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리의 사랑을…
내가 내 얼굴에 대해 책임질 나이가 되었을 때
가장 생각날 사람은 바로 그대일 것 같아.
그댄 나에게
난 그대에게
왜 서로 상처만 줄 수 밖에 없었는지
우리가 그 땐 왜 서로에게 아픔일 수 밖에 없었는지….
언제 그랬냐는듯
우리의 다정했던 시간들을 뒤로한 채
서로에게 부담을 느끼고
조금씩 서먹한 감정에 시달리고 있을 때
그댄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느 날, 만나자는 말에
"만나서 별로 할 것도 없잖아.."하는
그대 말이 어찌나 서러웠는지…
내 목소릴 확인하고 서툴게
끊어버리던 그대 집 전화기 소리가
내겐 악몽이 되어
아직도 날 괴롭히지…
서툴게 사랑했던 만큼
우린 이별도 서툴게 했어야 했는데…
그와는 반대로
아주 능숙하게 너무도 잔인하게
이 마지막을 위해 사랑했던 것처럼
그렇게 잊혀지지지 않는
이별을 해 버렸구나…
그렇게 확실하게 서로 할퀴어버렸구나…
하지만 그대야
그래도 항상 5월이 되면
그 향기롭고 상그러웠던 계절이 돌아오면
그 날이 되면
우리가 첨 만났던 장소를
그 날 게슴츠레 했던 오후의 따뜻한 햇살들을
그리고 우리의 수줍던 모습들을
한 번만 생각하자꾸나…
난 그대가
그 많은 사람들중에
우리가 인연을 맺고
만나고 헤어지고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중에
유독 우리 둘이 그렇게
서로체게 가장 소중한 존재였고
또 사랑을 하게 되었는지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 수 있는 날이
365일 중에
단 하루라도 있었으면 한다…
일년에 단 하루
그 날 만이라도
우리가
우리의 소중한 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헤어졌음을 기억하고
그렇게 미워하는 내가
그허게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대가
서로에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던
그런 존재였던 적이 있었음을 잊지말자
따뜻한 이들과 둘러앉아
술을 마실제
서로들 자기의 사랑이야기를 할제
우리의 사랑이야기를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
그런 나이가 되었을 때
우리의 5월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때만 울고 싶다…
마지막으로 그대가
나의 이런 수 많은
어리석은 미련과
부질없는 바람들을
어렴풋이나마 조금이라도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의 사랑을
마무리 짓고 싶다…
1999.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