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철] 우연 <18>

우연 #18

민이: 이제 그에게 편지를 주어도 되겠군요. 편지봉투가 어색합니다.

편지봉투만 새로히 샀습니다.

날씨가 화창한게 기분이 좋습니다. 동아리방의 오후가 사랑스럽게 짙어 갑니다.

아무도 들어오지 말아라.

철이 녀석이군요. 그가 들어왔습니다.

한가롭던 시간은 그의 출연에 조금 시끄럽습니다.

호호 녀석이 자전거를 새로 샀다고 합니다.

브레이크가 잘 안듣는다고 투덜거리더니 새걸로 하나 샀군요.

나? 자전거 못타.

조금 꼴불견입니까?

학교에서 녀석이 뒤에서 잡아주고 자전거를 직접 몰아봤습니다.

재밌군요. 사대앞 내리막길이 위태하지만 그래도 잘 내려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그를 앞질러 가게 되었군요.

그는 교양수업을 마치고 다시 공대쪽으로 가는 중이었나 봅니다.

이제 인사 못 할것도 없지요. 난 참 밝게 웃어주었는데 그는 표정이 밝지 못하네요.

“얘. 이젠 돌아가자.”

철이: 그녀가 토를 달아주어 이번 교양수업은 여유를 가지며 수업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강사가 발음이 별로 안좋았군요..

벌써 바람에 나뭇잎 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사대복도에서 혹시나 시간을 죽여 봤지만 그녀의 모습은 볼 수 없었지요.

하지만 그 공간의 두건거림은 설레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그녀와 마주쳐도 예전처럼 마냥 떨기만 하지는 않을겁니다.

사대의 내리막길을 내려오며 그녀와 마주치면 뭐라고 말할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반갑습니다? 날씨좋죠? 안녕할까요?

“안녕하세요.”

내생각에 그녀가 답을 해주고 지나갔습니다.

자전거 탄 모습이 어색합니다.

저녀석 자전거뒤에 매달린 저녀석 모습이 참 어색합니다.

그녀는 예전에 내가 그녀를 횡하니 지나쳤을때처럼 그렇게 모습을 작게 하며

사라져 갔습니다.

민이: 공대 교양수업을 마치고 나왔습니다. 많은 학생들로 산만함을 줍니다.

친구와 난 그 산만함속을 고요함으로 내려왔습니다.

친구와 오늘은 별로 말을 안했습니다.

교수가 레포트를 내주었는데, 친구가 그에게 또 부탁하자고 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그말이 썩 듣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조금 다툼이 있었습니다.

친구를 먼저 보내고 난 공대로 다시 들어갔지요. 할 일이 있었거든요.

가방에서 편지를 꺼내었습니다.

다행히 공대 편지함은 그의 과와 상관없는곳에 모여있었습니다.

과이름이 참 다양합니다.

전산과를 찾아서 편지를 넣을려고 했지요.

봉투에 그의 이름이 바르게 적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나쁜짓 한것도 아닌데 그소리에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들고 있던 편지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내 뒤에는 그가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부끄러운듯 웃고 있네요.

전 좀 굳은 표정이었지요.

뭐 잘 됐습니다.

어짜피 용기가 서지 않아 그에게 직접 주지 못한 것인데요 뭐.

편지를 주울려고 했는데 그가 줍는군요.

풋!

그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봐야 겠습니다. 자기편지인데…

그렇게 자기이름까지 또렷하게 적혀있는데, 그는 편지를 줏어 나에게 주었습니다.

그 편지를 다시 가방에다 넣고 돌아서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수업이 있나봅니다. 급히 계단쪽으로 뛰어가버렸습니다.

편지는 다시 편지함에 넣어버리면 되지만 그럴수가 없네요.

김이 샜거든요.

철이: 잘못하다간 수업에 늦겠습니다. 친구와 열심히 뛰었습니다.

당구라이벌전이 결승까지 가는 바람에 시간이 촉박합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친구와 전 열심히 뛰었습니다.

공대에 들어섰습니다. 전 친구보다는 좀 여유가 있습니다.

그는 강씨고 난 성씨니까요. 친구 뒤를 따라 복도를 뛰었습니다.

낯익고 언제나 그리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공대편지함이 있는곳에서 그녀가 무얼 들고 서 있네요.

친구야. 자네 먼저 가게나. 친구는 뒤도 안돌아보고 뛰어가버리는군요.

“안녕하세요.”

나의 이말에 그녀는 무척이나 놀란 표정입니다.

들고 있던 편지봉투를 떨어뜨립니다.

나는 참 반가운 표정을 지었는데 그녀는 아니군요.

좀 무안하네요. 나를 보는 동그란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떨어뜨린걸 주워 드렸지요.

그게 뭔지 궁금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그녀를 공대내에서 보니 새롭습니다.

예전과 달리 이렇게 말을 건넬수 있다는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아쉽지만 수업 때문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음 또 뛰었습니다.

학생들이 웃네요. 그럴만도 하지요.

내가 강의실 들어서자 마자 교수님이 내이름을 불렀거든요.

가방을 맨체로 서서 대답을 했습니다.

민이: 그와 며칠동안은 만나지지 않았습니다.

이번주말도 도서관이나 나와야겠네요.

금요일오후는 항상 여유롭지요. 오전수업은 모두 끝이 났습니다.

오후 수업이 있냐구요? 없어요. 너무 안 어울린다.

아직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소녀와 얼마 안있으면 애아빠처럼 보일것 같은

현철이가 서로 말을 놓고 친구인양 말하는 모습이 어색한 듯 정다워보입니다.

그래 사랑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니.

잘해봐라. 저 둘은 나이가 같군요.

안귀여워. 귀여운척 하지마.

현철이가 그 늙은 얼굴로 애교를 부리며 밥을

사달라고 합니다. 그래. 대신 학생식당이다.

학생식당 테이블에 그하고 같이 앉았습니다. 기분이 엄청 안좋군요.

여우같은 기집애. 작정을 하고 책을 가지고 다녔었구만.

그만 부탁해. 언제 봤다고…

“왜 가만히 있는 애를 건드려요?”

철이: 밥은 먹고 당구를 쳐야 하지 않습니까? 당구가 그렇게 좋을까요?

나는 밥을 먹고 가마.

좀 허전하군요. 혼자서 밥을 먹으러 가니까 말입니다.

오늘따라 캠퍼스에 예쁜 여학생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녀라도 마주친다면… 즐거운 상상을 해봅니다.

“안녕하세요. 저 아시겠죠?”

물론 알지요. 학생식당쪽으로 걸어가다 그녀의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녀의 친구는 그녀보다 성격이 개방적인가 봅니다.

그녀의 친구도 참 예쁩니다. 기분이 좋네요.

이렇게 캠퍼스를 거니는게…

그녀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말입니다.

“또 레포트를 내 주었어요?”

밥먹으러 간다니까 그녀의 친구가 밥을 사준다고 합니다.

하하. 그러면서 레포트를 부탁하는군요. 그래요 학생식당에서 한번 봐 봅시다.

교양수업인데 뭐 어렵겠어요.

그녀의 친구는 그녀와 나를 이어줄수 있는 烏作교 이니까 잘해주어야 합니다.

학생식당 테이블에 그녀와 같이 앉았습니다.

그녀의 친구가 줄서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 그녀뒤에서 차례줄까지 섰습니다.

그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녀가 그 재수없는 놈하고 같이 있었습니다.

‘뭘째려봐 임마. 그래 낯이 익을거다.’

늑대같은 놈. 소녀같이 어려보이는 여학생옆에 어쩜 저렇게 뻔뻔하게 앉아버리냐.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우헤헤 참 많이도 늙어보인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건 결코 니 잘못이니 그러려니 해라.

그 재수없던 자전거녀석은 구오학번이었군요.

그녀는 단지 녀석을 후배로서 잘해준거구요.

그녀의 친구가 다 말해주었습니다.

많이 먹어.

그런뜻으로 등한번 살포시 때려주었는데 녀석이 캑캑거리는군요.

불쌍한 표정 지으며 말입니다.

옆에 앉았던 꼬맹이 여학생도 날 원망스러운 듯 쳐다봅니다.

그녀는 왜 또 저렇게 쌀쌀하게 말하죠?

“시험공부 안하세요? 남의 것 해줄 시간 있어요?”

“수민씨 것두 해드릴…”

“됐어요.” …흑흑

‘알았어요. 사드릴께요.’

민이: 괜히 그랬습니다. 어쩌죠.

밥은 다먹어가고 그에게 말을 걸 껀수는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나도 레포트를 내야 하는데 그가 애써 해준다고 말한걸 다 듣지도 않고 됐다고 했으니…

호호 생각해 냈습니다.

“테프는 언제 줄거에요?”

나의 이말에 그는 갑자기 밥을 먹다가 캑캑거렸습니다.

좀 진정을 하고는 살며시 말을 건넸습니다.

“저… 그 테이프 누구 노래였어요?”

친구는 졸업반이라 바쁘네요. 빨리 가라.

그가 감사하게도 커피를 뽑아 주었습니다.

후배들거까지 애써 뽑아다 주네요. 조금 그와 걸었습니다.

이렇게 그와 화창한 봄길을 걷는것이 참 좋네요.

걷다가 다정한 어투로 말해 버렸죠.

“제것도 해주시는 거죠?”

“예. 그럼요.” 그가 씩씩하게 답을 해주었습니다.

그도 바쁜가 봅니다. 그말을 남기고 얼마후 그는 뛰어 갔습니다.

여전히 그의 뛰는 모습은 귀엽네요

계속…