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벌써 15년이나 지났지만…
난 시인이 쉽게 되는 줄 알았다….
시를 써서 세상을 노래하고 세상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술을 먹으면 시상도 잘 떠오른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쭉 모아왔던 시들을 모아
군대가기전 출판하려고 했는데…
말. 그대로 쉽지 않았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곳에서는 모든 권한을 다 넘기라고 했고
대부분은 콧방귀도 안 꿨다…
모든 권한 주는 건 정말 싫어서 결국 학교앞 인쇄소에서
50부를 만들어서 소중하다고 생각한 이들에게 모두 돌렸다.
그 때 막 제대하고 복학 준비하던 잘 알지도 못하는,
식당에서 처음 인사한 선배에게도 반갑다고 갑작스레 시집을 선물했는데…
잘 가지고나 있을까 몇 년후에 괜한 후회도 했었다.
( “행복한 사람들” 친구들은 그 시집을 잘 간직하고 있을까?)
제대를 하고 시와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으로 살았고
최첨단의 직업이라는 IT라는 분야에서 밥을 먹으며 살고 있다.
나를 화학공학이 아닌 IT쪽으로 인도해 준,
정확히는 내 취미생활을 직업으로 연결해준 사람은
바로 오라클에서 근무하던 윤석형이다.
윤석형은 종무형이랑 술 마시다가 만났다.
(참… 술과 관련된 이 많은 인연이란….)
윤석형은 종무형의 선배.. 정말 말 그대로 하늘 같은 선배였다.
당시 윤석형이 다니던 오라클은 정말 나의 이상향이었다.
곧 윤석형은 일방적으로 내 멘토가 되었고 파트너가 되었다.
윤석형이 주관하는 스터디에 열심히 참석하면서 내 인생도 많이많이 업그레이드 되었다.
그 때 술도 많이 먹고 공부도 많이 했지만
정말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던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졸업 후 회사를 들어가도 계속 스터디는 열심히 했었다.
내가 가진 기술력의 많은 부분의 기반은 그 때 공부한 것들이다.
그렇게 내가 시인이 되고 싶어했다는 건 아예 기억도 못하고
시를 잊고 한 창 지낸던 어느 날…
스터디 후 술 자리에서 윤석형이 갑자기
” 너 시 썼었냐? “
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 네? 그걸 어떻게 아세요? “
” 그게 너 였구나….
나 복학 준비 하던 때에 어떤 후배가 자기 시집이라고 줬었거든…
어제 책상 정리하다가 다시 읽어봤는데.. 거기에 니 이름이 있더라구…. “
서로 막 웃었다. 너무 신기하다고….
오늘 책장 정리하다가 갑자기 그 생각이 났다…
윤석형이랑 인연이 그렇게 오래 전 부터 시작 됐었는지 몰랐다.
혹시 그럼 오래 전 부터 시가 나를 이 곳으로 이끈 걸까?
정말 모른다.
우리 인연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 되었는지도…
단지 모르고 있을 뿐
다시 인연을 노래하고 싶다.
얽히고 얽힌 인생의 신비로움을… 술잔을 노래하고 싶다.
그 때도 방금도 시인이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