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젤 부러워하는 커플..세번째

    
    내가 젤 부러워하는 커플..세번째

    
    
    
    한달에 한번씩 난 혼자 계시는 고모님을 뵈러 송정동엘 가지…
    
    항상 그 곳을 갈 때마다 유심히 보는 동네 미용실이 있지…
    
    그 곳에 들른 적은 지난 겨울, 단 한번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 곳을 지나며 인사를 하지…
    
    
    
    그곳은 참 신기하지…
    
    미용실하면 거의 다가 미용사가 여자일거라 생각하지만
    
    배도 많이 나오고, 머리도 묶고 약간은 제멋대로 생긴
    
    그러면서도 왠지모를 매력을 물씬 풍기는 젊은 남자가 미용사이지…
    
    그리고 더 특이한 것은 바로 그의 아내가 보조를 맡고 있다는 거지…
    
    남자가 셔터맨이 아니라는 것부터가 주목 받을 만 하지…
    
    그래서, 난 항상 궁금하지…
    
    그들은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결혼에까지 이를 수 있었을까…
    
    그들의 일상은 어떨까…
    
    
    
    
    언제나 아침 9시에 문을 열고 밤 9시에 닫고
    
    손님들에게 치여사는

    ..가끔은 궈태로운..그들의 일상이
    
    그리 단조로워 보이지 않는 건 아마도
    
    그들의 사랑이 너무 아기자기하기 때문이지…
    
    
    
    그네들은 가끔 손님들을 정말 당황케하지…
    
    그 미용실에 첨 간날..
    
    내 머리를 깍다 말고 갑자기 아내의 입술을 훔치는
    
    그 남자때문에 내가 더 부끄러워
    
    정말 내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부끄러워 한적도 있지…
    
    
    ‘결혼한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부다..’ 라고 생각했지만,
    
    왠걸…
    
    "학교 다녀왔습니다…"하며 미용실 문을 들어오는
    
    꽁지머리 염색한 쬐끄만한 귀여운 아이를 보며 기겁했지…
    
    (도대체 그럼 저네들은 언제 결혼한 걸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갓 스무살에 결혼한 10년된 커플이란걸 알았지…)
    
    
    
    변치않는 사랑이라…
    
    그들이 아름다워 보이는 건
    
    내가 정말 그들을 부러워하는 건
    
    아직도 취해서 깨지 못 하는 그네들의 사랑 때문이지…
    
    
    
    …누가 그랬나..
    
    진정한 사랑은 바보만이 할 수 있다고…
    
    이것저것 재지 않고
    
    오직 한 사람만 바라보며
    
    아끼고 사랑하는
    
    진정한 사랑은 바보아니면 힘들다고…
    
    
    
    10년이 지나도록 변치않은…
    (아마 그 이후로도 계속 변치않겠지만)
    
    팽팽한 팬티 고무줄 같이 탄력적이고,
    
    레몬처럼 상큼한 그네들의 사랑을 보며
    
    난 항상 날 부끄러워하지…
    
    난 도대체 어떤 사랑을 만나고 싶어했던 거였으며
    
    지금 난 무얼 바라며 살고 있는 걸까…
    
    
    돈도 명예도 쓰잘데 없은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그네들의 사랑의
    
    위대함에 찬사를 보내지…
    
    
    
    돈 많고 잘 생긴 왕자같은 남자와
    
    예쁘고 맘씨 착한 가련한 아가씨가 만난
    
    신델렐라 같은 사랑이 아님에도
    
    서로 못난 구석이 많고,
    
    보잘것 없어 보여도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서로를 아픈 구석을 핥아주고
    
    서로를 아껴주는
    
    가난하지만 고달파하지 않는
    
    아기자기한 그들의 사랑을
    
    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라 말하고 싶지…
    
    그래서 영원했으면 하고 바라는 거고

    그만큼 부러워하는 거지…
    
    
    
    
    
    …..
    
    새 해가 떴다고 그리 달라질 건 없지만,
    
    나도 "평생을 가슴속에 새겨 둘 만한 사랑을 만났으면" 하는
    
    어제 부리던 욕심하나 다시 부려보지…
    
    
    
    
    이 글을 읽어준 이들도
    
    사랑하고 있다면 계속 아름다운 사랑 유지하기를…
    
    만일..아직 사랑을 만나지 못 했다면
    
    아마 금년엔 뭔가 다를 거라고  
    
    님들에게도 솜사탕 같이 달콤한 사랑이 다가올거라고…
    
    그러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하고 싶지…
    
    

    사랑은.. 기다리는 자에겐 더 아름답게 다가오는 법이지…
    
            
    
    
                                       20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