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신부님
어릴적 꿈을 이야기할 때
항상 이스가 시작하면
다들 한 번씩 자지러지는 이야기가 있지…
이스의 어릴 적 꿈 중에 하나가
신부님이 되고 싶었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거지…
다들 믿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 설마~! 니가…? ” –+
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설마가 가끔 사람 잡기도 하지… –;;
이스는 국민학교 2학년 전까지는
아버지를 따라 기독교 신자였지…
그러다 2학년 때 옆집 춘식이를 따라 성당에 갔다가
이스는 장엄한 성당 내부와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 되면서도
왠지 편안한 느낌에 녹아들었었지…
꼭 오래된 우리 시골집에 찾아온 느낌….
그리고는 이내 다음주 부터
첫영세, 성체성사를 위한 교리에 참여하기 시작했지…
그 때쯤 왜!? 어머니가 일요일마다 아버지랑 같이 교회에 가지 않고
다른 곳을 가는 지도 알았지…
어머니가 엘리사벳이라는 본명도 가지고 계셨고
열심히 성당에 다니는 것도 굉장히 충격이였지…^^
세례성사와 성체성사를 무사히 마치고
이스는 곧 복사가 되었지…
복사가 된 것도 우연히… -_-;;;
어찌나 춘식이 어머니는 열성적이셨는지…
성당일이라면 뭐든지 앞장서시고,
춘식이를 복사로 만들고 싶어하셨는데
나는 우연히 춘식이랑 놀다가 성당에 쭐래쭐래 따라 갔다가
얼떨결에 복사가 된거지…
그 때까지만 해도 복사가 뭐하는 건지도 몰랐었는데….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장면이 들어있는 영화를 본사람은 알겠지만
복사는 신부님 옆에서 시중을 드는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이지…
열심히 교회에 다니시며 집사까지 하셨던 아버지를
성당으로 옮기게 하고….
우리집은 모두 단란한 천주교 집안이 되고…
이스는 일주일에 두~세번씩 맡은 미사를 시중들면서
조금씩 조금씩…..
이스는 그게 숙명이라고 생각했지…
새벽 5시에 일어나 성당으로 미사준비를 하러 가며…
미사복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미사 준비를 위해 제단위 초에 불을 밝히며…
복사들 모이는 날… 함께 기도를 드리며…
이스는 그냥 이런게 운명인가보구나 했었지…
그 당시에 이스가 다니던 성당엔 외국인 신부님이 계셨지…
차일봉 신부님…
외국 사람 닮았다고 더 이뻐해주시던 신부님… -_-
(어렸을 때 이스는 정말 튀기처럼 생겼었지..–;;;)
어느 날인가 차신부님께서 한국에서 일을 마치시고
이제 미국 본국으로 떠나시며
‘혹시 신부님 따라 안 갈래?’
라고 물으셨는데….
그 때 만일 따라갔다면 어떻게 됬을까…?
국민학교 다닐 때는…
어머니께서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으실 때…
당당히 ‘신부님’이라고 얘기를 했었는데…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열심히 복사생활을 하던 이스에게
어머니는 말씀하셨지…
” 정말 너 신부님이 되고 싶니…?
너는 아닌 거 같은데… “
그 때부터 어머니는 신부님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해 주셨지…
왜 그러셨을까..?
다른 복사들 어머니들은 못 밀어줘서 안달이 났었는데…
처음 어머니가 그러셨을 때 당황하기도 했지만…
어느 날인가…
” 은성아… 신부님 될 사람들은 이미 정해져 있단다…
오래 전 부터 준비된 사람들로 말야…”
라는 얘기를 듣고는 이스는 포기했지…
혼자서 암만 생각해봐도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이스…
조금은 두렵고… 조금은 무서운 험난하다는 과정들…
할 수 없이…
” 너 같은 사람은 신부님 못 해…. “
라는 소리에 마음을 접었지…
아직도 성당에 가면 이스는
신부님들 옆에서 시중을 드는 복사들의
올망졸망한 눈을 바라보며 그 때를 회상하지…
정말 나에겐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를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신부님 되는 것도 그렇지만…
인생살이 자체가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겐 힘든 법이지….
확실히 어떤 준비를 해야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갖춰야 할지…
잘은 모르지만…
항상 자신을 갈고 닦다 보면 보이지 않을까…?
긴 계단을 한 번에 계단을 오를 수는 없지만…
한 걸음… 한 걸을 걷다보면
그 끝도 보이고, 어디로 가야할지 다음 계단도 보이지…
봄날에 실바람 불 듯 찾아오는 사랑도 감싸안으려면
내 마음 구석구석 잘 닦아놓아 준비를 해야겠지…
항상 깨어서 준비하는 삶…
준비된 사람만이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를 되새기며
오늘도 다부지게 마음 한 번 추스려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