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철] 우연 <19>

우연 #19

철이: 표지가 참 멋있습니다. 컴퓨터이해 레포트말입니다. 별로 안어렵더군요.

이것참 그녀의 학번은 아는데 그녀친구의 학번은 모릅니다. 어떻게 할까요?

그녀한테만 표지를 해주면 친구가 서운해 할텐데…

일요일날 도서관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내일부터 시험기간이라 도서관에

사람이 참 많네요. 자리잡기가 좀 어렵겠는데요. 빈자리가 보이질 않습니다. 하하.

그녀가 저보다 일찍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녀의 옆자린 비어 있군요.

인사를 하고 예의상 앉아도 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빈자린데 옆사람한테 물어보고 앉아요?” 좀 무안하군요. 그녀의 옆자리에

오랜만에 앉아 봅니다. 이제는 서로 아는 사이입니다. 아직은 단지 아는 사이지만…

민이: 새벽에 학교가는 첫버스를 탄것 같습니다. 시험기간이니 도서관이

붐비겠지요. 오늘 그하고 도서관에서 보기로 했습니다. 레포트를 받아야지요.

중요한 레포트거든요.

컴퓨터교양은 레포트로 중간고사를 대치했습니다. 호호 내맘은 그게 아니라는군요. 본심은

따로 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학교로 가는 길의 제과점에 아침빵이 도착했군요. 아침을

못먹었는데

몇개 사가지고 가야겠습니다.

도서관에는 이미 학생들이 많이 와 있었습니다. 아직 여섯시도 훨씬

못되었는데… 다행히 그가 자주 앉던 자리와 내자리는 비어있군요. 그는 아직 오질 않은 모양입니다.

자리에 앉아 책을 폈습니다. 도서관 좌석은 점점 학생들로 채워져 갑니다.

그는 나타나지 않네요. 옆자리가 불안하여 내 가방과 책몇권을 갖다 놓았습니다.

공부가 될리 없죠. 그가 나타나는거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일곱시가 넘어서 열람실 입구에서 그가 두리번거리며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가 여기로 오기전에 가방과 책을 치워야 겠죠? 그가 이런 모습을

보면 안되는데…

공부하는척 했습니다. 그가 좌석앞에 섰습니다. 한번 쳐다 보았습니다. 그냥

앉으면 되지 쑥스럽게 앉아도 되는지 물어봅니다. 봤을까요?

철이: 레포트를 건네 주어야 하는데 그녀는 공부에 열중이군요. 신경이 쓰입니다.

그녀의 친구는 어디에 앉아 있을까요?

그녀의 친구가 있으면 쉽게 말을 걸 수가 있을거 같습니다. ‘

위이잉.’ 삐삐가 왔습니다. 전 삐삐가 없어요. 그녀의 삐삐가 울렸다는 말이지요.

기회가 왔습니다. 그녀가 삐삐를 보더니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도 레포트를 꺼내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녀가 전화기 앞에 서 있네요. 커피를 두잔 뽑았습니다. 그녀가 전화를 하고

나면 내가 이 커피를 그녀에게 줄것입니다.

친한 사이같이 보이겠죠? 하하.

‘야이 기집애야.’? 그녀가 수화기에다 대고 터프하게 말을 했습니다.

난 그녀가 전화를 할동안 옆에서 커피두잔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그녀가 나를 쳐다보는군요. 내 겨드랑이 사이엔

그녀에게 줄 레포트가 끼워져 있습니다.

그녀가 드디어 전화를 끊었습니다.

“잠깐만 들고 계세요.” 풋. 그녀가 한잔은 자기것인지 알았나봅니다. 전 아무말도

안했어요.

어. 왜 열람실로 도로 들어가 버리죠?

민이: 그가 자리에 앉은 후 도통 말이 없군요. 오랜만에 그와 나란히 앉았는데,

조용한 도서관 분위기 때문인지 그는 말이 없습니다.

내가 먼저 말을 걸어 볼까요? 으으..

삐삐가 왔습니다. 친구네요. 도서관 나온다더니… 집입니다.

이제는 나와도 자리도 없는데 삐삐는 왜 쳤을까요? 전화는 해주어야 겠죠.

전화기 앞에 서 있을때 그가 휴게실로 들어왔습니다.

그가 들고 있는게 나에게 줄 레포트 같습니다.

나하고 얘기 할려고 나온게 틀림없네요.

호호 그가 커피까지 두잔을 뽑았거든요.

친구는 오후나 되어야 나올거 같다고 합니다.

자기는 체질적으로나 적성적으로 메뚜기가 좋답니다. 레포트를 받았냐고 물어봅니다.

전화를 끊고 열람실로 들어왔습니다. 뭘 가지러 들어온것이지요. 호호 그는

내친구에게는 관심이 없나봅니다. 친구의 레포트 표지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흠 그가 아직 내 학번을 기억하고 있었군요.

나도 그가 보냈던 편지를 간혹 읽어보기에 그의 학번을 잊어버리지

않았습니다. 그와 휴게실에서 잠시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철이: 그녀가 열람실로 들어갔던건 빵을 가지러 간거 였군요. 아침을 안

먹었을까요? 빵이 세개나 됩니다.

나에게 두개를 주었습니다. 그녀는 하나만 먹어도 된다는군요.

제과점 생크림빵입니다. 맛있습니다.

언젠가 비슷한 맛의 빵을 도서관에서 먹은적이 있지요.

레포트를 보더니 그녀가 밝은 모습을 짓습니다. 그래 제가 정성을 좀 들였죠.

그녀와 단둘이 잠시간 공유된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는 친구가 날 보더니 부러운듯한 표정으로 모르는

척 해주고 지나갔습니다. 눈치가 빠르군…

민이: 오늘은 아무래도 일기를 써야 할것 같군요. 그와 참 오랜시간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친구는 결국 도서관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점심때는 그가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나 혼자 밥을 먹었지만 저녁은 같이 먹었습니다.

아직은 어색한 듯 정다운 말 오고가진 못했지만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그가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그는 나에게 버스정류장 앞에 있던 꽃집에서

장미한송이를 사서 주었습니다. 꽃보다 더 화려한 포장이 한송이 꽃을 주눅들게 했지만 화병에

꼿히는건 꽃이겠지요. 음반점에선 포근한 음악이 새어 나옵니다.

철이: 그녀와 이런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을 꿈꾸어 왔는데 조금은 어색합니다.

그녀와 단둘이 저녁을 먹게 되었지만 그렇게 할 말이 떠오르지 않네요.

그녀에 대한 기억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편지얘기를 애써 꺼내지 않았기에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생각을하게 되었고 그로인해 좀 떨었습니다.

그래도 그녀는 잔잔한 미소를 지어줍니다.

어떤분은

‘사랑해. 수민이. 이리와.(신성일어투)’ 이렇게 말하라고도 하지만 그럴용기 있었으면

편지보내고 했을 필요가 없었겠죠.

그녀의 모습이 버스뒷창문으로 비추어집니다. 이눔의 버스는 항상 짜증나게 날

기다리게 만들더니 오늘은 정말 빨리 와 버렸습니다.

늦게 오길 바랬는데… 한송이 꽃을 든

그녀의 모습이 사라져 갑니다.

음반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때문에 마음이 떨어올라 그녀에게 장미 한송이

선물했습니다.

혹시나 음악 때문에 테프내놔라 걱정했는데.. 잘 선물한거 같습니다.

민이: 시험기간 동안 그를 자주 볼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매일 도서관을

나갔을까요? 몇번 인사를 하고 지나쳐지기는 했지만 그도 시험 때문에 바쁜가 봅니다.

그에게 줄려고 했던 편지는 그한테 받은 편지와함께 내 책상서랍 한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겠죠. 시험이 끝나면 그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써볼까요? 흠. 다음주는

축제기간이군요.

내일이면 시험도 끝이나고 설레이는 날들이 올것만 같군요.

철이: 시험이라 마음은 바빴지만 캠퍼스에서 인사할 수 있는 그녀의 모습에

여유가 담깁니다.

같이 시험보러 가던 친구들의 시선에 놀라움의 빛이 뚜렷했습니다. 왜냐구요?

그녀는 퀸카니까요.

오늘 중간고사가 끝이 났습니다. 그녀에게 참 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그녀가

말한 크린베리스의 테프는 다행히 2집까지밖에는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그 테프들에 내 편지를 동봉하여 그녀에게 줄겁니다.

다음주 수요일부터 축제 기간입니다. 그녀와 그 축제를 같이 보낼수 있을까요?

우리과는 여전히 주점만 열겠죠.

그녀와 그곳에서 술한잔 할 수 있을지… 설레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