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씨] 새 차에 생긴 흉터

성공한 젊은 사업가가 어느 날,

새로 구입한 고급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여,

집에서 가까운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한 장의 벽돌이 날아와 자동차 옆문을 때렸다.

그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으며,

동시에 벽돌이 날아온 곳을 향해 차를 휙 돌려 주변을 살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저만치 한 소년이 겁먹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는 차에서 뛰어 내리자마자 소년의 멱살을 잡고 크게 소리쳤다.

"넌 누구야? 빌어먹을!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소년은 그에게 멱살을 잡힌 채 벌벌 떨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차는 새 차란 말이야!"

"네가 던진 벽돌 때문에 네가 얼마나 물어내야 하는지 알고 있어?"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했어?"

소년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정말 미안합니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도움이 필요 했으나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도움을 청하느라 급한 김에 벽돌을 던지고 말았습니다."

젊은 사업가가 소년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자,

거기에는 어떤 젊은 이가 땅 바닥에 쓰러진 채 신음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휠체어가 나뒹굴어져 있었다.

소년이 흐느끼며 말했다.

"제 형인데 휠체어의 제어장치가 빠지는 바람에 형이 휠체어에서 떨어졌습니다.

그 바람에 형이 다쳤는데 제 힘으로는 형을 휠체어에 들어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아저씨, 죄송하지만 좀 도와 주시겠어요?"

그 말은 들은 젊은 사업가는,

뜨거운 무엇이 그의 목구멍을 타고 온 몸에 퍼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할 말을 잊은 채 소년을 도와 그의 형을 휠체어에 올려주었다.

그리고 다친 곳은 어떠한지 살펴본 후,

돌아서서 손수건을 끄집아 내어 차의 문에 난 긁힌 자국과 음푹 패인 곳을 가볍게 닦았다.

그때까지 젊은 사업가의 표정과 행동을 마음 졸이며 지켜보고 있던 소년은,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젊은 사업가에게 말했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느님의 축복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젊은 사업가는 소년에게 미소를 지으며,

형을 데리고 어서 집으로 가라고 손짓을 했다.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소년은 형이 앉아 있는 휠체어를 천천히 밀며 보도를 따라 집으로 향했다.

소년은 자주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숙였다.

젊은 사업가는 한참동안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소년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차에 올랐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새차에 생긴 흉한 자국들을 수리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마음 먹었다.

그것은 때때로 자신에게,

과거와는 다른 인생을 살도록 상기시켜 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벽돌을 던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를 정도로,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삶을 더 이상 않겠다는 결심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