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주와 결혼한 남자. ]

[ 공주와 결혼한 남자. ]

옛날 한 임금에게 무남독녀 외동딸이 있었다.
그런데 그 딸이 그만 큰 병에 걸려 백약이 무효였다.
의사는 신비한 약(神藥)을 먹이지 않는 한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말했다.
임금은 즉시 포고를 내렸다.

<공주의 병을 고치는 사람을 내 사위로 삼고 왕 자리를 물려주겠노라!>

그때 아주 먼 변경 지방에 3형제가 살고 있었는데,
그 중 맏이가 고성능 망원경으로 우연히 그 포고문을 보게 되었다.

“공주님이 병에 걸렸다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우리가 힘을 모아 공주님의 병을 고쳐드리자.”

마침 둘째는 ‘나르는 양탄자’를 갖고 있었고,
막내에게는 어떤 병이라도 고칠 수 있는 ‘신비한 사과’가 있었다.
3형제는 나르는 양탄자를 타고 왕궁으로 가서, 공주에게 사과를 먹였다.
그러자 공주의 병은 씻은듯이 나았다.
모두들 매우 기뻐했고, 임금은 큰 잔치를 베풀었다.
이제 공주와 결혼할 단 한 사람을 결정해야 할 시각이 되었다.
그 사람은 장차 그 나라의 왕이 될 것이었다.

맏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 망원경이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공주님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거다.
당연히 내가 공주님과 결혼해야 돼.”

둘째도 지지 않고 말했다.
“천만의 말씀! 내 양탄자 없었더라면 우리는 어떻게 이 먼 곳까지 올 수 있었겠어.
공주님 얼굴도 보지 못했을 걸.”

막내도 말했다.
“하지만 내 사과가 아니었으면 공주님 병은 영원히 고칠 수 없었을 거야.”

만약 당신이 왕이라면 이 세 사람 가운데 누구를 공주와 혼인시킬 것인가?

왕은 막내를 선택했다.

공주의 병을 고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사람은 막내뿐이었던 것이다.

맏이는 아직도 망원경을 갖고 있으며,
둘째도 여전히 양탄자를 갖고 있다.
오로지 막내만이 이미 사과를 공주에게 먹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

결국, 최후의 승리(?)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사람에게 돌아간 셈이다.

좋은 짝을 만나는 일, 자기 분야의 일인자가 되는 일,
죽어서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는 일
이런 일들을 뜻대로 성취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부를 거는 수밖에 다른 꼼수가 있을까?

‘탈무드’

-데브피아-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