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소>

언제부터 영화 취향이 많이 바꼈다…

major 보다 minor 가 좋다.

그리고 적극적인 영화보다 관객에게 적극적이길 바라는 영화가 좋다.

관객이 생각하고 관객이 느끼게 하고…

슬프면 울게 내버려 두는 그런 영화가 좋다…

그리고 그 때부터는 blind 감상을 상당히 선호하게 됐다.

영화 <미소>는 L양이 갑자기 보자고 해서 보게 된 영화이다.

물론 장르도 국적도 모른채 본 영화이다…

하하.. 놀랍게도 내 구미에 딱 맞아서 더 좋았던 영화…

감정의 낭비가 심한 ‘울어라 울어라’ 류의 쓰레기 같은 영화 아니면

헐리웃의 지저분한 화장실 유머들이 넘쳐나는

영화공해 시대에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참 깔끔한 영화이다.

( 영화 공해에 제대로 된 액션영화나 SF영화는 예외로 두고 싶다…

  신나는 액션과 통쾌함… 그리고 그 웅장함과 거만함은

  영화(극장에서 보는 영화)만이 선물해줄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니깐… )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해주더라도…

같이 괴로워해주고 슬퍼하더라도

고통과 괴로움은 결국

철저히 자기 혼자만의 것이라는 걸

영화는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다…

세밀하고 담담하게 그려낸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졸리는

수면제 컷이 될지 모르지만
———

나에게는 각성제 컷이 된다.
             ———

집도 가족도….

편안한 안식처가 되지 못 할 때

나는 어디를 찾아가게 될까…

당신은…?

시야가 좁아지는 병… 난치병 튜블러 비젼…

소정에게 그런 장애를 준 감독은

‘사람들이 보는 만큼만 세상을 느끼고 인식한다’ 는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까…?

나 또한

좁디 좁은 인식의 세계에 갇혀서

제대로 보지 못 하는 새로운 삶의 이면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괴롭다…

나이를 먹을 수록 심해져가는

마음의 튜블러 비젼 증세가 슬프게 한다.

” 80년 전에는 그대가 나이더니

  80년 후에는 내가 그대이더라…. “

철저하게 외로운 영화

말없는 영화 <미소>를 넌지시 건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