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씨] 널 사랑해,이 글을…

통신을 처음 시작하던 시절…
감동 깊게 읽었던 글 들중에 하나…
웹서핑을 하다가 다시 본 이 글이 반가워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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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널 사랑해,이 글을 백번 읽는 날,내가 왜 널 떠났는지 알게될꺼야.

난 그를 만나러 가고 있다.
제일 예쁜 옷을 입었다. 화장도 근사하게 했다.
잘 빗질한 내 머리카락이 가을 바람에 춤춘다.
꽃도 한 다발 샀다. 아마 제일 예쁜 꽃 일꺼다.

가장 예쁜 미소를 그에게 주고 싶다.
그런데 자꾸 눈물이 난다. 멈추지 않는 이 눈물 때문에 앞을 잘 볼 수는 없지만
그를 만난다는 기쁨에 난 계속 나아가고 있다.

일년 전 오늘 난 그와 헤어졌다.
그는 편지 한 통만 나에게 건네고,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며 떠나 갔다.
그의 모습은 나로 인해 많은 갈등을 했는지, 정말 왜소해 보였다.
얼굴에는 그늘이 가득하고, 몸은 작아져 가을 바람에 떨고 있는 듯했다.

그는 그 편지를 백번 읽는 그날, 자기가 왜 날 떠났는지 알 꺼라는 무책임한 말만 남기고
네 곁을 떠났다.
난 그토록 사랑한 우리가 왜 헤어져야 하는지 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아 그를 잡지 못했다.
만약 우리 사이에 무슨 잘못이 있었다면, 난 용서를 빌며 그를 잡았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꽃집에 들렀다.
빨간 장미 한 다발을 사서 집으로 돌아 왔다.
난 집에서 그 장미를 쓰레기통에 넣고 말았다.
별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책상에 앉아 전화기에 손을 올려 보았다.
눈물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겠다.
그냥 그 전화기를 쳐다 보는 것 까지도 힘들다.
처음으로 편지를 읽었다.
우리의 헤어짐이 확실하다는 증명서 같은 그 편지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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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199X년 10월 30일

널 바라보기가 미안하다. 그래도 이 헤어짐은 우리들의 잘못도 아닌
사람이 한번은 거쳐 가야 할 운명 같은 것이다. 변명 하기 싫지만 사
랑은 나에게도 많은 아픔을 주고 가는 구나..
해 맑은 널 보내고 나면 난 많이 슬프겠지~

이 슬픔은 시간이 너와 나를 또 다른 만남으로 안내 할 꺼야.

고마웠어
통나무 집에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예쁜 가정을 꿈꾸던 우리였지만,
이제 다 부질없어 졌군~

없애고 싶은 우리의 기억은 오래 간직하고, 소중한 기억은 빨리 잊
는 연습을 하도록 하자

저녁 바람이 싸늘한 가을에 이별은 추울 것 같아 낮에 약속을 했어.

세상이 널 힘들게 하면, 어렵겠지만, 너도 세상을 무시해 주는 그런
상상을 해. 여린 너에겐 힘들겠지만, 우린 많은 사랑을 나누지 못했기
에 참 다행스럽다.
서쪽 하늘에 해가 걸리는 것을 보며 잠시 우리의 과거를 회상해 본다.

널 만난 지 일년동안 서로를 다 알지 못하고,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기약 없는 헤어짐에 슬프지만, 마음 깊숙이 다시 널 만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 헤어짐을 준비했으며, 이날이 오기를 손 꼽으며 기다
릴 수 밖에 없었다. 가족들의 반대에는 너무 힘들었고, 특히 어머니
께서 울며 반대하는 그 모습은 날 이 결론으로 몰고 가게 했다.

널 안 보시고 반대하시는 어머니가 안타깝지만 독자인 날 이해 해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지.
난 이제 정리 하려고 해..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미워 지겠지. 난 용이 주도하게 오늘을 대비해
간접적인 헤어짐에 관한 경험도 해 보았어.
만남이 좋은 어떤 여자를 3개월동안 사랑한 후, 이별하여 그 시간만
큼 아파 했었지. 그때를 보면 우리도 일년만 아파하면 되지 않을까?

난 용서해 달라고는 하지 않을께.

행복하라고, 그리고 날 미워해도 좋다. 아니 저주해도 좋다.
복수하겠다고 생각해도 되지만, 널 알고, 널 사귀어 보았고, 널 좋아
했으므로 네가 아파 할 꺼라고 알고있다.
다시는 이런 바보 같은 사람 만나지 말고, 빨리 잊도록 노력해.

사랑은 아름답지만 가끔은 주위 환경에 이루어 지지 않는 게 바로 사
랑이라고 생각해.
해가 서산 너머로 가 버렸고, 우리 사랑도 그 산 너머로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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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그의 편지의 전부였다.

난 그를 만났을 때는 내가 고아라는 사실이
이런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상상을 여러 번 했다.
그래도 그와 만나면 만날수록 난 이 사실을 잊고 살았었다.
그가 그 자그마한 결점 때문에 그런 헤어짐을 통보 할 꺼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나야 가족도 없으니 이런 일도 없어 좋다.
난 그를 이해 한다. 그런데 왜 눈물이 나는 걸까?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뀌었다.
그의 사랑이 아직 남아 있다.
마지막 그의 부탁인 그 편지를 25번을 읽었다.
참 나를 배려해 주는 글이다.

다시 계절이 바뀌었다. 봄이 다시 온 것이다.
편지는 이제 50번을 읽었다. 조금 잔인한 감도 있는 편지이다.
서서히 그도 봄기운 속으로 사라져 간다.

다시 계절이 바뀌었다. 여름이 다가 온 것이다.
편지를 75번이나 읽어 주었다. 솔직히 이제 별로 읽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그냥 그래야만 하는 게 나의 작은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 편지에 담긴 의도는 잔인한 표현으로 나를 빨리 그로부터 해방되게 하려는 듯하다.
나를 반대한 그의 어머니도 미웠다.
그는 이제 여름의 뜨거운 태양아래 잔인하게 내버려 지고 있다.

다시 계절이 바뀌었다. 가을이다.
그와 헤어진지도 이제 일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난 편지를 이제 99번을 읽었고, 내일쯤 100번을 읽고 난 후 태워 버릴 생각이다.
완전히 그를 잊었다.

오늘 난 그와 헤어진 지 딱 일년 하루 전이다.
그때 그를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이제 웃을 수 있다.
그런데 난 그 편지를 어디다 두었는지 찾을 수 없었다.
100번을 읽고 나서 훌~훌~ 털고 싶었는데, 조금 찝찝하다.
그래도 뭐 어떠랴. 99번 읽으나 100번 읽으나 별반 다를 게 없다.
난 외출하려고 책상으로 갔다.
책상 위에 공책이 놓여 있었고,
그 밑에는 찾던 편지가 조금 옆 부분만 보였다.
난 100번을 읽으려고 그 편지를 잡으려는 순간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그 편지에는 정말 엄청 난게 숨겨져 있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난 그 편지를 공책 밑에서 꺼내지도 못하고, 한동안 멍하니 쳐다만보았다.
눈물이 흘렀다.
난 그의 편지를 이해 했다. 그의 말대로 백번째에…..

난 그에게 전화를 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작년 겨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아들이 나의 얘기를 참 많이 했다고…
그래서 아들의 마지막도 나와 함께하게 해 주고 싶었는데 아들이 극구 말렸단다.
어머니는 나의 얘기를 듣고…
독자인 아들에게 꼬옥 나 같은 며느리가 있었으면 하고 생각 하셨단다.

오늘은 난 그와 헤어진 지 딱 일년째 되는 날이다.
그의 무덤으로 가고있다. 무덤가에는 이름 모를 꽃 한 송이가 피어 있다.
아주 힘들어 보이는 그 꽃은 날 기다리고 있는 듯 하다.
그의 무덤 앞에서 활짝 웃었다.
눈물이 났지만 난 지금 웃고 있다.
화장이 지워져 미워 보이면 안 되는데…..
무덤 가에 누웠다.

어제 일을 생각했다.
그의 참 된 사랑을 확인 할 수 있었던 그 편지를 생각하니,
또 기뻐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그의 편지의 비밀은 공책에 가려져, 한 줄씩 첫 글자만 보였고,
각 행의 첫 글자를 연습장에 옮겨 적어 보았다.
한 글자씩 한 글자씩…

그곳에는
” 널 사랑해 이 고통이 없는 저 세상에서 널 기다릴께
널 만난 시간 만큼 난 행복했다. 사랑해 “”
라고 적혀 있었다.
가을 바람이 분다.
무덤에서 날 맞이하던 꽃은 그 바람을 타고 파란 하늘 위로 꽃잎을 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