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 꺽어 신은 여자…
몇일전 「이별」이란 글을 올린적 있어..
그 글이 제목이 왜 「이별」이였는지 알았을까?
팟…그 글이 ‘고무신을 꺽어신은 여자의 편지’라고
누가 생각이나 해봤을까?
그래..맞아
내가 군대 있을 때 받았던 편지야…
꼬깃한 A4지 한장에 발신인도 적지 않고
일반우편 봉투에 배달됬던 편지..
첨엔 몰랐었어..누가 보낸 건지도…
하얀 바탕에 땀자욱까지 베일 정도로 힘들게 써간 그 글씨가
내 가슴을 그렇게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건만
정작 누구 편지인줄도 몰랐던거야..
그 편지는 한달이 넘게 날 괴롭혔지.
누군지도 모르는 그 답답함은 날 미치게 했어.
한달간 잠도 제대로 못 이룰 정도로…
우체국 소인을 보고 누구일까하고 짐작도 해 보았지만
내 주위엔 서대문구에 사는 사람도 없고
그런 편질 보낼 사람..여자..는 더더욱 없는걸…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며 그런 장난친 적이 있냐고
종주먹을 댄 적도 있었어…
하지만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 덕분인지
조금씩 그 편지도, 그 편지내용도 조금씩 잊혀져 갔어..
그리고 나도 남들과 똑같이 제대를 하고
그냥 평범하게 또다시 사회로 돌아왔지..
그 때까지 그 편지가 나에게 준 영향은 아무것도 없었어..
그러던 어느 날 방정리를 하다가 그 편지를 발견했어..
첨 그 편지 받던 날 그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지..
뭐 그리 좋다고 그렇게 온전하게 보관했는지 몰라..
다시 발견된 그 편지는 날 또다시 궁금하게 했고
또 잠 못 들게 했지…
그 때는 그런대로
내 홈에다 글도 올리고
시덥지 않은 얘길 친구에게 해대며
누굴까 하며 술 한잔으로 잊혀 보냈건만
그 날 또 다시 그 편지가 눈에 띈거야..
하하…이젠 딸딸 욀 수도 있는 그 편지를 읽으며
또 다시 몇 달을 시달리겠구나 했었어…
그저께는 친구와 함께 신촌에서 술을 마셨지…
돌아오는 길이였어…2호선…
그래..아현역…난 그제서야 깨달은 거야..
그 편질 보냈던 사람을…
그랬나봐 그 사람이었나봐..
그 사람이라곤 꿈에도 생각을 못 했는데
우리는 사랑하던 사이도 친구사이도 아닌 그저
잠시 스쳐 지나간 그런 사이였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랬나봐..바로 그런거 였나봐..그게 바로 사랑이었나봐
갓 스물이었던 나에게 다른 인생을..
다른 세상을 보여줬던 그 사람이 바로 사랑이였나봐…
그저께 돌아오는 길에 내내 그 사람 생각을 했지…
그래 그 사람은 친구도 사랑하는 이도 아니였어..
그 사람 말대로 난 내 삶에 누가 발을 들여놓는 걸
죽기보다 시러하는 들개 같은 놈이였지…
그래 그랬겠지…4살이나 많은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게 너무 힘들거라고..
그런 사람이 내 삶에 발을 들여놓는건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을 했나봐…그런 생각을 했었어…
그 사람 편지에 썼던 말 하나도 틀린거 없어..
그렇게 서로에게 번뇌가 될 정도 였던 거 같아.
서로 아닌 척은 정말 열심히 했지…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서로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는 척 했지…
난 너무 겁쟁이였어..
한 발자욱만 더도 말고 딱 한 발자욱만 다가섰으면 될 것을…
그 사람이 자기보다 나이가 4살이나 어린 날
사랑한다는 걸 인정할 수 없어하는 것도 아니였는데..
그걸 왜 몰랐을까?
왜 나만 혼자 그런거라고 치부해 버렸을까?
내가 군대 가더 날 그랬었지..
"그래도 다행이다…여자 친구 없이 가서
너 여자 친굴 두고 가려면 얼마나 가슴 아프겠어…
그리고 너 같은 놈은 군대가서도 연락 잘 안할 거 아냐…
……..
근데…그렇다더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 남자일수록
아내가 죽으면 더 빨리 결혼한데…"
무슨 말인지 몰랐어…바보 같이..
그래 우리 서로는 주위 사람들이 혹시 눈치나 챌까봐
혹시 상처나 되지 않을까
서로 더 경계를 했었고
항상 주위를 맴돌기만 했어…
그 날 난 오랫만에 울었어…
술마시고 오던 날…
이미 알고 있었나봐..
나 혼자만 그런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나봐..내 가슴속은..
어쩌면 정말 고무신 꺽어 신은 여자가 되버린건지도 모르지만
그 사람은 결국 이런 방법으로 나에게 또 한가질 갈쳐
주고 떠난 거구나…사랑이란걸..
서로에게 길들여지지 않으려 했던 우리들은
결국 시간이 지난후에야 가슴 속 깊은
상처를 남기는 그런 사이가 되버린 거야…
어제는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한 힘을 다해
그 사람의 안부를 알아보고 다녔어..
…….
벌써 평생 남의 한 여자로 살게 됬대…
이제 그 사람과 연락이 되는 사람이
내 주위엔 아무도 없더군.
그래서 흥신소나 심부름센터에 부탁을 해서
연락처라도 알아볼까 했지만
그냥 그만 두기로 했어…
그 사람도 그걸 원할 거 같아서…
혹시라도 이 글을 읽은 사람들 중에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꼭 하고 싶어
사랑하고 있다는 걸 상대에게 말하라고 말야..
사랑하는 이가 옆에 있을 때 꼭 말하라고..
그 사람을, 그 사랑을 놓치고 후회하지 말라고 말야..
혹시 나처럼 나중에라도
가슴 깊이 남는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야..
그리 힘든게 아니야..
그리 큰 용기가 필요한 것도 아니야..
그리 구차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겁낼 필요도 없지…..
사랑은 조건이 아니란다..
어떤 부탁이나 요구는 더더욱 아니고 말야…
고백을 한다고 해서 사이가 어떻게 달라지고
그런 것을 원하는 거라면
그건 ‘사귀자’ ‘너랑 정식으로 교제하고 싶어’하는
연애감정과 다를게 없는 거야..
‘사랑한다’라고 말하는 게 바로
자신의 감정에 정말 솔직해 지는 거고
정말 마지막으로 너의 사랑에
최선을 다하는 행동이라고 말해주고 싶어.
최선을 다해야지…
사랑은 완성에 그 의미가 있는게 아니라
진행에 의미가 있는거야..
사랑을 하고 있다는게 중요한 거지..
사랑에 완성이나 결말은 없는거 같아..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도
너의 가슴을 열어 조금이나마
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게 얼마나 행복한 거니…
정말로 보여주고 싶어도 말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 할때가 오기 전에
어서 말하길 바래…사랑한다고..
지금 사랑에 최선을 다해야지..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한다는 건
시험문제 다 풀기만 풀었지
OMR카드에 마킹을 전혀 안 한거와 같은거야…
그 사람은 지금 너의 그 말 한마디 말을 기다릴지도 몰라.
더도 말고 딱 한 발자욱만 다가서…그리고 말해..
나…그 심부름 센터에 낼 뻔한 돈을 가지고
오늘 향수를 하나 샀어..
평소에 가지도 않던 백화점에 가서…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주려고…
그 땐 꼭 말할 거야…
난 지금까지 당신을 만나기위해 살아온거 같다고..
이렇게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난 너무 시린 사랑도 경험했어야 했다고…
당신을 너무나 사랑한다고…
마지막으로 말야..
미안하지만 이 글을 읽어준 이들에게 부탁을 하고 싶어….
잠시동안만이라도
영화를 볼 때 아님 영화가 끝난 후에라도
우리가 그 영화 주인공이 계속 행복하게 잘 살길 바라는 것처럼…
아니 그 1/10의 마음일지라도
정말 잠시 동안만이라도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평생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래줬으면 해…
고마워….
1999.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