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철] 우연 <21>

우연 #21 (완결편)

철이: 무리를 했나요? 목이 좀 아프네요. 그녀는 어디서 찾지요? 퍼팅 성공하면

상품을 드립니다. 낯익은 목소립니다.

하하. 드디어 찾았습니다.

그녀가 늙은 새내기하고 같이 손님을 끌고 있네요.

당연히 가보았지요. 그녀가 어색하지만 밝은 미소를 지어 줍니다.

그냥 쳐본것인데 공이 픽 꺽이더니 옆에 있던 벽을 맞고 홀컵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미안하네요. 작은 인형을 줍니다.

헤헤 그녀에게 그 인형을 주었지요. 뭘봐?

너는 그 꼬맹이 한테나 신경을 써. 그곳에 잠시 그녀와 있었습니다.

그녀가 자꾸 웃네요. 뭔가 좋은 일이 있는듯…

“오늘 저녁에 안 바쁘세요?” 어렵사리 물어보았습니다.

“왜요?”

“제가 콘스트 표가 두장이 있는데요…”

“몇신데요?”

“여섯시오..”

“그래요 같이 봐요.”

허허. 표가 두장있다고만 말했는데 그말은 같이 보자는 말이 함축되어 있는거 였군요.

긴장을 안은채로 어렵사리 물어 본것인데 그녀는 아주 간단하게 긍정의 답을

해주었습니다. 너무 사랑스러운 그녑니다.

민이: 그는 다시 캠퍼스의 인파속으로 사라졌지만 저녁에 나와 다시 만날거에요.

미쳤니? 이걸 왜 너에게 주니.

현철이가 장사도 안되는데 상품까지 가져가면 어떡하냐고 도로 내놔라 합니다.

불쌍한 표정 짓지마. 안 줘.

그와 만났습니다. 해지는 캠퍼스에 콘스트 준비로 울리는 악기소리가 날 설레게

했습니다. 그와 난 또 나란히 앉았습니다. 그와는 자주 나란히 앉았었지만 오늘은

첨으로 그의 어깨와 내 어깨가 닿았습니다.

역시 라이브음이라 다르네요. 어둠이 내려앉고 밝은 조명속에 야외에서 듣는

생음악은 사람들의 흥을 돋구기에 조금도 어색하지 않읍니다.

그와 나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는 웃음과 대화를 나눌수 있었습니다.

노래를 듣고 있노라니 오늘 오후에 그가 노래 부르던 모습이 생각 납니다.

비록 콘스트는 끝이 났지만 이 기분은 오래 갈것 같습니다. 조명등 불빛사이사이

사람들의 목소리가 흥겨움으로 더 하네요.

오늘은 그가 타는 버스와 내가 타는 버스가 동시에 왔습니다. 내일도 볼 수 있겠죠.

철이: 공연장 좌석이 왜 이리 비좁을까요? 기분좋게 말입니다. 에구 부끄러워라.

그녀의 히프와 내 히프가 맞 닿았네요. 노래는 참 기분좋게 울려 퍼집니다.

그녀의 밝은 모습이 내 마음을 환하게 비추었습니다.

그녀와 만약에 사랑을 하게되면 이 세상 모두를 아름답게 볼 수 있을겁니다.

“***가 노래를 참 잘 부르지요?”

“네. 계철씨만큼 잘 부르네요.” 무슨 말일까요? 나만큼 잘 부른다니…

여하튼 즐겁습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그러나 저 조명불빛들 만큼이나 밤은 빛나고 있습니다.

민이: 축제 마지막날 오후는 일찍 파장분위기네요. 행사도 거의 끝이 났고 말입니다.

단지 주점들만이 그 파장분위기를 뒤로 한채 아직 북적됩니다.

오늘은 우리과 주점에도 들려봐야 겠습니다. 대부분이 우리과 학생들이네요.

대학원생들도 많이 눈에 들어옵니다. 친구와 동기 몇 녀석들과 술한잔 했습니다.

기분 좋네요.

헤헤. 친구도 얼굴이 빨개 졌습니다. 지금 물들고 있는 석양처럼 말입니다.

옛날 동아리 회장을 했던 오빠가 우리 자리로 왔습니다.

덩치가 더 커진거 같네요. 그래요. 오빠도 한잔 하세요.

철이: 축제 마지막날 오후는 일찍 파장분위기네요. 선배는 왜 이런 분위기일때 학교를

왔을가요? 선배누나 몇개월째에요? 사개월째야.

호호. 불러보이니? 아니요. 결혼한지는 삼개월 되었죠?

참 쑥스러워 하는 선배부부를 보았습니다. 괜찮아요. 두분 행복해 보입니다.

술한잔 해야지요. 선배누나 주량은 알지만, 선배누나는 좀 자제를 하셔야 겠습니다.

우리과 주점에서 노을을 안주 삼아 선배와 술한잔 했습니다.

헤헤 나도 곧 여자친구가 생길수도 있겠어요.

왜 그런 눈으로 쳐다 보세요? 저는 여자친구가 생기면 안됩니까?

“장하다!”

조금 있으면 천막을 거둔다고 합니다. 쓰레기들은 한곳에 모두 모으라고 하는 방송이

들렸습니다. 아직 여덟시도 안되었는데… 우리과 주점인데 도와주어야 겠지요.

민이: 이제 축제는 완전히 끝이 날려나 봅니다. 천막을 거두네요. 힘쎈 선배는 거뜬히

맥주병 박스 두개를 들고 갑니다. 그래도 우리과 주점이라 마무리하는데 안 도와

줄수는 없었나 봅니다. 제법 크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읍니다. 쌈 났을까요?

쓰레기 모으는 장소에서 정말로 말다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필이면

우리과 학생하고 붙은 싸움이었습니다. 회장했던 오빠 제발 끼지 마세요. 하지만 그

오빠는 자기과의 일이라 끼어듭니다. 큰 싸움은 벌어지지 말아야 할텐데…

철이: 선배와 쓰레기 몇가지를 들었습니다. 쓰레기 모으는 장소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싸움이 났나 봅니다. 쌈구경은 재밌지요. 선배와 마주보며 웃고는

구경하러 갔습니다. 하필이면 그 주체가 제 동기들입니까?

선배님은 끼어들지 마세요. 상대는 어딜까요? 그냥 말다툼에서 끝이 나기만 바랄

뿐입니다.

말다툼이 과열됩니다. 술까지 그하게 먹은 상태라 잘못하면 큰 싸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쪽편에 덩치 큰 학생하나가 합세를 했습니다. 낯이 익군요. 그

사람은 첨에는 말리려 했으나 제 동기들과 끝내는 다툼쪽으로 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하하. 그녀의 모습이 보입니다.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그녀도 손을 흔들어 주었지만 얼굴은 밝지 못하군요.

“너희들 몇 학번이야?” 덩치큰 학생이 제 동기중 한 녀석 멱살을 잡았습니다.

저녀석은 비록 우리과이긴 하지만 체육특기생으로 들어왔다가 부상 때문에 전향한

녀석인데요. 한때 유도 도대표까지 했던 녀석입니다. 덩치는 작지만 무서운 놈인데…

“91이다 임마.”

“난 90이다 임마.” 선배님은 또 왜 그러세요.

“저녀석 옛날에 나한테 88학번이라고 했던 놈이잖아. ”

그럼 일교과 학생들하고 또 붙은 겁니까? 제발 그만 두세요.

“얌마 나 알아 보겠냐?” 선배가 드디어 싸움에 끼어 들었습니다.

선배누나는 어딜 갔지요. 말려야 되는데… 술이 웬숩니다.

그 큰 덩치가 선배에게 윽박지르며 고함을 질렀습니다.

“넌 뭐야?” 그 유도했다는 녀석 선배한테는 참 깍듯한 녀석이지요.

그 덩치를 잡더니 유도 기술을 썼습니다.

그 큰 덩치가 공중에 한바퀴 돌다가 땅바닥에 꼬구라 졌습니다. 속이 확 풀리네요.

하지만 덩치차이가 너무나 났습니다. 그 덩치가 금방 일어나더니 내 동기를 번쩍

들었습니다. 몸이 들리니 기술을 쓸 수가 없었지요. 기대를 했던 내맘은 아팠습니다.

동기녀석은 멀리 던져져 땅에 박혔습니다.

“너 왜그래 임마. 니가 떡대면 다야?”

우리 선배 결혼했다고 전혀 기가 죽지 않고 대듭니다. 예전하고 다르네요.

“왜 반말이야? 나도 재수했어 임마.” 상대가 될리 없죠. 또 들려 올라가는군요.

선배누나 제발 참아요. 여긴 왜 왔어요. 올려면 일찌기나 오던지… 선배누나는

홀몸이 아니잖아요. 구두는 왜 벗어요. 제가 나가서 말릴께요.

민이: 우리과와 싸움이 붙은 과는 전산과인거 같습니다. 그를 보았거든요. 그가

싸운건 아니지만 기분이 그렇네요. 빈병들이 우리과거면 어떻고 저네들과 것이면

어떻습니까? 돈문제가 걸려 있다고요? 그는 그래도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서로 적군에 몸을 담고 있네요. 마음이 아픕니다.

오호. 회장오빠가 업어치기 맞나요? 하여간 저 조그만 상대편 학생에게 당했습니다.

뭡니까? 씨름했다면서 덩치값을 해야지… 덩치값 하네요. 금방 일어나더니 그 학생을

던져 버렸습니다. 어디선가 본듯한 아저씨가 그래도 기가 죽지 않고 덤비네요.

안돼요. 회장오빠는 떡대소리를 제일 싫어해요. 결국 그 아저씨는 들려 올라갔습니다.

어머 그가 회장오빠쪽으로 다가 갔습니다. 예전에도 그런적이 있었지요. 그러고 보니

들려간 아저씨가 그때도 멱살을 잡힌 아저씨 같습니다. 아무일 없어야 할텐데…

이런!!

철이: “참으세요.” 전 싸움을 말리러 갔습니다. 단지 그것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덩치는 열이 많이 받은 상태였습니다. 선배를 떼어 내는데는 성공을 했지만… “퍽!”

눈앞에 별빛이 일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땅바닥에 주저 앉았습니다. 새콤한 맛을 주며 무언가 흘러 내리는 감촉.

‘으…쌍코피!.’ 정말 보자보자 하니까. 우이쒸 나도 못참겠다.

“왜 그래요? 오빠가 뭐 잘났다고 사람을 때려요? 저 사람이 뭘 잘 못했어요?”

누군가 달려나와 그 덩치와 싸움을 했습니다. 그 덩치는 꼼짝도 못하는군요.

상대는 치마를 입었어요. 내가 코피난게 그렇게 분했을까요?

코피를 줄줄 흘리며 싸움을 구경을 했습니다. 말 잘합니다. ‘이겨라 수민씨…!”

난 너무나 감격을 했습니다. 그녀가 저에게 손수건을 주었습니다. 피야 멈추지 마라.

수민씨 덕분에 싸움은 끝이 났어요. 그 덩치와 같이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사랑합니다!’

선배는 선배누나한테 야단을 좀 맞았지요. 자기도 신발까지 벗었으면서… 이제야

조금 알겠네요. 예전에 선배누나가 그 큰 덩치에게 엉겨 붙었던게 술주정이 아니라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추어졌던 이유를…

“아까 그여학생 너하고 아는 사이지?”

“하하 예. 제가 좋아한다고 말했던 그 여학생이에요.”

“저 여학생도 널 참 좋아하는거 같다.” 선배누나는 나에게 꿈을 주는 소리를

해주었습니다.

민이: 왜 이렇게 기분이 나빠집니까? 자기가 덩치가 크면 답니까? 자기가 뭔데

계철씨를 때립니까? 이런… 그가 코피를 흘리며 어이가 없는 듯 땅바닥에 앉아

있습니다. 내 마음이 너무나 아픕니다. 제가 너무 했나요?

회장오빠는 할말을 잃은채 저를 쳐다만 봅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보기 싫습니다.

그는 아직도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이쪽을 보며 흘러내리는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흘러내리던 피가 그의 셔츠위로 떨어졌습니다.

그의 모습에 내 눈에 눈물까지 맺히네요. 내가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회장오빠한테 더 대들었습니다.

나 때문일까요? 싸움은 끝이 났습니다. 그에게 손수건을 주며 아프지 않냐고

물었는데 그는 웃음으로 괜찮다고 합니다.

“전 가볼께요.”

회장오빠는 저에게 사과를 했습니다만 그 학생이 니 애인이라도 되냐면서 왜 그랬냐

합니다.

“그래요. 내가 사귀는 사람이에요..”

철이: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다시 학교생활이 예전으로 돌아가겠죠? 교양수업을

들으러 가야합니다. 친구가 자전거를 빌려 주었습니다. 고물 자전거이긴 하지만

걸어가는 거 보다는 편하죠.

교양수업 강의실로 들어가는데 그녀가 있었습니다. 날 기다린 듯한 모습입니다.

그녀는 나에게 편지봉투를 하나 건네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복도를 걸어갔습니다.

저기 끝 어느 교실로 들어 갔습니다. 무슨 편질까요?

교양수업 맨 뒤에 앉아 그녀의 편지를 읽었습니다. 아홉번째 편지? 그녀가 나한테

언제 편지 보낸적이 있습니까?

편지를 다 읽고 나서 난 한동안 멍했습니다. 군대에서 받았던 무기명의 편지는 그녀가

나에게 보낸 편지였습니다. 난 바봅니다. 왜 그렇게 몰랐을까요?

에이씨… 왜 저보고 읽어보라고 그래요? 제가 고등학생입니까?

다행히 그녀가 토를 달아 놓은 곳이었군요. 책을 읽고는 있었지만 내 머리속에는

그녀의 모습만이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수업이 끝나자 마자 강의실 나와 아까 그녀가

들어갔던 교실로 찾아 갔습니다. 일교과 어학동아리…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습니다.

다행히 그녀가 있었군요. 그녀가 내 모습을 보자 수줍은 듯 미소를 지어줍니다.

옆에는 그녀의 친구와 늙게 보이는 녀석도 있었습니다.

“수민씨 밥먹으러 가요.”

“예? 나만요?” 그녀의 동그란 눈빛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예.”

하하.

제 친구 자전거입니다만 제가 자전거는 잘 타지요. 타세요.

그럼 어디로 갈까요? 그때 그 경양식점으로 갈까요? 그래도 되겠어요?

친구가 아직도 브레이크를 고쳐놓지 않았습니다. 내리막길이 좀 불안하네요.

“좀 천천히 가요.”

“브레이크가 안 듣는데요.”

아. 황홀해라. 가르는 바람색깔은 봄이지만 가을처럼 가슴떨렸습니다.

빠르게 사대앞 비탈길을 내려가는 내가 탄 자전거 뒤에는 그녀가 탔습니다.

그녀는 내 허리를 꽉 붙잡고 있었습니다.

내일은 어쩌면 말입니다. 뭔가 그녀에게 심한 말을 해버릴것 같습니다.

민이: 교양을 듣고 나오는데 그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호호 상당히 긴장한 표정이네요.

어제 내가 준 편지도 받았을것이고 밥먹으면서 많은 대화로 그도 내가

그를 좋아하고 있었음을 알았을텐데 어색하게 표정이 굳었네요.

“커피하잔 하실래요?”

그가 나를 데려간 곳은 공대옆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여러그루 서 있는

그늘이었습니다. 자판기 커피를 뽑아서 그곳에 앉았습니다.

“하하. 이곳에서 바라보는 학교 정경이 제일 아름다와 보여요.

언제고 수민씨와 한번 앉아보고 싶었던 곳이지요.”

“정말 나무사이로 보이는 학교가 참 예뻐 보이네요. 한번도 못 와본 곳인데…”

“하하. …”

“예?”

“하하. 날씨가 참 좋죠?”

“예…”

“고마웠어요. 수민씨가 보내준 편지는 수민씨가 보낸줄은 몰랐지만 수민씨를 생각하며

읽었어요.”

“호호 그랬어요?”

“이 편지는 그때 무기명이라 보낼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내딴에는 답장이라고 쓴

거에요. 나중에 읽어 보세요.”

“그럴께요.”

바람이 사랑스럽게 그와 내가 앉은 자리에 쉬었다 갑니다.

구름에 잠시 가렸다 나오는 햇살이 그와의 침묵을 깨버립니다.

“저 말이죠. 아무래도 난…”

“예? 못 들었는데요.”

“…수민씨를 사랑하는데요.”

나무가지에서 이름 모르는 새가 웃으며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커피는 이미 다 마셔 버렸네요. 하지만 종이컵을 전 입에다 갖다 댈 수 밖에 없었어요.

그는 나를 쳐다보지 못하고 아직 반도 못마신 커피잔만 만지작 거리고 있습니다.

뭐라고 대답을 해줄까요?

해는 구름에 가리워 졌읍니다. 하지만 그해를 가리는 구름은 너무나 작고 귀여울

뿐입니다. 곧 해가 다시 나오겠네요.

끝입니다…. 재밌으셨는 지요… 그럼 전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