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박람회] 엔소니 드 멜로

만족한 어부

북방에서 온 부자 사업가는

남방의 어부가 자기 배 곁에 드러누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왜 고기잡일 안 가시오?”

“오늘 몫은 넉넉히 잡아 놨습죠.”

“필요한 것보다도 더 많이 잡으면 되잖소?”

“그래서 뭘 하게요?”

“그래서 돈을 더 벌 수 있지요. 그 돈으로 당신 배에 알맞은 발동기를 살 수 있고,
그러면 더 깊은 데로 가서 고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고,
그러면 또 돈을 더 장만하여 나일론 그물을 갖출 수 있고,
그러면 또 더욱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고,
그만큼 돈을 많이 벌면 얼마 안 가서 어선 두 척을 살 수도 있겠고……
그러다 보면 거대한 어로 함대까지 거느리게 될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되면 당신도 나처럼 큰 부자가 되는 거요.”

“그리고는 또 뭘 하죠?”

“그리고는 편안히 앉아 쉬면서 삶을 즐길 수가 있지요.”

“당신은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부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