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쁜 여자를 싫어하는 7가지 이유…

  
    내가 이쁜 여자를 싫어하는 7가지 이유…

    내가 이쁜 여자를 싫어하는 데에는 7가지 이유가 있지…
    
    이쁜 여자는 사악하다 아니면 머리가 안 좋다는
    
    그런 어설픈, 바보 같은 이유가 아니지…
    
    말도 안 되는 이유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 고만고만한 사연사연이 깃들여 있는 합당한 이유들이지…
    
    
    
    이쁜 여자를 싫어하는 첫번째 이유는 건강 때문이지…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할 남자들 때문에
    
    항상 불안해하고 의심하다 보면
    
    엄청난 스트레스와 긴장이 생기게 마련이지…
    
    지나친 긴장과 스트레스는 건강에 치명적이지…
    
    각종 성인병과 암의 발생의 원인이 된다는 스트레스를
    
    난 피하고 싶지…
    
    쬐만한게 그래도 오래 살고 싶은 모양이지…
    
    
    두번째 이유는 주제파악 때문이지…
    
    길을 걷다가 쇼윈도우에 비친 초췌한 내 모습이
    
    행여나 그녀의 아름다움에 누가 되지나 않을까
    
    그런 걱정하며 살고 싶지 않지…
    
    아름다운 드레스엔 그에 걸맞는
    
    아름다운 구두를 신어야 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녀에겐
    
    예쁘고 멋진 악세사리 같은 남자가
    
    더 잘 어울린다는 걸 알고 있지…
    
    
    세번째 이유는 돈이 없기 때문이지…
    
    그녀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때
    
    옆에서 별로 도움이 되주지 못 한다면
    
    그 만큼 슬픈 것도 없지…
    
    그녀에게 어울리는 옷들과 미용도구와 악세사리는
    
    나에게 아직 무리이지…
    
    가장 초라한 이유 같기도 하지…
    
    
    네번째 이유는 내 특이한 성격 때문이지…
    
    항상 평범한 건 싫어하는 내 성격에
    
    흔한디 흔한 이쁜 여자는 싫지…
    
    어릴 때부터 다들 바밤바 먹을 때 혼자 비비빅을 먹던
    
    그 특이한 성격은 남 주는게 아니지…
    
    
    다섯번째 이유는 훗날을 위해서지…
    
    행여나 그녀와 내가 인연을 다하지 못하고 헤어졌을 때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와 긴 속눈썹과 너무나 훔치고 싶던
    
    그 입술을 그리워 하고 싶지 않지…
    
    단지 그 따뜻한 마음만, 생각만 해도 훈훈해지는 예쁜
    
    추억들만 남았으면 하기 때문이지…
    
    
    여섯번째 이유는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은 순간인걸
    
    잘 알기 때문이지…
    
    그녀가 자기의 져물어 가는 아름다움에 (그 겉모습때문에)
    
    속상해 하는 건 그리 보고 싶지 않지…
    
    행여나 그녀가 자기의 아름다움이 식는다고
    
    나의 사랑도 식을까봐 걱정하고
    
    그 겉모습에 매달리게 된다면
    
    더 이상의 비극은 없다고 봐도 되지…
    
    
    일곱번째 이유는 사랑은 노력이란걸 잘 알기 때문이지…
    
    남들은 찾을 수 없는 둘만의 서로의 매력을 가꾸기 위해
    
    우리는 더 노력을 하겠지…
    
    외모만 보는 이들은 평생 찾을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서로의 가슴 속에 심어두고 가꾸는 우리의 사랑은
    
    노력하는 만큼 아름다워지지…
    
    
    
    
    요새는 거리에서도 학교에서도 술집에서도
    
    온통 이쁜여자들 뿐이지…
    
    (그래서 이제 그만좀 이뻐지라고 사정하고 싶기도 하지…)
    
    그렇게 온통 이쁜 여자들만 있기 때문에
    
    이쁜 여자를 싫어하는 나에게
    
    여자친구가 없는 건 당연한 거라고,
    
    말도 안 되는 7가지 이유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이번 가을도 혼자 쓸쓸히 보냈지…
    
    
    다가오는 겨울도
    
    나의 발바닥에 붙은 눈높이를 조금이라도 높이거나
    
    아니면 쓰잘데 없는 이유들을 버리거나
    
    아니면 살짝 맛이라도 가지 않으면
    
    어림도 없을 거 같지…
    
    어서 빨리 어딘가에 숨어있을 우리 못난이를 만났으면 하지…
    
    
    나에게 이렇게 낮은 눈을 내려주신 신이 원망스럽기도 하지…
    
    하지만, ‘짚신도 짝이 있다’는 속담하나
    
    가슴 속 깊이 고이고이 간직하며 살지…
    
    그래서, 항상 터질듯하게 빠방하게 부푼 가슴으로 사는
    
    나에게 세상은 온통 핑크빛이지…
    
    
    
    이번 크리스마스엔 정말
    
    흰 눈이 펑펑 내렸으면 하지…
    
    
                                        1999.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