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수애가 몹시 애태우며 좋아한 사람과 키스했다는군요.
이 군침도는 얘기를 침 하나 흘리지 않고 부러워했네요.
사실 섹스보다 진한 게 키스일지 모릅니다.
철따라 상황에 따라 맛이 다르대요.
수박 맛이 나는 키스, 절편같이 쫄깃쫄깃한 키스…
듣기만 해도 세상의 모든 사물이 키스하는 듯 보였어요.
애인이 그녀의 머리카락에 손을 대면 순식간에 장발이 되고,
어깨에 손을 얹으면 슬립이 스르르 미끄러져 내리고,
볼을 어루만지면 고탄력 피부로 변한대요.
그렇게 미용에 좋은 남자가 또 있다면 풍덩 빠지고 싶더군요.
요즘 수애는 사랑이 바로 ‘스킨 십’이라 생각해요.
그녀의 눈은 부드러운 진홍빛으로 발광 중입니다.
함께 있어도 외로운 날. 그래도 빛났으면 해요.
자기도 모르게 흘러간 마음.
지금껏 가보지 못한 휴식처이자 전쟁터.
잃을까 두려운 게 사랑일텐데.
“삶의 가장 큰 비밀과 최대의 선물은 비슷한 성향의 두 사람이 만나는 것입니다.”
사랑은 장난감처럼 망가지기 쉽지요.
은밀하게 이끌어보세요.
자랑하면 복이 새나갈지 모르니까요.
[김정원] 수박맛 키스
200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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