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돌이 아빠

순돌이 아빠

아무래도 전

장래에 전파상이나 철물점을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건 다 울 아버지 때문이죠…

울 아버지는 공대생은 뭐든지 다 고칠 수 있고,

모든 공구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다…

쩝…–

아버지는 항상

비싼 등록금은 왜 내고 학교 다니냐며…

이런 거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하지 않냐며

저에게 일을 맞기십니다…

그리고…항상 도.라.이.버.를 제게 건네십니다…
(울집엔 특이한 도구, 그 흔한 롱노우즈 같은 것도 하나 없습니다)

며칠전에는 안방에 있는 20년 된 칼라 TV가 맛이 갔습니다…

멀쩡한 사람 목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꺼물럭 꺼물럭 거립니다…

아버지…별 말씀 안 하시고…

손 좀 보라고 하시며 물끄러미 쳐다보십니다… (..)

하하..뭐 제가 용가리 통뼈입니까?

무슨 힘이 있다고…그냥 아버지 말씀에 순종합니다…

쥐뿔도 모르지만 TV를 분해하고 열심히 쳐다봅니다…
(얼릉하지 않으면 제가 분해될지도 모르는 분위기… ^^ㆀ

하핫…20년동안 볼륨조절 부분에 먼지가 쌓인게 너무 많아

그런 거 같군요…걸레로 닦아내고 시운해보니 잘 됩니다…

약간 뿌듯합니다…  ^ㅇ^

헉, 하지만 옆에서 당연한듯한 근엄한 표정의 아버지를 보니

별로 상쾌하진 않군요…  –+

(세상에 20년된 TV 가지고 있는 집은 우리집밖에 없을겁니다.

  거실에 있는 TV놔두고 안방에서 흐뭇하게 TV 보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에선 후광이 비치는 듯 합니다…)

그랬습니다…

제대후, 고장난 안방문을 고칠 때,

"짜식 이제 사람 됬구나…" 하시며

기특한 눈빛,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절 쳐다보실 때

전 실패했어야 했습니다…

ㅠ.ㅠ

그 이후로 시련이 더 많아진거 같습니다…

어디 TV 뿐입니까…

어머니는 제가 방을 비운사이

빨래한 옷을 내 방에 갖다 놓으신다고 오셨다가

엎드려서 하느라고 아직 바닥에 놔둔 노트북을 밟으셨습니다…

우허허…비극입니당…
                      
다행히 액정이 깨지진 않았는데 화면과 본체 연결부위가

휘어졌습니다…부러지진 않았군요…

(제것도 아닌데…사촌형 항상 그당시 400만원 줬다고 자랑하는
  노트북…이젠 전시용 효과가 더 큰데… -,.- )

고친다고 고쳤더니 옆에서 지켜보시던 아버지

다시 한번 기특해 하십니다…

"굼뱅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

쩝…이런게 싫어서 전기과, 전자과 다 싫다했건만…

군대 갔다와서 더 심해지는 맥가이버화가 무섭습니다…

아버지 말씀대로라면

울나라 정말 좋.은. 나.라.입니다..

공대생이 전부 맥가이버인데…

울나라 공대생이 몇명인데…

북한인들 두렵겠습니까…

세계 1등 문제없습니다…!!!

새천년엔 밝은 미래만 펼쳐질 겁니다… –*

                        

오늘은 알바가기 전에 별로 뜨거워지지 않는

전기 후라이팬을 손봐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런 후라이팬은 빨리 고쳐야지…안그러면 가끔

  절 타박하는 흉기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별 시덥지 않은 이유가 삶의 괴로움(?)이 됩니다…

  맥가이버가 싫어집니다…

                             아버지…이왕이면
                             정감있는 순돌이 아빠로 불러주세요…

                                      200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