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젤 부러워하는 커플…

    
    내가 젤 부러워하는 커플…

    
    
    세상엔 여러 종류의 커플이 있지…
    
    영화관에서도 유원지에서도 놀이동산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지…
    
    그 중에서 난 도서관 커플을 젤 부러워하지…
    
    맑은 일요일 오후..
    
    한산한 도서관 창가 쪽 자리를 채우고 있는
    
    그네들이 정말이지 많이 부럽지…
    
    공부도 하고 같이 시간도 보내고
    
    “나 담주 시험이어서 공부해야되는데..” 하며
    
    무거운 맘으로 연인을 만날 필요도 없지…
    
    님도 보고 뽕도 따고 그야말로 일석 이조가 따로 없지…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젤 먼저 하고 싶은 것중에 하나가
    
    일요일을 도서관에서 보내고 싶은거 이기도 하지…
    
    
    일요일은
    
    아침 일찍부터 그녀와의 맛있는 점심을 위하여
    
    그 동안 갈고 닦았던 솜씨로 열심히
    
    김치볶음밥을 열심히 만들지…
    
    이 순간을 위해 그간 열심히 요리를 했던 거일줄도 모르지…
    
    위에다 계란후라이를 얹을 때
    
    그 밑에다가는 피망이나 살짝 익힌 완두콩으로
    
    ” 사. 랑. 해. “라고
    
    꾸미는 것도 잊지 않지…
    
    그리고 보온병엔 그녀가 좋아하는 음료수를
    
    정성스럽게 끓여 담지…
    
    머리를 맑게 해 주는 녹차나
    
    아님 헤이즐넛향 듬뿍 넣던가
    
    아님 어제 밤새 다린 모과차를 담지…
    
    
    도서관에서는
    
    일찍 맡은 창가 쪽 그녀의 자리에
    
    이왕이면 창밖 풍겨도 잘 보이는 자리에
    
    준비해온 쿠션을 깔지…
    
    좋지 않은 안목에 애써 고른 예쁜 쿠션에 기뻐하며 앉다가
    
    갑자기 뭔가 엉덩이에 밟혀
    
    깜짝 놀라 일어나서 쿠션을 열어보지…
    
    그 안엔 깜찍한 그녀가 좋아하는 색깔의
    
    필기구가 들어있지…
    
    물론 같은 색깔의 팬이라도
    
    매주 다른 디자인의 깜찍한 펜을 준비하지…
    
    작은 선물이라도 그녀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라면
    
    우리나라 어느 문방구/팬시점을 뒤져서라도 준비해야 겠지…
    
    그리고 가끔씩은 월급받은 날은
    
    은으로 만든 실반지나 팔찌라도
    
    큼직막한 상자에 넣은 쿠션을 준비해야 겠지…
    
    
    그녀에게 멋지게 보이기 위해
    
    “야~ 잠깐만 쉬었다 하자..”해도
    
    어설픈 연기 솜씨로
    
    못 들은척 책만 보고 있지…
    
    그리곤 못 이기는 척 나가서
    
    준비해둔 간식을 꺼내지…
    
    그 날 아침에 간식 준비하느라
    
    부산 떨은걸 그녀는 모르지…
    
    혹시라도 준비가 안 된 날은
    
    팝콘 한 봉지 튀기고
    
    그 안에다가는 꼬깃꼬깃 접은 쪽지들을 넣지…
    
    “사랑해…” “너 뿐이야…” “니가 젤 아름다워..”
    
    라는 말이 담긴 그 쪽지들을…
    
    배운건 잘 써먹야지…
    
    과일도 깎아서 준비하기도 하고
    
    아마도 고구마 삶는 방법도 배우느라
    
    고생할지도 모르지…
    
    
    
    그녀가 공부하다가 졸려서
    
    “30분 후에 깨워죠…” 하고 잠이 들면
    
    30분후에 곤히 자는 그녀를
    
    깨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고
    
    그녀의 볼에 키스를 하고서는
    
    딴청을 피지…
    
    혹시 그녀가 흘린 침을 닦으며
    
    부시시하게 일어나더라도
    
    그 모습만큼 아름다운 모습은 없지…
    
    “공주님 일어나셨어여…?”하고 넉살을 피다가
    
    한대 맞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녀의 자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그냥 깨울 수 없더라구 반드시 말을 하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그녀가 감기가 걸릴가봐
    
    긴팔 남방을 준비해가는건 당연하지…
    
    그 전날에 아마도 친구에게 세련된 향의 향수를 빌려
    
    살짝 뿌려놓고 잠자리에 들지…
    
    
    집에 가는 길엔
    
    가로등 켜진 길을 손잡고 걸으며
    
    그녀가 공부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학점을 정말 안 주시는 그 짠돌이 교수님에 대해
    
    맨날 시험만 보는 그 지긋지긋한 교수님에 대해
    
    항상 가슴 설레게 하는 넉넉한 외모의 그 교수님에 대해서도
    
    그녀의 얘기들을 투정들에 대해… 관심들에 대해…
    
    자그마한 얘기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지…
    
    
    가끔은
    
    나와 상관없는 과목인데도
    
    그녀의 전공서적을 빌려다가
    
    사이사이 재밌는 글…잠 몰아낼 수 있는 글로 메모지를 만들어
    
    지루하게 생긴거 같은 페이지에 끼워넣지…
    
    물론 그 메모지 뒤장엔 “사. 랑. 해.”라는 말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들어있지…메모지마다 다른 색깔로…
    
    
    시험이 끝난 주엔
    
    나른한 오후를 위해
    
    작은 이벤트 쯤은 생각을 해 둬야 겠지…
    
    가까운 양평이나 호수공원이나 장흥이라도
    
    그녀가 바람 쐬고 싶어 한다면
    
    안되는 운전솜씨라도 차를 빌리느라 고생하지…
    
    
    어쩌다
    
    좀 쉬면서 하라고…
    
    “뭐 이딴 걸 다 사냐?”라고
    
    쿠사리를 얻어 먹더라도
    
    그녀의 건강이 최고임을 일깨우기 위해
    
    영양제를 선물하지…
    
    “난 니가 건강하기만 하면 돼..”라는 말은 꼭 해야겠지…
    
    
    생각해보니 그녀는
    
    학생이 아니지…
    
    그런데도 그녀는 날 위해 일요일이면
    
    도서관에서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경우가 많지…
    
    그래서 그녈 위해 항상  
    
    토요일은 책을 빌리지…
    
    통신에서 사람들에게 추천을 받은 책
    
    그간 재밌게 읽었던 책…
    
    그리고 그녀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에 관한 책등
    
    백방으로 날고 기어 책들을 준비하지…
    
    물론 그 책들엔 곱게 쓴 편지 한장 정도는 넣어놔야 겠지…
    
    
    오늘 하루도 도서관에서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하며 보냈지…
    
    정말이지,
    
    그런 연인이 아니더라도
    
    정말 사랑하고픈 연인이 생겼음 하지…
    
    
    난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많은 연인들이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상대가 없는
    
    그런 이들이의외로 많다는 걸
    
    자신은 참 행복하다는 걸 알길 바라지…
    
    그렇게 사랑할 수 있는 상대가 있음에
    
    늘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
    
    지금이라도 자신의 연인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갑자기 니 생각이 났어…”라고
    
    수줍게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하지…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어준 연인들에겐 사랑과 축복을…
    
    그리고 그외의 분들에겐
    
    앞으로의 사랑과 아기자기한 운명을 기원하지…
    
    
    오늘도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은 많겠지…
    
    
                                    
                                     1999.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