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낭자] 그 남자, 그 여자

예전에 니가 그런 얘기 했었지.
밤새워 공부할때
잠이오거나
자꾸 딴생각이 나면
손톱깎는다구
그 말이 생각나서
나도 너처럼
손톱을 깎았는데
잘려나가는 손톱을 보니까
괜히 마음만 더 서글퍼 지더라.
손톱도 원래는 피부였다고 하던데.
지금은 딱딱하게 변했어두
한때는 부드러운 피부였다는데.
이렇게 톡톡 잘라내두
하나도 안 아프네.
지금 생각해보니까
너한테 나는..
잘려져 나간 손톱조각 같았겠다.
잘라내도 아프지도 않구
더 이상 필요하지도 않구
그냥 모아서 휴지통에 넣어야하는
그런…
귀찮은 흔적같은거.
헤어진 바로 다음 날
전화번호까지 바꿔버릴 만큼
귀찮은 흔적 같은…
난 아마 너에게 그런 존재였던것 같다.


밤새도록
뒤척거리다보니
벌써 창밖이 환해졌네.
예전엔 새벽2시만 넘어가도
졸음이 쏟아지곤 했는데.
그땐 일부러 잠을 쫓으려고
손톱을 자르곤 했었어.
쪼그리고 앉아서
손톱을 깎고
한바탕 세수를 하고
그래도 잠이오면
너한테 전화를 했었지.
이젠 애쓰지 않아도
잠이 오질 않네.
무거운 머리를 일으키는데
꿈처럼 니가 부르던 노래가 생각난다.
전쟁같은 사랑.
전투가 한창일땐
총에 맞아도 아픔을 모른다지
나도 몰랐어.
손톱을 너무 짧게 자르면
나중엔 이렇게 손끝이 아프다는 걸.
넌 이미 많이 아팠으니깐
지금은 좀 괜찮아 졌겠지.
난 너무 늦게…
많이 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