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몇 개월전에 제가 올렸던 [안아됴 안아죠…]

안아죠의 주인공!! 저의 가장 귀여운 조카 민욱이가
입양되었습니다.
사실 얘기하자면 길지만
예전에도 입양되었다가 돌아온 적이 있었거든요…
그 얘기 듣고 정말 가슴 많이 아팠는데…
이번에는 정말 좋은 부모님 만나 입양원을 떠났대요…

저번 주에 가서 민욱이 없다는 얘기 듣고…
기뻐하고 좋아하는게 맞지만
약간 서운하기도 하더라구요…
애들 목욕시킬 때
가장 개구지고 장난꾸러기던…
눈에 들어간 비눗물 닦아주려하던 민욱이가…
왜 그렇게 떠오르던지…

입양원에 봉사자들이 많이 늘어 기쁩니다.
따뜻한 연말연시를 만들어주는 고마운 분들 덕분에
두다리 쭉 뻗고 잘 수가 있는거 같아요 ^^

2004년은 성가정 입양원이라는 곳을 알게된
소중한 해로
가슴 따뜻한 사람들을 많이 만난
행복한 해로 기억될 거 같습니다.

다른 모임에서 제 글에 댓글로 달아줬던
세희양의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 하고 싶습니다.

” 봉사는 남을 돕는거같지만
남에게 더 많은 감동을 받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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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아됴 안아죠… “

민욱이는 혀가 짧지 않습니다.
하지만 혀 짧은 소리를 잘 냅니다.
영악한 놈이죠… ^^
제가 가장 귀여워 하는 조카이기도 하구요…
더 웃긴건 이 녀석은
팔뚝이 굵어서 자기를 오랫동안 안아줄 거 같은 사람에게만
‘안아죠’하면서 달려든다는 겁니다. ^^;;

민욱이는 성가정 입양원에서 만난 조카입니다.
회사에서 항상 입양원에 가는 날이면
삼촌 이름도 모르면서…
삼촌이 어디 사는 지도 모르면서…
민욱이가 달려들면서 제일 먼저 하는 말은 ” 안아죠… ” 입니다.

성가정 입양원은 부모들에게 버림받거나
사정이 있어 가정을 잃은 아이들이
고아원에 가기 전에 입양되기 위해 있는 곳입니다.
입양이 안 되면 고아원에 보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입양하면 해외 입양만을 생각하지만
국내 입양하는 곳이 성가정 입양원 이외에도 몇군데가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 입양원에 가서 뻘쭘하게
기저귀 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몇 달이 지나고…
똥 싼 기저귀도 멋들어지게 갈아치우는
능숙한 베이비씨터가 되었지요…
입양원 ‘엄마’들도 이제 장가 가도 된다고 허락도 하셨습니다. -_-;

그리고 어느새 전 갈 때마다
아이들 목욕을 담당하는
목욕 관리사(-_-?)가 되었습니다.
힘이 좋아보여서 그런지 몰라도
입양원 ‘엄마’는 저를 딱 찍으셨죠…

14~16 명의 아이들을 모두 다 비누칠하고 씻기는 일은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고 나면 등산 갔다온 것처럼
온통 땀으로 옷이 다 젖어
나중엔 옷을 따로 싸가지고 갈 정도였죠…

걔 중에는 물을 무서워하는 아이도 있었고
비누칠을 싫어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불편한 몸 때문에 씻는게 쉽지 않지만
씻기는 내내 초롱초롱 젖은 눈으로
감사하다는 듯 저와 계속 눈을 맞춰
울컥하게 만드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 중 민욱이에게 특별히 정이 가는 건
처음 목욕하던 날 생긴 일 때문입니다.
민욱이를 비누칠 해주다 제 눈에 튄 비눗물 때문에
눈물 찔끔하며 매워하는데
글쎄 요 뇨석이 미안해하며
얼릉 제 얼굴에서 비눗물을 닦아내려고 하는 거에요…
그런 아이를 어찌 안 이뻐할 수 있을까요…

사랑이 많이 필요한 아이들…
자기에게 가져주는 관심만으로 굉장히 행복해 하는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아이들이 저를 비워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잠시 몸이 힘들지만…
아이들은 항상 더 큰 풍요로움으로 절 채워주고
저의 마음을 가볍게 합니다.

봉사활동도 중독인거 같습니다.
예전에 성당에 한창일 때도 이정도는 아니였는데…
” 장가들 때가 되서 그래 ” 하는
어머니 말씀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_-;
나이가 들수록
부모 마음 알아가는 나이가 되서 인지
봉사 활동 가는 날이 기다려지기도 하고
가끔 아이들 모습도 눈에 밟힙니다.

아무쪼록 제가 아이들에게 기울이는 관심과 애정이
아이들이 온전한 가정을 만나기 전에
외로워하지 않도록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항상 저를 비워주고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해주는
아직 이름들도 다 못 외웠지만…
진배, 민욱이… 등등
아이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봉사 다녀온 날… 저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