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기업 회장이 투신자살을 했다
만우절날 세상을 떠난 영화배우처럼
그의 죽음은 거짓말인 것만 같았다
하루하루 살기에도 빠듯한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
세상에 그렇게나 가진 것 많은 사람이
뭐가 아쉬워 자살을 했을까? 그렇게 되물어도 봤지만
무언가 알 것 같은 그 기분이 오히려 더 씁쓸했다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인 사람이나
우리 사는 이세상, 참 살기 힘든 곳이구나
이런 날엔 술도 마실 수가 없어
그는 그렇게 스스로 목숨을 버림으로써
삶에 대한 저마다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는지를 세상에 내보였다
#.2
언젠가 죽음에도 인플레가 붙었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매일같이 누군가의 죽음을 접하는 우리
왠만한 죽음에는 눈하나 깜짝하지않는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사이, 죽음에 대한 평가를 하고있는지도 모른다
카드빚에 시달린 30대 가장이
가족을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고,
성형수술이 맘에 들지않는다고
이십대의 누군가는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는
잠시 시선을 멈추게 하는 한줄 기삿거리일에 불과할 뿐
:
:
무엇이 그들을 죽게했을까?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생각해보기도 전에
우린 어느새 자살로 얼룩진 세상을 살고있다
#.3
지극히 개인적인 나는 서른이 다되어서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유명한 철학자의 말을 어설프게 해석하기에 이르렀다
그 의미는 조금 다르겠지만
개인의 삶이 사회적인 환경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는가에 대한 새삼스러운 인식
카드빚을 갚지못해 죽은 자의 무능력을 비난하기 전에
카드사용이 미덕인냥 거리에서 사은품을 주어가며
가입을 유도했던 카드회사의 몰지각한 행태에 분노하고
성형수술이 잘못되어 비관하다 죽은 사람을 욕하기전에
예쁜 것만이 최고의 가치인듯 부축여대는
언론매체들에 진절머리치는건
부족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사회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말해볼까 한다
허덕이는 삶을 인생역전 복권 한장에 걸고
그래도 내 삶은 남들보다 달라, 스스로 위안을 삼아보지만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적당히 미치지않으면 이 불온전한 사회에서
온전히 살 수 없을 것 같은 이 불안함은 무엇인지…
나는 과연 이 사회에 살고싶은가?
#.4
고학력 실업자들이 몇백만명에 이르고
정치는 밥그릇 싸움으로 변한지 오래고
무엇하나 믿을 수 없는 세상을 산다는 일은 참 힘든 일이다
우리가 사회에 속한 인간이기에
우리가 사회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미쳐버릴지도 모르는 이 세상을 위해
우리 이제, 조금씩이라도 욕심을 버려야한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하기에 우린 생산적인 힘들을
‘소유’에 두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갖고, 갖지않는 것 이외에도
이 세상에 소중한 가치는 너무나 많지않은가?
욕심을 버려 비워내고
그래서 세상이 조금 차분해진다면
세상살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질텐데
하늘엔 조각구름 걸려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다고, 노래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할텐데… by nann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