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은 언어영역 공부를 다시 하도록 하라

박병곤(bk_park10@hanmail.net) :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은 언어영역 공부를 다시 하도록 하라

나는 수능시험을 21일 앞둔 고등학생이다. 재작년, 작년 수능시험이 상당히 어려웠고, 그 추세가 올해도 계속된다고 한다. 그리고 난이도 상승의 주역은 모두들 언어영역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작년 우리 학교에서도 최상위권 선배들의 당락은 주로 1교시 언어영역에서 갈렸으며 입시 전문가들도 최상위권은 “언어영역’에서 판가름난다며 그에 대한 대비를 권하고 있다.

정치칼럼 사이트에 고등학생이 들어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거기에 웬 언어영역 이야기? 그것은 요즘 조선일보와 한나라당 사람들을 보면 이들의 국어 교육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의 언어 구사 능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조선일보는 머리가 나쁜 건지 어쩐지는 모르겠으나 조금만 찾아보면 나오는 자신들의 친일 행적을 알지 못한다. 그래, 그것은 한 7~80년쯤 전 이야기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일단 넘어가자. 그들은 자신들이 지난 박통 밑에서나, 전두환 돌머리 밑에서 썼던 이야기들도 기억하지 못한다. 조금만 더 인내를 발휘해서 그것도 한 10년 지난 이야기니깐 봐주도록 하자. 그런데 그들은 단 하루 전의 자신들의 주장을 기억하지 못하는 놀라운 두뇌를 보여주었다. 바로 하루 전에 신나서 국민투표 하자고 춤추고 디스코 추다가 판 돌아가는 거 봐서 국민투표 하면 피박 쓰게 생겼으니 이제 국민투표에는 헌법상의 위헌 소지가 있다고들 말하고 있다.

서프라이즈 유저님들께 지금 한번 조선일보 칼럼페이지에 가보시기를 권한다. 사설란에는 국민투표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떠들어대고 있는데, 조선일보 대빵 주필 김대중 칼럼에는 국민투표로 갈 수밖에 없다고 써놨다. 이게 아침 배달판에도 그대로 나갈지는 모르겠으나 만일 사설과 김대중 칼럼이 한 신문의 지면에 같이 나간다면 우리는 조선일보 편집진들에게는 대뇌가 없으며 그들은 척수와 연수로만 살아간다고 판단해도 좋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더하다. 조선일보 대빵 출신 최틀러가 대표라서 그런가? 언어영역 문제를 잘 분석해 보면 ‘비판적 사고’ 란 분야가 있다. 말 그대로 어떤 주장을 액면 그대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그 주장이 진실인지, 논리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판단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분야이다. 며칠 전 언어 영역 문제를 풀다가 이러한 내용의 문제를 보았다. 문제에서는 흥부전의 지문이 주어졌다. 그리고는 놀부의 입장이 되어서 ‘방이설화’ 라는 이야기에서 자기형을 괴롭히는 동생을 비판한 것 중 옳지 않은 것을 고르라고 요구했다. 정답은 놀부가 형제의 우애를 강조하는 내용의 보기였다. 그리고 해설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놀부는 자기 자신이 동생을 괴롭혔기 때문에 형을 괴롭히는 동생을 비판한다면 표리부동한 것이 되어 논리에 어긋나지 않는다”

위의 내용을 그대로 한나라당에 적용해보면 거의 다 일치한다. 우선, 한나라당은 대통령 주변의 비리를 계속 강조하며 탄핵감이라고 떠들어대고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어떤 당인가? 멀리 갈 것도 없다. 안기부를 이용해서 정치자금 모금하고, 국민 세금 횡령해서 선거자금으로 쓴 당이다. 내가 살고 있는 수원 팔달구의 남경필 의원은 벌써부터 김을 돌리면서 불법 선거 운동을 해대고 있다. 만일 그들이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고 싶으면, 남경필 의원의 피선거권부터 박탈하고, 불법 자금으로 국회의원 해쳐먹은 대다수의 의원들이 먼저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여. 그대들은 기본적인 국어 교육, 도덕 교육도 받지 못했는가? 그대들은 고등학교 일반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합리적인 의사 결정 방식, 합리적인 사회 갈등 해결 방법을 배우지 못한 모양이다. 아마도 서울대 출신이 많을, 그리고 고등학교 때 공부 깨나 했을 것 같은 이들이 왜 그렇게 수준 낮게 나오는지 모르겠다. 자기들만 수준 낮으면 그나마 괜찮다. 그런데 그런 수준 낮은 사고를 국민들에게까지 강요하고 있다. 그들은 얼마나 국민들의 의식이 성장하고 많은 학습과정을 거쳤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고3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수능 21일 남은 놈이 이런 글을 쓴다는 게 조금 웃기다. 그런데 한나라당과 조선일보가 하는 짓은 더 웃기다. 이제부터라도 한나라당과 조선일보가 언어영역 공부를 제대로 해서 조금 수준 높고 논리적인 언어를 구사해 줘서 많은 고교생들의 언어영역 점수 향상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많은 선생님들은 언어영역 대비 방법으로 신문을 읽으라고 권하신다. 그런데 조선일보를 보면 논리적 사고 능력이 더 떨어지는 것 같다. 아마도 지난 2년간 수험생들의 언어영역 점수하락의 주원인은 조선일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