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옷 못 입는 여자가 좋다…

난 옷 못 입는 여자가 좋다…

“우쒸~ 오빠!! 왜 면도했어여…! “

오늘은 기말고사 마지막 날입니다. 가뿐한 교양이 셤이 있는 날이져…

도서관에서 잠깐 휴게실에 왔는데…

저번에 저보고 ‘식판 핥아먹었냐?’고 물어본 그 후배가 절 발견하더니
(난 『잘 먹는 여자가 좋다』 6번 글 참조…)

휴게실이 떠내려가라 소리칩니다… 우허허..황당합니다.

면도도 맘대로 못합니까…-.-

“왜…? -.- 그냥 했어…”  조심조심 살살 얘기합니다.

“오빤 그냥 그렇게 평소대로 꾸질하게 하고 다니는게 나아요…”

“구래…” ㅠ.ㅠ

그렇습니다. 이번 셤기간 동안(약 한 3주였슴다…셤을 여러번 보느라구)

면도를 제대로 안하고 다녔거든여… 풋…걱정마세요…

머리는 자주 감습니다.

머리가 짧으니 세수하면서 위에까지 그냥 쓱쓱 문지르면 됩니다.

(풋…젤도 바르려면 머릴 깜아야(감아야) 하니 감을 수 밖에요…^^ㆀ)

그러고 다니다 보니

“니가 고시생인줄 아냐…빨랑 깍아라…”

“조심해라…밤길에 빨간 벽돌로 뒤통수 맞으면 면도 안해서 그런줄 알아라”

등등 갖은 협박을 당했었습니다…

“야…근데 내가 그렇게 꾸질하냐…?”

“아 그건 아닌데여…오빤 꾸질한게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아여..

  맨날 셤기간동안 처럼 하고 다니세요..”

하하..그렇습니다… 이 후배 무서운게 없는 후배 같습니다. 아니면…-.-;;

그래도 이를 어찌 합니까…?

그 후배 전에 ‘자길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본거에

‘담에 대답하면 안 되냐?’고 말한 뒤로 온통 갈굼뿐입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합니까…어떻게 생각하냐 물어보면..-.-

잘 생각한다고 열심히 생각한다고 대답했다간 한대 맞을 거 같구…^^

이 얘기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해 드리져…

“풋…오빠 걱정마여…꾸질해도 싫지않아 보이는 것도 복이에요…”

“구래…”

이젠 더이상 할말이 없습니다.

하하…이를 어찌합니까…인간 자체가 그런걸…

온통 꾸질한 옷들밖에 없는 걸…

아…제가 얘길 안 해드렸군여…

왠만한 빨래들은 제가 직접하거든여…아니 세탁기가…

제가 세탁을 안하면 입을 옷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가뜩이나 없는 옷 맨날 같은 옷만 입게 되는거죠…

세탁이여…? 하하…뭐 그런걸 가지고…

절 강하게(?) 키우고 싶어하신 어머니의 의도대로 강.하.게. 컸습니다.

설겆이에서 빨래까지… 아자!!

가전제품을 잘 다룬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전 집에서 맥가이버로 통합니다.

제대후 현관문이 고장났을 때 아버지 드라이버 하나를 쥐어 주시며

물끄러미 쳐다보십니다.

고쳤습니다. 조금 버벅거렸으나 10분만에 고쳤습니다.

경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시더니 그 이후로 모든 일들이 다 제 몫이 됬습니다.

“짜식~~그래야 나중에 사랑받는다…”

아버지의 다정다감한 목소리가 귓가를 맴돕니다. –+

핫…얘기가 또 딴데로 빠졌군여…

8월 23일 복학 첫날..정말 저는 눈을 어디에다 둘지 몰랐습니다.

학교에 온통 모델 탤런트들 뿐입니다.

어서 그렇게 이쁜 여자들만 모아놓은 건지…

다들 너무 이쁘고 거기에다가 화려합니다. 부럽습니다.

(저런 여자들과 같이 남자들은 도대체 어떤 여자들일까…)

친구 때문에 이대앞에도 몇번 간적이 있지요…

바보스테이지에서 보는 그 쪽…모습들…거긴 진짜 난리도 아닙니다.

선글라스 없는게 서러웠던 적도 있습니다…^^ㆀ

이게 지나간 2년 2개월의 공백인 모양입니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청바지 하나에 티 하나 입은 사람 찾기가 참 힘이 듭니다.

제가 옷을 못 입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저는 옷 잘입는 여자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아니요…청바지 하나에 면티를 입은 사람을 더 좋아하고..

옷 잘 입는 사람으로 봅니다.

옷을 날개라 하죠…

풋…근데…항상 그 날개를 달고 다닐 필요가 있나요…

날개는 날때만 필요한 거죠… 항상 날아다닐 필요는 없겠죠…^^

평소엔 그냥 자신의 싱그러움을 맘껏 뽐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싱그러움…젊음만큼 큰 특권이 있겠습니까…?

그리고…그 정도는 누구나 다 알지 않나요…

자기 앤은 뭘해도 이쁘거든요…

츄리닝을 입고 나와도 이뻐보이는게 사실 아닌가요…?

풋…요새 바라는 남성상 중의 하나가

못 생긴건 용서하는데 옷 못입는거는 용서 못한다더군요…

여자친구를 만나는데 입을 옷이 없어서 못 나간다고 고민하는 친구가

너무 안쓰러웠던적도 많았죠…

쿠쿠…

이젠 옷 못입는 남자는 사랑해볼 기회를 조금씩 잃어가는건가요?

길을 지나다 티가 너무 이뻐서 하나 사서 선물을 해도

그 상표가 어떤거인지를 먼저 보기보다

그 색깔이 자기에게 어울리는지

치수는 넉넉한지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것이든지 상대에게 어울릴 거라고 너무 맘에 들어서

선물해도 반갑게 고맙게 받아줄 수 있는 그런 여자였으면 합니다.

옷을 못 입어도 충분히 사랑할 수 있습니다.

화려한 옷들 보단 그 사람의 마음 씀씀이가

향수냄새보다 그 사람에게서 나는 그 사람만의 향기가

사랑의 이유가 될 때가 있을 겁니다…

옷을 날개입니다.

하지만 그 날개를 항상 달고 다닐 필요있나요…

전 옷 못입는 여자가 좋습니다…

                                      1999.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