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잘 먹는 여자가 좋다…

난 잘 먹는 여자가 좋다…

즐거운 점심시간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어김없이 학생식당으로 왔습니다.

학교에서 누구랑 같이 다니는지 궁금하시다고여?

맥주는 학교에서 5명이서 같이 다닙니다.

선배 3명 동기 1명 그렇게 같이 다닙니다.

1,2학년때 친한 정규 멤버들은 다 2학년 마치고 군대를 갔기 때문에

내년에나 복학을 하기 때문에 지금은 선배와 다른 반 동기와

같이 다니죠… 그 정규멤버들 얘기 들려 드리면 정말 재미있을텐데…

한 번 시작하면 정말 뒤집어 집니다…

엄청난 놈들이져…

그 얘긴 나중에 기회있으면 들려드리져.

근데, 오늘은 한 명이 더 붙어 왔습니다.

여자입니다. 흠…자세히 보니 전에 인사했던 후배입니다.

생각해보니 몇 번 밥먹으러 같이 온적이 있었군여.

오늘 천원짜리 메뉴는 “콩나물 김치국” 입니다.

이름이 참 자상하기도 하죠… 울 학교는 항상 메뉴 이름이

제멋대로이거나 다정다감할 정도로 자세합니다.

가끔은 “통조림 김치찌게”란 메뉴도 있습니다.

김치찌게면 김치찌게지 통조림 김치찌게는 뭔지 모르겠습니다…-.-

아~~쓰다보니 점점 말이 길어집니다.

아…참 전 항상 점심은 천원짜리를 먹습니다.

정신 없으시다고여? 저도 정신없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해 드릴 이야기가 넘 충격적이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자리에 앉았습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식사를 시작합니다.

열심히 먹습니다.

먹다보니 이상합니다. 앞에를 쳐다봤습니다.

아까 같이 왔던 후배가 밥은 안 먹고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습니다.

신경 안 씁니다. 계속 먹습니다.

(말투가 신경에 거슬립니다. 전에도 자주 쓰던 말투인데

『엽녀』이후로 견우님 때문에 제 말투에 자신감이 없어지는군여…

  하지만 다른 건 다릅니다…계속 현재형으로 얘길 하겠습니다)

  “오빠!!”

깜딱!!

놀랬습니다. 왜 부릅니까? 밥 잘 먹고 있는데…

오빠라는 간지러운 호칭이 조금 귀에 거슬립니다…

쳐다봤습니다.

  “왜여?…왜?”
(군대갔다 온 이후로 생긴 나쁜 버릇은 시도때도 없는 존대말입니다.)

피식…웃습니다…불러놓곤 피식 웃습니다..

이런 경우가 어디있습니까?

이런 장난합니까? 걔가 고입시험 볼 때 전 대입시험 봤습니다.

어디서 지금…!!

하하…물론 앞에선 태연합니다.

  “오빠…오빠가 언제 젤 좋은 줄 알아여?”

화들짝!!

미쳤습니다…얘가 미쳤습니다.

갑자기 이게 왠 개 풀 뜯어먹은 소리입니까?

식사하던 선배, 동기들 놀란 눈으로 쳐다봅니다… @.@

  “핫하…그게 아니고여…은성이 오빠 밥 먹는게 참 매력적이라구여…”

하하…하긴 제가 워낙에 잘먹긴 잘먹습니다.

자타가 공인하져…어디가서 자기자랑 하라하면

“잘 먹는데여…” 그 자랑 밖에 할게 없습니다.

환갑이 훨씬 넘으신 고모님댁에 놀러가면
(참고로 자식들이 모두 외국에 나가있어 항상 혼자 계십니다…)

정말 줄거워하는 맘으로 밥상을 차려주십니다.

밥 먹고 왔다해도 꼭 차려주십니다.

그럼 저는 마다않고 다 먹습니다…

“울 강아지 새끼 잘도 먹네…” 고모님은 항상 그렇게 얘기하시져…

평소에 혼자계신지라 끼니를 자주 걸으시는데

제가 밥 먹는거만 보면 없는 반찬에 어떻게 그렇게 맛있게 먹냐며

고모님도 같이 식사를 하십니다…밥맛이 땡기신다면서…

어머니는 밥상은 챙겨주시지 않으시지만,
(항상 아침밥은 제가 상차려서 제가 먹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랬습니다.)

저 밥먹는거 보면서 기특해 하십니다.

병신, 망나니 같은 아들(제가 워낙에 부모님 속 많이 썩였었거든여…)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실 때가 그 때 밖에 없습니다…

밥 먹을 때..-.-;

살면서 지금까지 반찬 투정 한 번 안 한게 신기하다고

아침밥, 김치라도 하나 꺼내서 밥위에 척척 얹어서 먹는 모습을 보시면서

아니면 반찬 없을 때 고추장, 참기름 넣고 비벼 먹는 모습을 보시면서

정말 뿌듯해 하십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던데 잘 먹는 것도 재주라 하십니다. ^^;

다시 돌아갑니다. 충격적입니다. 그러나 냉정을 되찾습니다.

  “그래?”

한마디 밖에 못 했습니다.

아닙니다. 이 말도 했습니다.

  “사람 밥 먹는거 보는게 취미구나…?”  =.+

  “호호…아니에여…오빠처럼 밥 잘 먹는 사람 첨 봤어여…

   어떻게 김치 한 쪼가리 안 남겨여…?”

그렇습니다. 맥주는 식판에 있는 김치쪼가리 하나까지

다 먹습니다. 국에 들어있는 멸치랑 무까지 다 먹습니다.

한 번은 선배가 그걸 보고 그런 적도 있지요…

  “야… 혹시 너…

   식판 핥아 먹었냐…?”

더 이상 대답할 가치를 못 느낍니다.

하던 식사를 마저 합니다…

옆에서 식사하던 선배, 동기 넘들 자지러집니다.

  “하긴 은성이가 한 식사하지…”

다들 그럽니다.

그렇게 식사를 마쳤습니다.

그러고 보니 앞에 있는 후배는 밥을 냄겼습니다.

저 먹는거 구경하느라 그런 모양입니다.

  “야..혹시 너 다 먹었냐?”

  “예…부족하세여? 이것도 더 드세여…”

하하…어떻게 알았지?

  “그으래?  고마워…”

절대 사양 안 합니다. 튕기지도 않습니다.

그러다가 딴 사람 주면 어떻게 합니까…? ^^ㆀ

잽싸게 식판 포개놓고 먹습니다.

그 후배 넘 좋아합니다. 사람 밥 먹는거 첨 봤습니까?

그래도 전 잘만 먹습니다.

흠…그렇게 식사를 마쳤습니다.

얘기가 길어지긴 길었는데

이게 다 15분동안 있었던 일이군여…

밥 빨리 먹는 걸로도 둘째가라면 서럽져…^^;

그래서 항상 젤 빨리 먹고 얼릉 가서 물 떠옵니다.

선배들 뿌듯해 합니다. 후배하나 잘 뒀다고…

하하…뭘..쑥쓰럽게시리…

제 물 떠오면서 몇개 더 떠오는거 뿐인데여…

뭘 그런걸로 뿌듯해 하시는지…

거기 까지는 별일 없었습니다.

커피 한 잔 때리고 수업 들어갑니다. 나왔습니다…

도서관에 올라가는 길에 벤치에 잠깐 앉아서 커피를 마십니다.

선배가 말합니다.

  “은성아..아까 너 걔 얘기 어떻게 생각하냐?”

  “개 누구여?”

  “개 말고…아까 걔…식당에서…”

  “왜여? 하하…신기하다고 한거여?”

  “응…”

옆에있던 선배, 동기도 주목합니다.

  “자식…잘 먹는 건 좋은데…니가 그러니깐 여자가 없는거야..”

콰쾅…!!!!

이런 충격적입니다.

없는 것도 서러운데 제 유일한 자랑거리가 그런 슬픈 이유가 되다니…

전에 친구가 심각하게

『니가 여자친구가 없는 이유 천만가지중 몇개』라고

찍어 준적 있는데 그 중에 이 얘긴 없었습니다.

핫…그게 더 궁금하시다고여? 『천만가지중 몇개』얘기…?

그것도 나중에 올리도록 하져…

근데 더 충격적입니다…

옆에서 있던 무리, 악의 무리들이(전 그렇게 부르고 싶습니다…–;)

일제히 맞장구 칩니다…

  “맞아…맞아….”

  “니가 넘 푼수처럼 잘 쳐먹으니깐 없는거야…”

핫…발끈합니다. ‘쳐먹다니여…’ 근데 선배입니다. ^^;

표정은 물론 하나도 안 변한 상태입니다.

  “요새 여자들은 그렇게 무식한 남자 싫어한단 말야…”

그래서, 어제는 하루 종일 슬펐습니다.

오늘도 슬픕니다…정말 입니까…?

넘 잘 먹는 것도 무식해 보일 수 있는 겁니까…?

누가 좀 대답 좀 해주세여…ㅠ.ㅠ 우아앙…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밥 잘 먹는 남자도 싫으면 어쩌라고…

이로써 천만가지 하고도 하나를 더해 천만한가지가 되었군여…

불쌍합니다. 맥주…

그래도 어딘가에 있을겁니다… 저처럼 잘 먹는 여자…

잘 먹는 남자도 용서해 줄 수 있는 여자…

믿습니다. 그런 희망이라도 있어야지여…

믿었던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니 정말 힘이 빠지는 군여…

전 잘 먹는 여자가 좋습니다.

그럼 유도 선수랑 결혼하라구여? 아님 레슬링 선수랑?

선수들은 체중관리때문에 더 잘 안 먹는다고 하던데여…?

-.-;

잘 먹는 것도 복입니다.

복중에서도 먹을 복이 최고라고 봅니다.

세상에 그렇게 사람이 많은데

푼수같이 잘 먹는 남자 사랑해줄 여자 없겠습니까?

전 푼수같이 잘 먹는 여자라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전 잘 먹는 여자가 좋습니다.

언제가 밥 잘 먹는 사람도 대접 받는 날이 올거라 믿습니다.

이 글 읽으시는 분들 모두 좋은 하루되셨음 좋겠습니다..^^

                                                                            
                                                              1999.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