀의 향기와 그녀의 소리들을 잊을 순 없지…)

  그녀도 알고 있었나 보지…

  그녀는 항상 이런식으로 나를 능가하는 세심한 배려로 날 감동시키지…

  그 날과 똑같은 분위기이지…

  항상 모든 일은 다…순리대로 되는 법…

    "별을 딸 수 없음…달이라도 따 줄께…"

  그녀와 난 키스를 나누지…

  하하…물론 진희가 보고 있지만…사랑은 이런 거구나 하고

  어릴 때부터 보여주고 싶었지…

  아름다운 사랑을 보고 자라야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다는게

  내 생각이지…

  어릴 때부터 모범적인 사랑(?)을 보고 자라야 커서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지…

  그녀는 그 날의 그 아름답던 공주님처럼…수줍기만 하지…

  그럼…10년 된 날인데…준비를 안 했을리 없지…

  (박봉이긴 해도, 먹고 살기가 넉넉치 않아도)

  큼지막한 다이아가 박힌 반지는 아니지만,

  그녀의 눈빛에서 방금 캐낸듯한 쬐그만 다이아가 박힌

  반지를 하나 샀지…

  그간 못 해던 무리를 이번에 해보자 하며…

  그녀의 손을 잡지…어깨에 기대어 강물을 바라보는 그녀에게

  반지를 건네며 난 다시 고백을 하지…

    "&%야…나랑 다시.. 결혼해 주지 않을래?"

  (하핫..이런… 이렇게 티를 내면 안 되지만..)

  감동하는 그녀를 보니 내심 뿌뜻하지…

    "그래…알았어…다시 너의 신부가 되어줄게…"

  오늘…그녀와의 입맞춤은 한없이 길고 달콤하지…

  우리의 사랑도 때론 힘들고 지칠 때가 있겠지만

  그럴수록.. 우리가 이렇게 사랑하는 만큼

  그동안 부단히 노력해왔던 거 만큼,

  더 힘을 내어 열심히 사랑해야 겠지…

  그녀의 부드러운 살내음 만큼

  우리의 사랑도 결혼생활도 모두 항상 부드럽고 순탄하길 바라지…

  오늘도 난 이렇게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놈이

  멀고 먼 미래의 일들을 상상하며

  혼자서 즐거워하며

  하루를 마감하지…

  이 글을 읽어준 이들도

  오늘 하루.. 이쁘게 마무리졌으면 하지..

                                       1999.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