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식

    
    나의 결혼식
    
    
        
    
    그저께 한국일보엔
    
    [특전사 부부의 결혼식]이란 조금만 사진과 함께 기사가 실렸지.
    
    부부가 같이 고공낙하를 하며 입을 맞추는 장면이었는데…
    
    다들 눈여겨 보진 않았지만
    
    나에겐 가슴을 에리게 할 정도의 강한 느낌이었지…
    
    
    나의 결혼식도 좀 특별했으면 하지…
    
    성당같은데서 엄숙하게 경건하게 보내는 것도 좋겠지만…
    
    결혼이라는게 정말 신성한 의식이라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나의 결혼식은 정말 축하 받을 수 있는 결혼식이고 싶지…
    
    축복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한 100번은 하고 싶지만…
    (물론 같은 사람과…)
    
    사람들이 항상 우리의 결혼만 축복해 주며 살수는 없기에
    
    혹시나 정말 나중에 4~5번째 결혼식한다하면
    
    축복이 저주로 바뀌지나 않을까하는 걱정때문에
    
    첫번째 결혼식은 그만큼 특별했으면 하지…
    
    
    우선은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손수 만들어 보내지…
    
    많은 사람들이 오는게 아니라
    
    꼭 오셨으면 하는 분들은 다 오셨으면 하지…
    
    "모년 모월 모일 드디어 우리의 사랑이
    
     새롭게 출발합니다…축복하는 마음만 들고 오세여"라고…
    
    우리의 사랑을 축복해 줄 이들에게
    
    직접 스캔하고 작업한 우리의 연애시절 사진들과
    
    예쁜 글을 만들고 가능하면 출력까지 했으면 하지….
    
    서로 색깔을 맞추어 보고
    
    디자인을 하고 글들을 고쳐가면서
    
    청첩장 하나도 함께 만들기가 그리 쉽지 않은것처럼
    
    우리의 결혼생활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닐거라는 걸 깨닫고
    
    톱니바퀴가 나사가 물려야 돌아가듯
    
    우리의 사랑도 때론 상대에게 맞추어야한다는 진리를
    
    서로가 다시 확인했으면 하지…
    
    
    결혼식에 온 분들에게 그 날 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옷으로 입고 오셨으면
    
    하는 당부의 말도 있지 말아야 하지…
    
    성인이 되어 결혼식에 가보니
    
    이젠 어떤 옷을 입고가야 하나.. 걱정도 하게 되지…
    
    그런거 때문에 즐거운 결혼식이 되지 못 한다면 정말 아쉽겠지…
    
    캐주얼 차림으로….아니면 집에서 즐겨있는 파자마 차림이나
    
    집 앞 슈퍼에 심부름 가는 옷차림이라도
    
    정말 편안한 옷 차림을 하고 오셨으면 하지…
    
    옷이 편안해야 맘이 편하다는 얘기에 전적으로 동감하지…
    
    맘이 편안해야 축복도 많이 해주겠지…
    
    
    결혼식 때 주례는 왠만하면 생략하고 싶지….
    
    대신 누군가 우리의 사랑을 지켜보아왔던 부모님이나
    
    친구들이나 형제 아님… 선배들이
    
    우리의 험난했던(?) 사랑에 대해
    
    우리의 멋진 결혼 생활에 대해 이야기 해줬음 하지…
    
    그리고 나선
    
    내가 첨에 어떻게 그녀를 꼬시게 되었나(?)
    
    어떻게 그녀는 나를 튕겼나…등등
    
    우리가 첨 만났던 날들을 앞에 서서 얘기하고
    
    어떤 결혼생활을 할 거고
    
    30년 뒤에 다시 한 번 이 장소에 만나서 나눌
    
    우리 사랑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지…..
    
    언제 한 번 마이크 잡고 우리의 사랑에 떠들수 있을까?
    
    결혼식장에서 만큼은 용서가 되리라고 보지…
    
    
    그리고,
    
    비디오 카메라…사진 촬영도 좋지만
    
    그거에 얽매여서 식을 망치고 싶지 않지….
    
    어짜피 기억에 생생하게 남을 결혼식일텐데…
    
    사진관에 맡겨서 우리에게 딱딱한 포즈와 어색한 미소를
    
    강요당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싶진 않다는 얘기지….
    
    단지 우리의 즐겁고 행복한 표정들을 담았으면 하지….
    
    고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나 동생들에게
    
    작은 용돈을 주면서 부탁을 하는게 차라리 낫다고 보지…
    
    카메라 기법이 별건가……
    
    차라리 캠코더를 한번도 만지지 않아본 그들의
    
    솜씨가 더 기발할지도 모르지…
    
    반드시 중요한 건
    
    그 비디오들을 CD롬으로 제작해서 전부 나눠줘야 한다는 거지.
    
    다들 사진만 열심히 찍지만
    
    한 번도 식에 참가한 후에
    
    사진 한장 받아본 경험이 없다는 걸 알고 있지…
    
    그러면서도 왜 그렇게 사진들은
    
    열심히 찍었나 궁금하기도 하지…
    
    우리의 사랑은 연애시절 주고 받은 편지부터
    
    피로연 그 웃음까지
    
    그리고 오셨던 분들의 사랑까지
    
    모두 담아 선물하고 싶지…
    
    
    결혼식 음식은 우리가 준비를 하는 것보다
    
    다들 싸왔으면 좋겠지…
    
    아마도 싸오기 싫어서
    
    결혼식 끝나고 중국집에 전화해서
    
    배달시키는 그런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고
    
    정성스럽게 떡까지 마쳐서 오시는 분도 있을지도 모르고
    
    즉석에서 "라뽂이"를 요리해
    
    우리를 기쁘게 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지…….
    
    어디서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우리의 결혼식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지…
    
    아마 그 분이 시킨 중국집은 식장에서
    
    먼 곳이긴 해도 그 분 말만큼이나
    
    정말 끝내주는 국물은 끝내주는 짬뽕을 해주는 곳이겠지…
    
    기름 둥둥 뜬 갈비탕이나
    
    팅팅 뿔은 국수보다
    
    어설픈 뷔페상보다
    
    사랑이 듬뿍 담긴 축복 가득한 요리를 먹어야
    
    우리의 사랑도 오래가지 않을까하는
    
    기대때문이지…..욕심도 많지…
    
    
    결혼식은 아무래도 그냥
    
    웨딩드레스를 그대로 입고 할 거 같지….
    
    다른 이들은 다 한 번씩 입어본 건데…
    
    그녀가 얼마나 입고 싶어할 지 알기 때문이지…
    (그 옷이 얼마나 여자들에겐 이뻐보이는지 알고 있지..)
    
    마음 같아선 웨딩드레스 다섯벌 다른 걸로 사서
    
    일주일중에 5일 정도는 내내 입고
    
    지내게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지…
    
    대신.. 내가 웨딩드레스로 결혼식 복장을 양보하는 대신
    
    결혼식 입장은
    
    내가 그녀를 안고 들어갔으면 하지….
    
    영화를 많이 본 탓도 있을지 모르지만
    
    웨딩드레스 입어보는게 그녀의 일생중에 한 번 뿐이라면
    
    그런 웨딩드레스 입은 그녀를 안고 걸어보는 것도
    
    내 인생중에 한 번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이지…
    
    
    축가는 누가 부르게 해야하나…..
    
    그녀와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서태지를 섭외해서…?
    
    풋…
    
    아마도 그녀가 좋아하는 그 사람을 오게하기 위해선
    
    뼈빠지게 돈을 벌어야 할 것 같지….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마이클 잭슨이라도 데리고 와야지…
    
    우리의 결혼을 딱 한번만 축복해 달라고
    
    평생 조르다보면 들어줄지도 모르지…
    
    …그리고 노래 연습 좀 많이 해서
    
    꼭 그녀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싶지…
    
    어떤 노래를 부를까 아직 결정은 하지 못했지만…
    
    
    그녀와 평생 같은 침대에서
    
    함께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데…
    
    어떤 어려움이라도 감수 해야하지…
    
    그게 바로 시작인 결혼식부터이더라도…
    
    
    결혼식 오신 분들께는
    
    장미 한송이와 시집 선물을…
    
    그들은 사랑과 진정한 축복을…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며
    
    이번 주말도 마무리 하지…
    
    혼자 지내는 주말은 온통 즐거운 상상뿐이지…
    
    가을도 한 결 더 깊어진 하루였지…
    
    
    추운 겨울도 다가오고…
    
    맥주는 또 썰렁한 옆구리로
    
    이번 겨울을 날 거 같지…
    
    
    이 긴 글을 읽어준 이들에겐
    
    이번 가을이
    
    정말 괜찮은 가을이 되었으면 하지…
    

  
    그렇게 밤은 깊어만 가지…..
    
    
          
                                       1999.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